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라이트 없이 자연광을 활용하기 때문에 전력소모가 적은 반사형 디스플레이 원천 기술이 개발됐다. 사람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조류의 투명 구조물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광학 요소 어레이(array) 기술도 개발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원장 박용목)은 조류 깃털의 구조색을 모방한 '반사형 디스플레이 원천기술'과 조류충돌 방지를 위한 '광학 요소 어레이(array)'를 최근 개발하고 관련 특허 2건을 출원했다고 26일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번 특허 출원은 국립생태원 생태모방연구팀과 연세대학교 글로벌융합공학부 여종석 교수팀이 2018년부터 공동으로 추진한 조류 깃털 구조색 모방연구를 통해 달성했다.
생태모방이란 인간 사회의 기술·공학적 문제 해결을 위해 생태계 또는 생물자원의 기본구조, 기능 및 생태계시스템의 원리 등을 모방·응용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생태모방 제품으로는 1955년 스위스에서 식물 도꼬마리의 가시를 모방하여 작은 돌기를 가진 잠금장치 '벨크로(일명 찍찍이)'가 있다.
이번에 개발된 '반사형 디스플레이 원천기술'은 일부 조류 깃털에서 나타나는 파란색, 녹색 등의 화려한 색채가 색소가 아닌 깃털 내부의 특수한 미세구조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연구진은 각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보관 중인 파랑새, 어치 등 국내 서식 조류 10종의 사체로부터 깃털을 확보해 구조색 발현 원리를 분석했다.
환경부는 "조류 깃털의 구조색이 베타-케라틴(β-keratin)과 멜라닌 나노입자의 배열에 따른 빛의 선택적 반사에 의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 구조를 모방한 광학소자를 제작하여 구조색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재 많이 쓰이는 디스플레이는 투과형 디스플레이로서 '백라이트'가 필수로 들어가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 뒤에서 강한 빛(백색광)을 비추고, 패널 내의 컬러필터를 통과한 색을 사람이 인식하는 구조이다. 색 구현이 용이하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디스플레이의 대부분의 영역에 백라이트가 배치되기 때문에 전력이 많이 소모되며 주변이 밝은 곳에서는 시인성이 떨어진다.
반사형 디스플레이는 백라이트 없이 자연광을 이용하는 디스플레이이다. 백라이트가 없어 전력소모가 적으며 자연광을 이용하기 때문에 주변이 밝을수록 더 선명하게 보이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개발된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광학 요소 어레이(array)'는 해마다 약 800만 마리의 야생 조류들이 건물 유리와 방음벽에 부딪혀 폐사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다.
현재 조류 충돌방지를 위해 투명구조물 표면에 스티커나 필름 등을 부착하는 방식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주변 환경에 따라 색의 대조가 저감되어 조류가 인식하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쉽게 손상될 수 있다. 또 사람의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시야를 방해한다.
새롭게 개발된 구조색 모방 기술은 자외선 및 가시광을 구조적으로 회절 또는 산란시키는 광학 요소를 투명구조물 표면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구조물이 조류에게는 인식되나 사람의 시야는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심미적으로 뛰어나다.
환경부는 "유리창이나 방음벽 등 투명구조물 표면을 선형, 방사형 등 특정 형태의 나노구조 배열로 제작하면 나노구조에서 반사되는 빛을 감지한 조류가 구조물을 인식하고 충돌을 피하는 원리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국립생태원 생태모방연구팀은 2019년에도 도토리거위벌레를 모방한 확공용 드릴을 개발해 특허를 등록했다. 최근에는 '생태모방 확공용 공법 적용을 위한 생물·생태 특성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생태모방연구 등 자연에서 배우는 친환경 기술은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하다"며 "앞으로도 국가 녹색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생태와 관련된 응용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