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다. 유튜브 요리 채널을 검색해본다.
"오늘은 뭐 해볼까?"
둘째 딸 가영이와 함께 식탁에 앉았다. 밖에 나가기는 귀찮고 집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 요리하기로 했다.
"보조 요리사님 준비해주시죠."
큰 녀석은 제 방에서 꿈쩍 않고 둘째가 요리를 도와준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꺼낸다. 지난번에 소고기 뭇국을 끓이고 남은 무가 있다. 무조림 요리로 결정한다.
<레시피>
무 1kg, 양파 1개, 진간장 10스푼, 고춧가루 2스푼, 설탕 1스푼, 다진 마늘 2스푼, 다진 생강 1스푼, 들기름 2스푼, 멸치가루 2스푼, 새우가루 2스푼, 맛술 (미림) 2스푼.
<요리 시작>
1. 무를 썰어 냄비 바닥에 깔고 양파를 썰어 올린다.
2. 나머지 재료를 계량 스푼만큼 올린다. (음식을 만들다 보면 그 요리만의 포인트가 있다. 여기선 멸치 가루와 새우 가루다. 살짝 볶는다.)
3. 무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는다.
4. 중불로 끓이면서 조려준다.
5. 30분쯤 지나서 위아래로 무의 위치를 바꿔 주고 자박자박해진 국물을 국자로 떠서 올린다.
둘째 딸은 요리를 할 때마다 옆에서 보조를 참 잘한다. 칼을 이용한 썰기는 내가 하지만 기타 재료의 준비나 계량 등 요리의 절반은 가영이가 한다. 딸은 아빠가 만든 소고기 뭇국을 가장 좋아한다. 리액션 또한 베리굿이다. 앙다문 작은 입술로 엄지 척! 을 해준다. 사실 나는 평소 요리에 관심이 없었지만 아내가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는 일을 한 이후 이것저것 시도를 해봤다. 도무지 간은 어떻게 맞추는 건지 좌절감 가득, 어설픈 요리를 했다. 그러나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무슨 일이든 오래 보고 들으면 할 줄 안다.) 아내가 국을 끓일 때 옆에서 지켜보고 메모를 했다.
"아하! 이럴 땐 이렇게 하는구나!"
눈대중으로 스윽하는 것 같아도 뚝딱, 맛있는 요리를 해내는 20년 주부 고수의 비법을 전수받고 유튜브를 보며 연구를 했다. 하나둘씩 하다 보니 지금은 재미가 붙었다. 몇몇 요리는 아빠가 엄마보다 잘한다고 딸은 말한다. 내가 가장 자신 있게 하는 요리는 '돼지갈비찜'이다.
조림 요리에도 수많은 방법이 있다. 정해진 레시피가 있지만 여러 가지 재료가 주는 본질의 맛을 생각해 본다. 무에 들어가는 양념을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맛이 틀려진다.
우리 사는 모습 또한 이와 같지 않은가.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열정, 노력이라는 재료로 멋진 양념을 만들어 올리면 인생 또한 살맛 나지 않을까.
오늘도 정성을 하나 더 둘러 맛있는 무조림 요리가 완성됐다.
아내가 퇴근했다. 미역국도 끓여 놨다.
"선영아~ 밥 먹자."
입맛이 까다로운 큰딸이 그랬다. 아빠! 딱 좋아. 맛있네. 선영이가 맛있다는 건 요리를 잘했다는 거다. 살짝 올라간 어깨를 '으쓱' 한번 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 동시 송고 합니다.
레시피와 요리법은 유튜브 이남자의 cook를 참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