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4개월 이상 걸렸으니 앞으로는 3개월로 줄여 나가겠다고? 근로복지공단의 이런 답변에 우리는 할 말을 잊는다. 일하다 병든 사람의 절망... 근로복지공단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산재) 처리기간 단축' 등을 촉구하며 이같이 밝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는 23일 근로복지공단(이사장 강순희) 창원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다양한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2, 3년씩 걸리는 '직업성 암'을 예외로 하고,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직업병인 근골격계질병의 경우 산재신청부터 승인 여부 결정까지 처리기간은 4개월 이상이다. 2019년 처리기간은 평균 136.5일이었다.
이에 금속노조는 2020년 말부터 '산재처리 지연 문제'를 지적하며 전국 투쟁을 벌였다. 노동자들은 근로복지공단 본부와 전국 지사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금속노조는 ▲ 공단 일선기관이 재해조사 소요기간을 단축할 것 ▲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판정위)에서 심의하는 사건 절대 건수를 줄일 것 ▲ 판정위 심의공간을 확보해 회의 개최를 늘리고 인력을 확대할 것 ▲ 현재 마련된 추정의 원칙에 해당하는 질병을 지사에서 자체 심의하고 추정의 원칙 범위를 확대할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은 ▲ 재해조사 절차 표준화·효율화 ▲ 업무관련성 특진 확대 ▲ 기간 단축 노력 ▲ 판정위 소위원회 의결권 화복 ▲ 추정의 원칙 확대 ▲ 모니터링 강화 등을 통해 산재처리 기간은 4개월에서 3개월로 줄이겠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개선안'을 발표, "무상질병 판정의 신속, 공정성 강화를 한다"면서 "특별진찰 결과 '업무 관련성 매우 높음' 소견이 나올 경우 판정위 심의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했다.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의 대책에 대해, 금속노조는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고용노동부의 '특별진찰 결과 업무 관련성 매우 높음소견이 나올 경우 판정위 심의 대상 제외' 방안에 대해, 금속노조는 "특별진찰은 근로복지공단의 업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특별진찰 결과 '매우높다'는 소견이 나오는 것은 하늘에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대책이라며 내놓은 것은 산재노동자의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근로복지공단의 대책에 대해, 금속노조는 "처리기간을 단축할 방안이 명확하게 있음에도 공단은 핵심적인 개선안은 뺀 채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한 면피성 대책만을 내놨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전히 산재 노동자들에게 3개월이 넘는 시간을 기다리며 알아서 고통을 감내하라는 잔인한 근로복지공단과 강순희 이사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직업성 암과 근골격계질병 조사결과에 따른 결과에 차별을 둔 것은 근로복지공단과 노동부가 지난 10년 동안 그래온 것처럼 생존의 벼랑에 내몰린 산재노동자들의 고통 호소에는 귀를 막고 사업주들과 자본가단체의 눈치를 보며 굴복했음을 확인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없이 늘어지는 산재 승인 여부를 기다리며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사직을 강요당하고, 치료를 중단한 채 회사에 복귀해 고통 속에서 병을 키우고, 대출로 치료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며 생활고 속에서 불안에 떨어야 하는 직업병 산재 노동자들의 이중 삼중의 고통을 끝내 외면하겠다는 것인가? 신속한 산재보상은 어디로 간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 "신속하고 제대로 된 치료와 재활을 통한 사회복귀는 어디로 간 것인가?"며 "현재의 산재보험 행정은 고통받는 산재 노동자를 우롱하고 기만하는 사회적 범죄 행위다"고 덧붙였다.
금속노조는 "산재 노동자와 가족의 고통을 외면한 근로복지공단과 강순희 이사장에 대한 책임을 묻고, 산재보험을 신속・공정성이 보장되는 산재노동자 보호제도로 개혁하기 위해 2021년 금속노조 전 조직의 총력을 모아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일식 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은 "산재 노동자와 가족은 신청을 해놓고 판정을 기다리는 시간이 마치 법원의 판결 선고를 기다리는 것과 같이, 초조하고 불안하다"며 "산재처리 기간을 단축해 노동자들이 빨리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