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당 안팎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영남권에서는 홍준표, 서병수 의원 등이 "어이없는 상황"이라며 비판 글을 올렸고, 김기현 의원은 "용기 있는 진심"으로 평가했다.
홍준표·서병수, 김종인 비대위원장 사과에 반발
김 비대위원장은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 용서를 구한다"고 발표문을 읽었다. 그는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라며 "우리 당은 당시 집권 여당으로서 그러한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통치 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고도 했다. 두 대통령을 향해 "특정한 기업과 결탁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 과정의 편의를 봐준 혐의", "공적인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죄상"을 언급한 그는 통렬한 반성과 인적쇄신을 강조했다.
그러나 고개를 숙인 김 비대위원장과 달리 영남권 의원들은 페이스북 공개 글로 불편한 감정을 표출했다. 무소속 홍준표(대구 수성을) 의원은 이날만 두 번의 글을 올렸다. 그는 "실컷 두들겨 맞고 맞은 놈이 팬 놈에게 사과를 한다? 참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세모 정국"이라고 비난했다.
"대표성도 없고 뜬금없는 사과"라고 평가한 홍 의원은 "사과를 하려면 지난 6개월 동안 야당을 2중대 정당으로 만든 것을 사과해야지. 25년 정치를 했지만 이런 배알도 없는 야당은 처음 본다"고 비꼬았다.
심지어 범죄심리학 용어까지 등장했다. 그는 한 차례 더 올린 글에서 김 비대위원장의 사과를 '스톡홀름 신드롬'으로 지칭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사과가 인질이 인질범들에게 동화되어 그들에게 동조하는 비이성적 현상과 같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서병수(부산 부산진갑) 의원도 김 비대위원장의 긴급 사과문에 의문을 표시했다.
'내불남로'로 글을 시작한 서 의원은 "무능한 자이며 여성이라는 성적 편견으로 몰아붙여 자신의 적폐를 덮어씌운 일부 무책임한 세력에 의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었다는 게 나의 소신"이라면서 "그렇지만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했다"고 밝혔다. "보수주의자로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지만, 차후 재평가의 기회가 있으리라 확신했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사과할 게 있었다면, 기업 할 자유를 틀어막고 말할 권리를 억압하고 국민의 삶을 팽개친 입법 테러를 막아내지 못한 것에 국민을 뵐 면목이 없다는 통렬한 참회여야 옳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김기현 "미래를 위한 용기" 평가, 전문 올린 황보승희
반면 같은 당 김기현(울산 남구을) 의원은 '다른 생각'을 제시했다. 그는 "김종인 위원장 대국민 사과는 '굴욕'이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용기 있는 진심"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국민 사과를 계기로 우리 국민의힘은 수권정당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기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며 "더 많은 '혁신과 쇄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보승희(부산 중영도) 의원도 개인적 입장을 덧붙이진 않았지만, 사과문 전문을 올려 김 비대위원장에 동조의 뜻을 나타냈다.
한편, 지역언론인 <영남일보>가 앞서 조사한 대구경북(TK)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응 또한 크게 나뉜다. 전날인 14일 <영남일보>는 지역 의원 24명을 대상으로 김 비대위원장의 사과 찬반 여부를 조사한 결과 8명이 찬성했고, 5명은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판단을 유보한 의원은 7명이고 무응답은 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