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직장이 멀다는 건 무심코 흘려보내고 있는 시간이 많다는 거다. 나는 7년째 시흥시 은행동에서 인천공항으로 출근 2시간, 퇴근 2시간을 반복한다. 거리나 차 안에서 보내는 이 시간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 오디오북'을 떠올렸다. 밀리의 서재, 윌라를 거쳐 지금은 스토리텔 앱을 이용한다.
월 사용 요금은 신간 책 한 권 정도다. 집에서 실내 자전거를 타거나 청소를 할 때 이어폰을 끼고 듣곤 한다. 물론 제일 효과적인 건 출퇴근 시간에 듣는 거다. 길거리에서 낭비하는 시간 없이 하루를 꽉 채운다는 느낌이다.
한 가지 더 좋은 점은 PC에서 인쇄를 하기 전에 미리보기 기능이 있듯이 오디오북은 마음에 드는 책을 구입하기 전에 충분히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오디오북을 먼저 듣고 정말 좋은 책은 주문을 한다. 오디오북으로 먼저 듣고 책을 사서 읽으면 내용이 눈에 빠르게 읽히면서 한번 더 읽을 수 있다.
귀로 듣고 눈으로 읽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한국인의 독서량은 다른 선진국 들에 비해 낮다고 한다. 격년으로 조사되는 문체부의 2019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의하면 성인 기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종이책을 읽는 사람의 비중은 13.5%라고 한다.
이처럼 책 읽기를 어렵게 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본다. 직장인의 하루 일과는 빠듯하다. 내 경우 오전 6시 30분 집을 나서고 귀가시간은 저녁 8시쯤이다. 맞벌이 부부인 내게 퇴근은 제2의 출근이다. 가사 분담을 하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책을 보려 해도 사실상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게 현실이다.
성인이 책을 읽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종이 책을 읽기보다는 다른 콘텐츠를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거다. 실제 문체부의 조사에서 성인 독서 장애요인으로 다른 콘텐츠가 29.1% , 시간이 없어서가 27.7%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이 독서에 주는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어플을 다운로드하면 전자책(e-book)은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오디오북은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오디오북의 장점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카테고리별로 분류가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잘 모를 때 내 취향별로 선택을 쉽게 할 수 있다. 나는 대형 서점을 가끔 간다. 발품을 팔아가면서 책 고르는 것도 좋아하지만 오디오북을 활용하면 시간이 절약된다. 다만 한 가지, 종이 책을 눈으로 읽으면 기억에 오래 남고 좀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디오북을 출퇴근 시간에 듣다 보면 뭔가 스쳐 지나가고 남는 게 조금밖에 없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앞서 말했듯 휴일에 책을 다시 한번 종이책으로 읽는다. 왜 같은 책을 두 번 읽는지 반문할 수 있겠지만 독서의 힘은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거다. 오디오북 한 번, 종이 책으로 두 번째 읽으면 미처 놓쳤던 부분도 다시 볼 수 있고 기억에 훨씬 많이 남는다.
한 사람의 생각이 들어 있는 책은 그 사람이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을 모은 오래된 사유의 결과물이다. 그 속에서 나온 지혜는 우리 삶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 - 르네 데카르트
나만의 책 읽는 방법을 정리해 본다. 첫 번째 오디오북을 통해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이용을 한다. 두 번째 그 책이 마음에 든다면 구입한 후 주말에 읽는다. 이미 귀로 들은 내용이라 빠르게 읽을 수 있고 시간도 절약되면서 한번 더 내용을 복기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4시간의 출, 퇴근 시간이 지루하고 힘들지만 내게는 다른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덧붙이는 글 | 독서는 우리가 살아 보지 못한 경험을 이야기 해주고 삶의 보이지 않는 이면을 알려주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