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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개의를 기다리고 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개의를 기다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회의원 등을 조직적으로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을 인정했다. 다만 4.7 재보궐선거 등을 감안해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신중하게 후속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MB 국정원 불법사찰 의혹' 관련 보고를 진행했다. 국정원은 사찰 대상과 기간, 정보목록 등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2009년 12월 16일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어떤 지시가 내려졌고, 이후 무슨 절차를 밟았는지 상세히 설명했다. 회의 뒤 여당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야당 간사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기자들에게 보고 내용을 간략히 알렸다.

2009년 12월, MB 민정수석실의 지시

김병기 의원은 우선 불법사찰 의혹은 다가오는 선거와 무관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의 정보공개소송 승소에 따라 국정원이 지난해 12월 전담TF를 꾸려 대응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15일까지 총 151건의 정보공개청구를 접수했고, 정보가 존재하지 않거나 부분공개한 110건은 종결처리했으며 나머지 41건은 현재 처리 중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청구인의 요청에 따라 2009년 12월 16일 치 민정수석실의 지시내용이 담긴 문건이 있었다.

"민정수석실에서 정치인 등 주요 인사의 신상자료를 요청한 내용이다. 

'VIP(대통령) 통치 보좌는 물론 대정부 협조관계 구축 및 견제 차원에서 여야 국회의원에 대한 신상자료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음. 민정수석실은 검찰·국세청·경찰 자료를 국정원에 지원하고, 국정원이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자료를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민정수석실에서 요청할 경우 보고서 형태로 바로 지원한다. 이와 별도로 국정 저해 정치인 견제 차원에서 해당자 비리정보도 요청한다'."


김 의원은 "이후 중단 지시가 내려온 적이 있냐는 질문에 (박지원 원장이) '그런 것은 확인하지 못했고, 다만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내정보 분야를 중지시켜 중단된 걸로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또 "국정원은 박근혜 정부라든지 기타 불법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며 "진상조사위원회 같은 기구가 꾸려지면 그때 보겠다는 것이라서 국정원 스스로 자체 TF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야당도 이번 일이 '불법사찰'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태경 의원은 "국정원에선 이 사찰 정보를 '직무범위이탈정보'라고 공식적인 이름을 붙였다"며 "정보 내용이 불법이 맞고, 미행이나 도청 방법을 사용했다는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은 국정원이 가진 정보 중에서 개인 관련 불법정보는 폐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문제는 적법한 국가기밀이 같이 폐기되면 안 되기 때문에 박지원 원장이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야당 위원들도 공감했다"고 했다.

"국정원장이 '국정원 60년 불법사찰 흑역사'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 60년 불법사찰 흑역사 처리 특별법 같은 걸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어떤 내용이 포함돼야 할지는 민주당과 협의할 의향이 있다."

다만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국정원의 불법사찰이 있었는지를 두고는 여야의 평가가 엇갈렸다. 하태경 의원은 ▲김대중 정부 때 임동원·신건 두 국정원장이 불법도청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8년 2월 5일에 국정원에서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 관련 파일을 작성한 점 등을 들며 "야당 입장에선 다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병기 의원은 "2008년 2월 5일 있었던 것도 (국정원이) 책임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지만, 개인의 일탈이지 참여정부 등에선 국정원 조직이 동원된 사찰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흑역사'에 긴장한 국정원... "박지원도 부담스러운 것"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정원은 잊을 만하면 또다시 드러난 불법사찰 의혹에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김병기 의원은 "전체적으로 박지원 원장의 답변이 굉장히 모호성을 유지했다"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해석을 너무 여러가지로 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국정원 자체) TF팀이나 정보위원 3분의 2 이상 요구가 있으면 문서를 해제해서 보겠다는 것은 일관된 답변"이라며 "(국정원장) 본인도 굉장히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야당으로선 선거에 이 내용들이 악용되는 것을 국정원이 방조할 여지를 걱정했다"며 "박지원 원장도 '이 이슈가 선거에 연결되는 건 굉장히 조심스럽고 그래선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부산의 한 후보(박형준 당시 정무수석)에게 이 문제를 연결시키는 정치적 공격이 있었다"며 "(국정원장은) 오늘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에서 박형준 또는 정무수석실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분명히 답했다. 국정원이 (이번 일이) 선거와 연결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는 한 가지 예"라고 봤다.

국회 정보위는 이날 국정원이 먼저 불법 사찰정보의 규모 등을 정리하고, 향후 계획을 세워오라고 요구했다. 김병기 의원은 "(불법 사찰정보 목록) 공개촉구 결의안은 제출했고, (이후 국정원 상황 등을 봐서)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가겠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정보위에 무엇을 공개하라고 할지도 상의가 필요하다"며 후속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국정원#MB정부#불법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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