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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미성년자 성매매' 판결문 219개를 분석했다. 또 피해 여성 5명을 인터뷰했다. 오늘부터 아홉 차례에 걸쳐 그 실태를 해부한다. 이 기사는 그 첫 번째다.  [편집자말]
그건 매매가 아니다. 착취다.

우리가 흔히 '미성년자 성매매' 혹은 '조건만남'이라고 부르는 그 사건들. <오마이뉴스>는 피해자 5명을 어렵게 만났고, 판결문 219개를 검토했다. 그리고 위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박주영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판결문에 "자발적 성매매는 없다"고 썼다. 비슷한 맥락이다. 한 청소년 쉼터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소위 '까진 애들', '불량 학생'을 떠올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먹이사슬 맨 아래의 아이들이 피해를 입는다"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조주빈에게 징역 40년 형이 내려졌다. 수사기관은 조주빈 일당을 때려잡았고 그의 얼굴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조주빈의 n번방'은 그렇게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발전된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방법의 성착취는 현재진행형이다. 수사기관은 범죄 기술로부터 한없이 뒤처져 있고, 처벌을 내리는 사법기관은 여전히 관대하다. 우리가 그것을 '매매'라고 부르는 사이, 다른 얼굴을 한 '조주빈들'이 대한민국 곳곳을 서성이고 있다.

그 남자의 일
     
 남성은 채팅 어플을 통해 열일곱살 한 아이와 만남을 가졌다. 이후 그는 아이를 가둔 채 24시간 감시했다.
남성은 채팅 어플을 통해 열일곱살 한 아이와 만남을 가졌다. 이후 그는 아이를 가둔 채 24시간 감시했다. ⓒ unsplash
  
그 남자는 30대 남성이다. 마땅히 하는 일 없이 매일 채팅 어플을 켠다. 오늘은 앙톡이다. 앙톡에서의 성과가 시원찮아도 괜찮다. 즐톡, 영톡, 텐톡, 스윗톡, 심톡, 심팅, 채팅몬, 국민어장... 어플은 널려 있다. 그에겐 그게 일이다. 그날도 열일곱살 한 아이가 걸려들었다.

'성매매를 한다'는 아이지만 남자는 너무도 잘 안다. 아이는 집을 나왔을 것이고, 돈 한 푼 없을 것이며, 본인의 의지로 그 어플을 깐 게 아닐 것이다.

역시, 맞았다. 가출 후 남자친구라고 사귄 오빠가 몇몇 언니들을 소개해줬단다. 지낼 곳을 마련해주고, 먹을 것을 챙겨주던 그들이 어느 날 갑자기 "돈을 벌어오라"며 성매매를 시켰단다. 의지할 데 없이 잔뜩 겁먹은 아이, 그가 찾던 '돈벌이' 수단이었다.

남자와 아이가 만났다. 아이는 그를 '성매수남'으로 알고 있었다. 그가 "휴대폰을 꺼달라"고 부탁했다. 아이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휴대폰을 끄니 그가 돌변했다. 아이는 골목으로 끌려갔다.

"내가 일을 좀 해야 돼. 근데 여자가 필요해. 그걸 네가 해줘야겠어."
"네?"
"골목 뒤에 동생들 대기하고 있다. 도망칠 생각은 마. 할 거지?"
"네? 네..."
 

차에 올랐다. 얼마나 갔을까. 휴게소에 내려 그는 '형님'이란 사람에게 전활 걸었다.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더니 그는 휴대폰을 아이에게 넘겼다. 형님이 말했다.

"어, 이야긴 들었다. 근데 정말 원치 않으면 굳이 안 해도 돼."
"네? 네, 그럼 저 안 할래요."


옆에서 듣고 있던 남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남자는 차를 돌리며 "네가 날 가지고 논 거야. 친구들, 가족들 다리를 다 부러뜨려 바닥을 기어 다니게 할 거다"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이는 울면서 "살려 주세요"라고 빌었다. 남자가 다시 말했다.

"그럼 다시 하겠다고 해."
"네. 제발 살려주세요."


다시 차를 돌렸다. 아이는 남자와 함께 그 형님이란 사람을 만났다. 그들은 아이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가족관계 등을 받아 적었다. 휴대폰도 빼앗았다. 형님이 남자에게 돈뭉치를 쥐어줬다. 남자는 그 돈으로 1.5룸을 구했고, 그곳에 아이를 가둔 채 24시간 감시했다.

며칠 후 남자는 아이를 데리고 형님이란 사람을 다시 찾아갔다. 형님은 다른 여자들도 데리고 나왔다. 그녀들도 아이와 비슷한 처지인 듯했다. 형님은 '여행'을 간다고 했다. 그렇게 며칠을 이곳저곳 다녔다.

