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일어나는 유형을 보니 실질적으로 불안전한 상태의 작업자 행동에 의해 많이 일어나더라. 불안전한 상태(환경)는 안전 투자를 통해 바꿀 수 있지만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은 (개선하기) 상당히 어렵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이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 참석해 '현대중공업 산재에 대한 대책이 무엇이냐'라는 박덕흠 무소속 의원의 질문을 받고 한 답변이다.
한 사장은 "저희 (현대중공업) 작업장은 직원 3만 명이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중량물을 취급해 정형화된 작업보다 비정형화된 작업이 많다. 항상 표준작업에 의한 작업을 유도하는데, 아직 불안전한 행동을 하는 작업자가 많다"면서 위와 같이 설명했다.
이에 '산업재해가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냐'라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한 사장은 뒤늦게 "질의하는 걸 대답하는 과정에서 말솜씨가 없어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작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던 발언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현대중공업 최근 5년, 16명 산재 사고로 사망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6명이 산재사고로 인해 사망했다. 청문회에 참석한 9개 기업 중 유일하게 6년 연속 산재 사망자가 발생한 사업장이기도 하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에서 2016년 5명, 2017년 2명, 2018년 3명, 2019년 3명이 산재로 숨졌다. 지난해에는 4명이 사망했다. 올해도 지난 5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40대 노동자가 용접 작업 후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중 철판이 흘러내려 머리가 끼이는 사고로 사망했다.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산재 신청 건수 역시 2016년 297건에서 지난해 653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해 한 사장은 "실질적인 사고가 는 것이 아니라 난청과 근골격계 같은 재해도 산재로 집계하는 등 기준이 바뀌어 산재 신청이 늘어났다"라고 답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지난해 여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74년 현대중공업 설립 이후 46년 동안 중대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수가 470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1년에 10명이 넘는 수치로 추락과 협착, 과로사, 폭발, 질식, 감전 등 중대재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산업재해가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백 명 노동자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현대중공업 법인과 대표이사가 책임을 진 적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2004년 하청노동자의 중대재해 사망사고 4건이 연달아 일어나자 현대중공업 안전보건총괄 책임자가 구속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날 한 사장은 '산재 관련 예산이 부족하다'라는 의원들의 지적에 "필요하다면 산재 관련 예산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라고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는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을 비롯해 건설·택배·제조업 분야에서 최근 2년간 산재가 자주 발생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 한성희 포스코건설, 우무현 GS건설, 이원우 현대건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 부문,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등 9개 회사 최고경영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