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 3곳의 스파(마사지샵)에서 연쇄 총격으로 8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 6명이 아시안 여성이었고, 그 중 4명이 한인이었다.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김연경씨에 따르면, 애틀랜타 골드 스파와 아로마테라피 스파에서 사망한 한인은 70대 여주인과 종업원인 70대와 50대의 박아무개씨, 60대의 유아무개씨다. 골드 스파에서 사고를 피한 종업원은 백인 남성이 '아시안을 다 죽이겠다'고 말한 후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경찰은 혐오범죄임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범인의 성중독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인종적 동기가 아니라 자신이 성중독에 빠져 있어 유혹하는 대상을 제거하려 했다고 진술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 교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사건 당일 사건현장 인근 2곳의 업소를 방문했던 김연경씨는 "사건 직후 경찰이 찾아와서 '인근 업소에 백인이 총기를 난사하며 아시안들을 죽이겠다고 난동을 피워서 문을 잠그고 아무에게도 열어주지 말고 조심하라'고 매니저들에게 주의를 주고 갔다"라고 전했다.
애틀란타에 거주하는 하영선씨는 "인종주의가 원인이 아니라고 범인이 자백했다"라는 뉴스에 "백인우월주의자들 끔찍하다. 불운한 날을 보내면 막 살인해도 되는 것인가? 경찰부터 저러니..."라고 말했다.
독일에 거주하는 클레어함씨는 "경찰이 뭐라고 판단하든, 아시아 여성을 페티쉬 상대로만 간주하는 전형적인 성적 대상화와 인종주의(혐오범죄)는 사실 별개의 문제라기 보다는 같은 뿌리를 가진 것 아닌가"라고 되물은 뒤 "기본적으로 유색인종의 여성을 동격의 인격체라고 여기지 않으니 저런 만행을 저지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의사 폴송씨는 "애틀란타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그들 중 다수가 생계를 위해 한 일은 무관하다. 그들은 모두 누군가의 딸이었고 더 나은 대우를 받을 만했다. 나는 두 딸을 둔 아버지로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날 지경이다. 내가 어렸을 때 참았던 끔찍한 아시안 혐오와 편견이 과거의 것이라고 생각했다니 순진했다"라고 밝혔다.
기록 갱신 중인 총기 구매
혐오스러운 언사와 오염된 정보는 참사의 씨앗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우한) 바이러스'라고 강조한 것이 락 다운 이후 발생한 아시안 혐오범죄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총기 구입 건수 또한 계속 경신중이다. CNN에 따르면, 2020년 미국에서는 2300만개의 총기가 판매되었다. 이는 1390만개가 판매된 2019년과 비교해 65% 증가한 수치이다.
2021년 1월 미시간주에서는 총기구입을 위한 FBI 신원조회가 전년 1월에 비해 155 % 증가했고, 뉴저지주에서는 전년 1월보다 240% 증가했다. 조지아주에서도 신원조회 건수가 90만4035명으로 전년보다 68%가까이 증가했다.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은 17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총격범의 범행 동기가 아직 분명하지는 않지만, 희생자들의 신원은 반드시 끝내야 하는 반(反)아시안 폭력의 놀라운 증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총기 폭력의 전염병을 방치해왔다"라며 "우리가 상식적인 총기 안전법을 제정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증오와 폭력의 패턴을 뿌리뽑기 위해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다"라고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앤디김 (민주, 뉴저지)의원, 매릴린 스트릭랜드(민주, 워싱턴) 등 한인 의원들도 애틀란타 총격 사건의 희생자들이 아시아계였다고 지적하며, 그들을 기리고 치유하기 위해 전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폭력은 모든 유색인종에 대한 폭력과 인종 차별이라는 시스템의 일부이다. 경찰은 아시아계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순찰을 늘리는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인종차별 철폐와 총기규제 없이 총기 난사 사건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총기 폭력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과 브라이언 캠프 조지아주 주지사, 라파엘 워녹 연방상원의원, 샘박 주의원 등 정치인들도 비극을 규탄하고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한인들과 아시안 단체들은 체계적 인종차별과 성차별 폭력에 대항하여 연대할 방법을 모색 중이다.
시민단체인 '정의를 위한 아시아계 미국인들 (AAAJA)'은 희생자와 가족들을 돕기 위한 정보를 공유하며, 지역사회 집단 성명서를 발표하기 위해 공동서명할 개인과 단체를 모으고 있다. (bit.ly/aaajcommunitystatement)
비영리단체인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증오를 멈추라(Stop AAPI Hate)'는 지역 사회의 요구에 대응하여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폭력이 일어나는지 확인하려고 노력 중이며, '혐오 범죄를 겪고 있거나 목격한 분들을 위한 안전 조언' 등 정보 및 교육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https://stopaapihate.org/resources/)
장승순 교수(조지아텍) 등 애틀란타 한인들은 입장문 발표와 온라인 피케팅을 계획 중이다. <가정폭력 101> 강연이 예정되어 있는 오는 20일에는 혐오범죄, 총기 폭력 규탄 집중 피케팅이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