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백운규(56)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9일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백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오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행은 피의자가 산업부장관으로서 직권을 남용, 한국수력원자력(주) 및 그 관계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하고, 월성 1호기 관련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피의자는 원전의 즉시 가동중단을 지시하거나 경제성 조작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다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한 사실 및 그로 인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사실이 모두 증명되어야 한다"며 "그런데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의자의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보기 부족하고, 범죄혐의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이므로, 피의자에게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오 부장판사는 또 "이미 주요 참고인이 구속된 상태이고, 관계자들의 진술이 확보된 상태이어서 피의자에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백 전 장관의 영장실질심사는 대전지법 301호 법정에서 8일 오후 2시 30분에 시작되어 6시간이 넘은 오후 8시 50분까지 진행됐다. 백 전 장관은 법정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에게 "월성1호기 조기 폐쇄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국정과제였다"며 "제가 장관 재임 때 법과 원칙에 근거하여 적법절차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이 검찰이 청구한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윗선인 청와대를 향하던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대전지검 형사5부는 백 전 장관이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과정과 경제성 평가 등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530건을 삭제한 산업부 공무원 3명에게 이를 지시 또는 관여한 혐의 등으로 지난 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