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문제는 이제 전 세계가 함께 풀어야 할 중요한 의제가 됐다. 기후변화의 주원인 국가인 미국, 중국이 발 벗고 나서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드디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특히 바이든 미 대통령은 국가 안보의 문제로 인식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이 육식을 많이 해서 기후변화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육식이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는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리는 게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 강조한다. 특히 학교에서 '주 1회 채식급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경남도교육청이 학교에 '월 1회 채식급식 권고'를 했는데,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지난 1일 박종권 공동대표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육식이 기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말하면 '공장식 축산'을 말한다. '공장식 축산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세계식량기구(FAO)의 주장에 의하면 18%에 이른다. 자동차 등 수송 분야가 13%다. 그러므로 '공장식 축산'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 공장식 축산이 어떻게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지.
"전 세계에 10억 마리의 소가 사육되고 있다. 소는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이라 계속 사료를 먹으면서 트림을 하고 방귀를 뀐다. 이것이 메탄가스인데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3배 더 강력하다. 그밖에 돼지 8억 마리, 양 10억 마리, 닭은 200억~300억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이 엄청난 양의 가축을 먹일 사료도 영향이 있다. 콩과 옥수수를 재배하기 위해 브라질의 밀림을 불태우면서 엄청난 탄소를 배출한다. 콩과 옥수수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또 많은 화학비료를 사용한다. 이 비료에서 아산화질소가 배출되는데 이산화탄소의 296배 온실효과가 있다.
축산업이 배출하는 암모니아는 공기, 물, 토양을 오염시키고 산성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키운 작물로 가축용 사료를 제조하고 전 세계로 운반하면서 탄소를 배출한다. 소, 돼지, 닭이 배설하는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또 많은 물을 사용하고 탄소를 배출한다."
- 소, 돼지, 닭 중에서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동물은?
"미국 환경단체 '천연자원보호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식품 1kg당 탄소배출량은 소고기가 26.5kg으로 식품 중 1위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 옥수수 16kg이 필요하고 1만리터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먹는 돼지고기는 7.9kg, 닭고기는 5kg의 탄소를 배출한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소고기는 110g인데 햄버거 두 개 먹으면 6kg의 탄소를 배출한가. 이는 30년생 소나무 한 그루를 베는 것과 같다."
- 경남도청이나 시·군청 등 '공공급식'에 채식 식단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다행히 경남도청과 창원시청은 월 2회 채식식단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의 반응이 의외로 좋아 주 1회로 확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경남교육청은 월 2회 운영하고 있다. 교육청은 학교에 월 1회 채식급식을 권고한 정도다. 시민 한 사람의 개인 실천으로는 탄소감축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공공기관의 단체 급식에서 채식식단을 운영해야 한다. 학교에서 주 1회 채식을 운영하면 아이들의 가정에까지 확산될 수 있고 아이들에게 생생한 기후위기 교육이 된다."
- 공공급식에서 실제로 탄소감축 효과를 측정해 본 일이 있는지.
"서울시청이 주1회 채식식단을 5년간 운영한 탄소감축 효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서울시청 직원 1830명이 주1회 채식으로 1년에 30년생 소나무 7만 그루를 심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30년생 소나무는 연간 6.6kg의 탄소를 흡수한다.
그래서 연간 5만톤 가량의 탄소를 감축한 셈이다. 만약 전 국민이 주1회 채식을 실시하면 19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를 보게 되고 1200만 톤의 탄소감축 효과를 거둔다. 우리나라 석탄발전소 1기가 연 300만 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을 감안하면, 1주일에 단 한 끼 채식으로 연 1200만톤의 탄소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하다."
- 육류소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데.
