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 7일 오후 6시 56분]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법적으로 완전한 효력
미국 의회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공식으로 확정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7일(미국 현지 시각) 미 상하원은 합동회의를 열어 11.3 대선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전체 선거인단의 과반인 306명을 확보한 투표 결과를 그대로 인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얻은 선거인단은 232명이다.
이로써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은 법적으로 완전한 효력을 갖게 되었으며, 오는 20일 공식 취임하게 된다.
그동안 의회의 대선 결과 인증은 형식적인 절차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고, 여기에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난항이 예상됐다.
더구나 이날 회의가 시작된 지 1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면서 중단됐다. 지금까지 4명이 숨지고 50여 명에 체포되는 유혈 사태로 번졌다.
현지 언론과 주요 정계 인사들은 시위대를 '폭도'(mob)로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결국 정회 6시간 만에 재개된 회의에서 공화당은 애리조나주와 펜실베이니아주의 투표 결과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으나, 양원 의원들의 토론과 투표를 거쳐 모두 부결됐다. 결국 7일 새벽 3시(현지 시각)가 넘어서야 바이든의 당선이 확정됐다.
이의를 제기한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나의 이의가 옳다고 믿는다"라면서도 앞서 의사당에 난입했던 시위대를 비판했다.
트럼프 "투표 결과 동의 안 해... 계속 싸울 것"
의회 인증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보좌관의 트위터를 통해 성명을 내고 "나는 투표 결과에 전혀 동의하지 않고, 팩트는 나를 지지하고 있지만, 평화로운 권력 이양(orderly transition)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사당에 난입한 시위대를 독려하고 감싸는 트윗을 올렸다가 트위터 측으로부터 계정이 정지당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합법적인 표만 집계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한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항상 말해왔다"라며 "나의 위대한 첫 대통령 임기는 끝났지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열릴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 참석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1신 : 7일 낮 1시 21분]
충격에 빠진 미국... "트럼프는 반역죄, 당장 탄핵해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확정하기 위한 미 의회 회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강성 지지층의 의사당 난입으로 긴급 중단되고 총격으로 사망자까지 발생하며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미 의회는 현지 동부시각으로 6일 오후 1시 각 주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고 바이든의 당선인을 법적으로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 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의사당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바리케이드를 넘어 의회 안으로 난입했다. 경찰은 최루가스를 쏘며 대응에 나섰지만 예상치 못한 사태에 당황하며 방어에 실패했다.
결국 의사당 안에 진입한 시위대는 상원 의장석과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사무실 등을 점거했다. 또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여성 1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경찰과 시위대가 부상으로 병원에 이송되는 등 유혈 사태까지 벌어졌다.
미 NBC 방송은 "의사당 안에서 한 여성이 법 집행관이 쏜 총에 맞았다"라고 보도했으나, 경찰의 구체적인 사건 경위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날 시위를 독려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가 심상치 않자 트위터에 "경찰과 법 집행관을 지지해달라. 그들은 진정 우리나라의 편"이라고 자제를 당부했다. 또한 별도의 동영상 메시지를 만들어 "당장 집으로 돌아가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경찰은 4시간 만에 시위대를 몰아내고 의사당의 안전을 선언하자 긴급 대피했던 의원들이 돌아왔다. 상원의장을 겸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회의를 재개하며 "폭력은 승리하지 못했다"라고 시위대를 비난했다.
의사당이 있는 미국 수도 워싱턴D.C. 특별자치구는 오후 6시부터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1100여 명의 방위군을 투입해 의사당 주변에서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다.
"트럼프 당장 탄핵해야... 반역죄로 기소하자"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사당에서 전례 없는 혼돈과 폭력이 벌어지자 미국을 넘어 전 세계가 충격과 실망을 감추지 못하며 신랄한 비난을 쏟아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의 불명예와 수치의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대선 결과에 대한 현직 대통령의 거짓말로 인해 지지자들의 환상은 현실에서 더욱 멀어졌고, 이제 우리는 수년간 뿌리내린 그들의 분노가 일으킨 폭력의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지미 고메즈 의원은 "이런 것이 바로 쿠데타가 일어나고, 민주주의가 죽어가는 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반역죄(treason)로 기소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아이아나 프레슬리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재소집되는 대로 하원에 의해 당장 탄핵당해야 하고, 상원 인준을 받아 끌어내려야 한다"라며 임기 만료가 아니라 탄핵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오늘 일어난 사태는 내부 테러"라며 "미국 국기가 근거 없는 음모론에 이용되는 것은 이 나라의 수치이며, 모든 미국인이 그것을 혐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였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트위터에 "미국 의회의 수치스러운 장면"이라며 "미국은 전 세계의 민주주의를 대표하기에 평화롭고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CNN은 헤드 라인에 "트럼프의 임기가 '미국인 학살'(American Carnage)로 끝났다"라고 쓰며 "오늘 같은 사태가 그리 놀랍지 않을 정도로 미국 민주주의의 수준이 바닥에 떨어졌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인 학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취임사를 비롯하 여러 공개 석상에서 미국 사회의 문제를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 의사당에서 총격이 발생하고, 최루가스가 퍼지고, 의원들이 대피하는 등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벌어졌다"라며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가 폭력적인 종말을 맞았다"라고 비난했다.
이 신문의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미국 역사에서 몸서리쳐질 정도로 부끄러운 날"이라며 "그동안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쿠데타 시도를 취재해왔지만, 결국 미국에서 벌어진 쿠데타 시도를 취재하게 됐다"라고 안타까워했다.
AP통신 "미 의사당은 지난 수세기 동안 가끔씩 시위와 폭력의 현장이기도 했지만, 이날 사태는 대통령의 암묵적인 독려와 자유롭고 공정한 대선 결과를 뒤집는 근본적인 목표 때문에 더욱 충격적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시위대 감싸는 트럼프... 트위터, 트럼프 계정 강제 정지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불복을 고집하며 시위대를 감쌌다. 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시위대는) 오랫동안 매우 부당하게 대우받아온 위대한 애국자들"라며 "성스러운 나의 대선 압승이 악의적으로 사라졌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상원의장으로서 바이든 당선인 승리 확정을 막지 않은 펜스 대통령을 겨냥해서도 "우리의 나라와 헌법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용기가 없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트위터와 페이스북 측은 규정 위반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게시물을 잇달아 삭제했다.
더 나아가 트위터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잠정 정지시키며 규정을 계속 위반할 경우 영구 정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위터가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강제로 정지시킨 것은 처음이다.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 게시물에 대해 자사의 선거 공명성 정책(Civic Integrity Policy)을 심각하게 위반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금까지 트위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왔던 조치들 가운데 가장 가혹한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