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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들은 현재 국내 유일의 법무병원 공주치료감호소에서 법칙과 규율 속에 갇혀 가슴 졸이며 지내고 있습니다. 언제 나갈지 모르는 막막함 속에서 죽지 않을 정도의 밥을 먹고 있습니다.

아들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병동 안 수용자에게 전치 2주의 뭇매를 맞고도 저항 단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일로 인해 치료가 되기는 커녕, 제대로 된 의료진도 없이 고통을 겪는 상황입니다. 치료감호소가 이런 곳인지 몰랐습니다. 제 아들이 가정으로 돌아와 정해진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해주십시오."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삼거리 앞. 한 어머니의 호소가 담긴 편지가 거리 한복판에서 대독됐다. 편지에서 언급된 아들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이아무개씨다. 현재 이씨는 치료감호소에 구금된 상태다. 그는 법원이 선고한 형기를 모두 끝마쳤음에도 이곳에서 계속 격리당하고 있다. 

심신장애인이 범죄를 저지르면 교도소 대신 치료감호소에 수용된다. 이곳의 목적은 말 그대로 '치료'가 수반된 수감생활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씨는 약물 복용 외 자폐성 장애인에게 적합한 치료를 제공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함께 수감된 피치료감호자에게 일방적 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겪은 상태다. 형기 이상의 기간을 격리당하고 있을 뿐더러 최소한의 인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형기 마쳤는데 치료감호소에서 11년 넘게 구금당하기도

이씨 사례와 이씨 어머니의 편지는 이날 그를 변호하는 공동대리인단 주최 기자회견을 통해 알려졌다. 공동대리인단에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월곡법률사무소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총 2명의 치료감호 피해자들을 대리한다. 치료감호소에 구금된 상태인 이씨와, 1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았음에도 11년 4개월 동안 치료감호소에서 구금당했던 황아무개씨다.

황씨도 이씨와 유사한 사례다. 지적장애인인 황씨는 형기 8배가 넘는 기간 동안 치료감호소에 수용된 바 있다. 명확한 이유는 없었다. 법무부는 지난 2020년 12월 28일이 돼서야 황씨에게 치료감호 가종료를 결정했는데, 같은해 11월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위 사건이 부당한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지 약 2주 만의 결정이었다. 황씨는 11년간 치료감호소에서 나오기 위해 수차례 종료 심사를 청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해왔다.

이를 두고 대리인단은 "기존에 황씨가 제출한 종료신청서와 대리인단이 제출한 신청서는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면서 "발달장애인을 치료 감호라는 목적으로 장기간 구금한 사례에 대해 대한민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소리 높였다. 또한 이들은 "이씨도 황씨처럼 형기의 몇 배가 넘는 기간 동안 장기구금 될지 모른다"면서 "형기의 8배가 넘는 11년간의 치료감호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소송 및 장애인차별구제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달 장애는 치료의 영역이 아니라 재활과 교육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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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단이 진행하는 소송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씨에 대한 잠정구제조치인 장애차별금지법상 임시조치 신청이다. 관련해 박정규 변호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는 "대리인단은 본안이 진행되는 동안 이씨가 치료감호소 내 장애차별적 심사로 인한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법원이 해결해줄 수 있는 임시조치를 통해 보다 빨리 이씨의 고초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다.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우리는 국가배상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아닌,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전자는 모든 피해사실 입증 책임이 원고에게 있으나, 후자는 입증 책임이 전환된다. 우리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구금이 발생했다는 걸 이미 입증했으니, 이제는 피고 대한민국이 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이어 대리인단은 치료감호소의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강제적인 치료와 구금은 장애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면서 "장애인권리협약 제15조 '고문 또는 잔혹한,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와 처벌로부터의 자유'를 명백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치료감호 중단여부를 결정하는 해당 심사위원회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심사 건수가 많은 현실적인 문제로 제대로 된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염형국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도 "치료감호 심의위원회는 한 달에 무려 300~400건 이상의 심사를 받으며, 대체로 한 시간 만에 관련 사건들을 모아 처리한다"면서 "제대로 된 심사가 나올 수 없고 실제로 퇴소 판정 비율도 극히 낮다"고 꼬집었다.

이어 염 변호사는 "이런 와중에 1년 6개월 형기임에도 11년 넘게 살다 나온 사람도 있고, 치료 명목으로 계속 감호를 받는 사람도 있다"면서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는 치료감호소에 있을 이유가 없는데도 왜 그곳에서 격리돼야 하는 건지, 장애를 배제하고 차별하는 건 아닌지 국가에게 묻고자 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두 사건을 국제적으로 공론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해 류다솔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이 사건은 국가의 법 집행 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행해진 게 선명히 보이는 사안이다. 국제인권법에도 위반되는 사안"이라며 "따라서 저희는 이 사안을 유엔 장애인권 특별보고관과 고문방지위원회에 개인 진정 할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