"그렇다. 산업화 이후 전 세계 육류 소비량이 3~4배 증가했다. 우리는 옛날에 소고기국은 설·추석 명절 때나 먹었고, 또 생일 때 미역국에 소고기 조금 넣는 정도로 먹었다. 지금은 언제든지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를 먹는다. 특히 14억 인구의 중국은 소득 수준이 1만 불 가까이되자 고기 소비량이 엄청나게 늘었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의 육식 때문에 기후변화가 더 심각해진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고기 소비를 좀 줄이라고 했더니 중국에서 '우리는 풀만 먹고 살아야 되냐. 한국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우리보다 더 먹는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삼겹살 사랑'은 지나칠 정도다. 기후위기를 생각해서라도 '삼겹살 사랑'은 이제 좀 접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이 30kg 가까이 되어 중국과 1·2위를 다툰다. 우리나라 성인병이 증가하는 원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 우리나라 한식 중에서 '탄소 발자국'이 가장 높은 음식은 불고기 아닌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2018년에 공개한 프로그램을 보면 탄소배출량이 가장 높은 음식은 설렁탕이다. 설렁탕 한 그릇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0kg, 곰탕 9.74kg, 갈비탕 5kg, 콩나물국 0.1kg이다."
- 기후변화도 중요한데 요즘 아이들은 고기를 너무 좋아하고 어른들도 주변에 고기 아니면 먹을 게 별로 없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다. 우리 사회에서 육식 문화가 너무 깊게 스며들었다. 현대인의 성인병은 고기를 너무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고 화학제품에 찌든 식품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모두 맞는 말이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틀 속에서 우리의 음식을 건강하게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백 가지의 화학비료를 사용해야 생산이 가능하고 맛을 내고 상품성 있는 빛깔을 내기 위해서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을 첨가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 소고기에는 방부제, 발색제, 유화제 등 32가지의 화학물질이 첨가된다. 우리가 사회생활 하면서 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것은 힘들 것이다. 아무리 지구를 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1주일에 적어도 하루만은 육식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중요하고 아이들에게도 채식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햄버거의 진실을 알려준다면 생각 없이 먹지는 않을 것이다. 비틀스 멤버였던 폴 메카티니가 2009년에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으로 쉽게 지구도 살리고 건강도 살릴 수 있다. 월요일에는 고기를 먹지 않는 캠페인인데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 아이들은 성장기라 단백질 섭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학교급식에서 채식을 반대하는 학부모도 있는데.
"단백질을 고기에서만 섭취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축산업계의 지속적인 마케팅 효과다. 식물에서도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그리고 1주일에 하루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은 단백질 섭취와 전혀 상관없다. 우리나라는 대장암 발병률이 세계 1위이고 결핵환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세계보건기구는 소시지와 햄, 핫도그 같은 가공육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 '공공급식'에 채식을 하는 곳이 있는지.
"울산의 모든 학교에서는 올해부터 월요일마다 '고기 없는 식단'을 운영하고 있고, 충북농업기술원은 월 2회 '채식의 날'을 운영 중에 있다. 창원시는 2013년부터 매달 22일을 '채식의 날'로 운영하다가 2020년 12월부터 월 2회로 늘렸다. 창원시는 지역기업 300여 곳과 공공기관 40여 곳에 '채식의날' 운영 동참을 제안하기도 했다.
거제시, 통영시에서도 실시하기로 했고 양산, 김해, 진주시는 논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 충남교육청은 월 1회 채식의 날을 하고, 인천교육청은 주 1회에다 학교에서 월 2회 채식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대전 대덕구청은 주 1회 '채식의날'을 운영한다. 채식식단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폴 호컨은 <지구를 구하는 방법 플랜드로다운>이라는 책에서 채식식단은 지구를 구하는 방법 중 4위로 지목되어 있다. 빌 게이츠는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에서 부유한 국가의 국민들은 고기를 덜 먹어야 한다고 썼다.
세계적으로 '채식 강제' 사례는 많다. 포르투갈은 2017년 공용매점과 식당에서 의무적으로 채식 메뉴를 제공하도록 하는 법령을 제정했고, 프랑스는 최근 시범적으로 공립·사립학교에서 주 1회 채식 메뉴를 제공하도록 했다. 미국 뉴욕시는 2019년 '그린뉴딜'의 하나로 2030년까지 소고기 소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육가공품을 퇴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네덜란드 교육부는 2018년부터 교육부가 주최하는 모든 행사의 식단을 채식으로 바꿨다. 채식이 강조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네슬레 경영자(CEO)인 마크 슈나이더는 베이컨, 치즈, 소고기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햄버거를 개발하고 '지구도 구하고 돈도 번다'고 주장했다. 채식은 기후위기를 막는 손쉬운 방법에 속한다. 채식을 해서 지구도 구하고 건강도 지키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