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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왼쪽), 유가려 씨가 자신들에게 가혹행위와 허위진술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 국정원 직원들의 1심 속행 공판에 앞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9일 오후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왼쪽), 유가려 씨가 자신들에게 가혹행위와 허위진술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 국정원 직원들의 1심 속행 공판에 앞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법정은 2012년 11월 5일로 돌아갔다. 9년 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당사자 유가려씨가 국가정보원 수사관들로부터 극심한 폭행을 받고서 오빠가 간첩이라는 거짓을 시인한 날이다. 유씨는 트라우마로 남은 이날의 기억을 다시 곱씹어내야 했다. 유씨는 증언 도중 말을 잇지 못하고 수차례 눈물을 쏟아냈다.

법정에서는 피해자 측 대리인단과 피고인 측 변호사들의 언성이 높아지는 상황도 수차례 발생했다. 피해자 측은 "피고인 측이 유씨가 한국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사건을 왜곡하려 한다"는 비판을, 반면 피고인 측은 "유씨 발언의 모순을 지적하는 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라며 반박했다. 

법정에서 오열한 유가려 "전기고문실에 끌고 가겠다고 협박" 

유씨는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2단독(송승훈 판사) 심리로 열린 두 명의 현직 국정원 관계자 재판에 피해당사자이자 증인으로 출석했다. 법정에 선 국정원 수사관 유아무개씨와 박아무개씨는 유우성씨 동생 유가려씨를 감금하고 폭행해 '오빠가 간첩'이라는 허위 진술을 받아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13년 6월에 진행된 유우성씨 재판에서 "유가려를 폭행한 적이 없다"라고 증언한 부분으로 위증 혐의도 받고 있다.

유가려씨가 이들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날이 두 번째다. 유씨는 지난 12월 9일 진행된 검찰 주신문에 출석해 3시간 가량 증언한 바 있는데, 피고인 측이 유씨를 법정에 다시 불러 세울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날 유씨는 피고인 측 반대신문에 따라, 폭행이 가장 극심했던 2012년 11월 5일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냈다. 유씨는 '오빠는 간첩'이라는 허위 진술을 받기까지 피고인들이 손과 발 등을 이용해 수차례 폭행하거나 머리채를 잡아서 벽에 찧기도, 나아가 전기고문실에 끌고 가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날 제가 너무 맞아서 정신도 없었어요. 너무 맞아서... 혼자 일어나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벽을 손으로 짚고 이렇게 기어올라서 서야 했어요. 근데도 피고인들이 저한테 정신 안차리면 혼내주겠다면서, '정신차리게 해줄게'이러면서 저를 전기고문실로 끌고 갔어요. 제 발로 (전기고문실까지) 갔다고 하는데 그건 전혀 아니고요. 다 거짓이고요"

이어 유씨는 피고인들이 자신의 등쪽에 '회령 화교 유가리'가 적힌 A4 용지를 붙이고서 남들 다 보이는 곳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다고 했다. 유씨는 당시 피고인 박아무개씨(여)가 자신을 가르키며 "탈북자로 가장해 들어온 나쁜년이다, 얼굴보세요 구경하세요"라며 모욕을 줬다고 말했다.

"제가 운동장 한복판에도 서 있었고, 복도 안에도 서 있었는데 뭐가 먼저였는지는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때 제가 머리를 푹 숙이고 있었어요. (너무 맞아서) 머리가 산발된 상태였으니까. 너무 맞아서 힘든 상황이라 제 앞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고개 들어 볼 수 조차 없었습니다."

유씨는 "폭행을 당하다 운동장 등에서 망신을 당하고, 다시 조사실로 끌려 올라왔다. 그때 (옆집에 사는) 라아무개 이모님을 봤다"고 말했다. 유씨가 언급한 라씨는 피고인 박씨가 불러서 온 사람으로, 조사실에서 유씨를 만나 "여기서는 거짓말하면 안 된다"라며 화교 신분을 실토하라고 밝혔다고 한다. 유씨가 재북 화교임을 자백한 것은 이때의 일이다.

"국정원, 유가려 재북 화교인지 알고 있었다" 
 
 19일 오후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왼쪽), 유가려 씨가 자신들에게 가혹행위와 허위진술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 국정원 직원들의 1심 속행 공판에 앞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9일 오후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왼쪽), 유가려 씨가 자신들에게 가혹행위와 허위진술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 국정원 직원들의 1심 속행 공판에 앞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피고인 측은 앞선 증언을 다 들은 후에도, 유씨가 법정에서 "화교 신분임을 밝히기 전에는 맞지 않았다"라고 증언한 부분을 들어 반격하기 시작했다. 

이에 유씨는 울분을 토하며 "가장 가혹했던 폭행도, 망신주기도, 화교임을 인정한 것도 다 11월 5일 그날 생긴 일이다"라며 "일의 선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날 그렇게 힘들게 매 맞고 당한 건 분명한 사실이지 않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이 휴정된 직후 <오마이뉴스>와 만난 대리인단은 "당시 피고인들은 2012년 10월 30일부터 11월 4일까지 유씨의 얘기를 다 들어줬다가, 11월 5일이 되자 태도를 확 바꿨다. 이들은 유가려씨에게 자료를 탁 내밀며 '너 왜 거짓말했어?'라 묻고는 심리적으로 무너뜨리는 방식을 사용했다"면서 "직후, 유씨에게 갖은 폭행과 모욕이 일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리인단은 "피고인 측은 유가려씨가 말이 서툴고 한국 표현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되레 유씨가 거짓말하고 있다며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지금 피고인 측은 판사에게 사실을 보여준다기 보다 과거 국정원이 유가려씨를 무너뜨리기 위해 사용했던 수사방식을 그대로 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이날 피해자 대리인단은 재판이 끝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전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굉장히 중요한 팩트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 변호사가 유씨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언급된 부분이다.

피고인 측 변호인 : "2012년 처음 조사 받을 당시, 증인이 집 주소를 설명하자 피고인 박씨가 위성 사진 등을 가져오면서 '증인이 설명한 집에는 류○○, 조○○, 유가려가 살지 않냐', 이렇게 되물은 사실이 있죠?"
: "네... 지도가 있었고, '회령'쪽이다 하면서 찍어온 게 있었습니다."


대리인단은 이 점을 들어 "앞서 국정원은 유가려가 재북화교인지 몰랐고, 유씨가 재북화교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거쳤던 것이라고 변명한 바 있다"라며 "하지만 피고인 측 진술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은 이미 유우성과 유가려가 재북화교라는 사실을 (자백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고인들이 유씨의 자백에 앞서 특정 주소의 위성사진을 갖고 있었을 뿐더러 유씨의 가족 구성원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던 점에서 국정원 측 변명이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이어 대리인단은 "피고인 측 주장대로라면, 국정원은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던 것"이라며 "유가려씨의 오빠 유우성씨를 간첩조작하기 위해 불법 구금한 게 인정되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기일은 3개월 후인 6월 18일이다. 유가려씨는 다음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해, 이날 끝맺지 못한 피고인 측 반대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국정원#간첩조작#유우성#유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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