참혹한 숫자
  
 남자는 아이에게 성매매를 시켰다. 자신이 아이인 척 채팅 어플을 켜서 '일'을 잡았다. 최소 네 번, 많을 땐 여덟 번. 아이가 기억하는 '하루'의 숫자는 그렇게 참혹했다.
남자는 아이에게 성매매를 시켰다. 자신이 아이인 척 채팅 어플을 켜서 '일'을 잡았다. 최소 네 번, 많을 땐 여덟 번. 아이가 기억하는 '하루'의 숫자는 그렇게 참혹했다. ⓒ PIXABAY
  
이후 남자는 다시 아이를 1.5룸으로 데리고 왔다. 남자는 아이에게 성매매를 시켰다. 자신이 아이인 척 채팅 어플을 켜서 '일'을 잡았다. 아이를 차에 태워 '약속 장소'로 데려다준 뒤, 근처에 대기하다 다시 아이를 태워 다음 약속 장소로 이동하길 반복했다.

최소 네 번, 많을 땐 여덟 번. 아이가 기억하는 '하루'의 숫자는 그렇게 참혹했다. 돈은 모두 남자가 가져갔다. 아이의 몸이 망가져갔다. 고통을 이야기해도 병원에 갈 수 없었다.

식사는 인스턴트뿐이었다. 집안일도 아이의 몫이었다. 아이의 호소에 남자는 폭력으로 대응했다. 머리와 뺨을 때리는 건 일상이었고, 배를 발로 찬적도 많았다. 칼이나 드라이버를 들고 "눈깔을 파버리겠다"는 말도 자주했다.

그렇게 두 달 쯤 지났다. 그날의 약속 장소는 어느 자동차였다. 아이가 차에 올랐다. 차 안에 있던 사람은 경찰이었다. 이른바 '위장수사'로 아이는 구조됐다. 하지만 아이를 집에 돌려보내는 것 외에 경찰의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집에 왔지만 아이는 여전히 불안했다. 이전부터 남자는 "네가 아무리 도망쳐도 소용없다"고 말해왔다. 남자는 아이의 모든 것을 알지만, 아이는 남자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남자는 이름도, 나이도 알려주지 않았다. 아이는 지나가듯 들은 '○○이'라는 남자의 별명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집 앞에서 기다리진 않을까?', '통학길에 어린 동생을 납치하면 어떡하지?' 등의 생각이 아이의 머리를 뒤덮었다. 가족들에게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움에 시달렸다. 극한의 공포심은 남자에게 다시 전화를 거는 것으로 이어졌다.

남자는 "일단 만나자"고 했다. 아이를 만난 그는 "네가 여기서 그만두면 나와 적이 되는 것"이라며 협박했다. 형님이란 사람도 전화로 "널 납치해 어디에 가둬둬야 하나, 그런 생각까지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렇게 아이는 다시 납치됐다. 가족들의 실종신고도 소용없었다. 이전엔 두 달이었지만, 이번엔 2년 4개월이 걸렸다. 고통의 시간을 보낸 아이는 다시 경찰의 위장수사로 구조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 외에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아이는 결국 가족에게 모든 걸 털어놨다. "괜찮아. 이렇게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야"라는 말이 돌아왔다. 고민 끝에 아이는 주변의 도움을 얻어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그제야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남자의 행방은 묘연하다.

착취자, 이용자, 방관자

지난 12월 이 피해자를 만났다. 그녀는 "두 번째 구조돼 집에 오는 길에도 너무 무서워서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살다간 죽어버릴 것 같았다"라며 눈물을 쏟았다.

이 피해자를 포함해 5명의 피해자가 용기를 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모두의 이야기가 마찬가지였다. '판결서 인터넷 열람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판결문 219개에도 참혹한,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거나 외면했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2020년 1월~10월 선고, '대법원 판결문 검색 서비스' 통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중 성매수·강요행위·알선영업행위 등 키워드 검색).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2015~2019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2조(성을 사는 행위 또는 성착취물을 제작하는 행위의 대상이 될 것을 알면서 아동·청소년을 매매), 14조(폭행·협박 등으로 아동·청소년이 성매수 상대방이 되게 한 행위 등), 15조(아동·청소년 성매수를 알선한 행위 등) 혐의로 기소된 사건만 1682건에 달했다. 미성년자를 성매매 대상으로 내몬 사건 중 검거돼 재판을 받은 건만 이 정도다. 

이러한 일이 가능하도록 만든 '수요자', 즉 성매수범(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3조) 또한 지난 5년 1711건이나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성매수 사건의 판결문을 분석해보니 처벌은 대부분 벌금 혹은 집행유예에 그쳤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매매가 아니다. 이 구조 속에 매매는 존재하지 않았다. 착취의 가해자,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자와 방관하는 자만 있을 뿐이다. 그 사이에서 피해자는 몸과 마음이 무너져갔다.

<오마이뉴스>는 오늘부터 총 아홉 차례에 걸쳐 '미성년자 성매매'의 실태를 해부한다. 더 나아가 이 기획을 통해 그것을 '매매'를 넘어 '착취'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

n번방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한민국 곳곳에 n번방이 살아 있다.

#미성년자#성착취#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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