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유력 전국지가 올림픽 취소를 권고하는 뉘앙스가 담긴 사설을 싣는 등 코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을 둘러싼 일본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아사히신문>은 30일 조간 '올림픽과 코로나 냉정한 눈으로 현실을 볼 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당신의 성원이 도쿄2020대회의 힘이 됩니다'라는 글이 걸려있지만, 성원을 보낼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우선 대회조직위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28일 발표한 참가선수와 코치용 행동규범집 개정판에 대해 "그 자체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엄격한 대책을 담았다"고 평가하면서도 "문제는 이것에 어떻게 실효성을 담을 것인지"라고 따져물었다.
이 규범집에는 ▲출국전 96시간(4일) 이내 2번, 입국후에는 매일 감염 유무를 검사 ▲이동은 경기장, 연습장, 숙박시설에 한한다 ▲활동계획서를 제출한다 ▲이를 위반할 시 출장할 수 없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 신문은 "참가 선수만 1만 명이 넘고, 임원·관계자를 더하면 그 몇 배나 되는 사람들이 전세계로부터 모인다"며 "대응이 용이하지 않고 결국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식과 협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문은 또 "4월 중 결정됐어야 할 국내 관객 수용여부를 6월로 미룬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관객의 유무와 규모가 명확하지 않은 채로 의료간호체제를 어떻게 구축, 준비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아사히신문>은 조직위가 지난 2월에는 일본간호협회에 간호사 400명 파견을 요청했다가 최근에는 500명으로 늘리면서 그 근거도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조직위가 '지역의료에 악영항을 주지 않는 것이 대전제'라고 말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도 올림픽이 우선이라고 하는 발상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추궁했다.
이 신문은 오미 시게루 정부 감염증대책분과회장이 지난 28일 국회에서 "감염 수준과 의료의 압박 상황을 토대로 (올림픽 개최 여부를) 확실히 논의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한 것에 주목, "'개최는 정해져있다. 문제는 어떻게 개최하느냐'는 주장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냉정한 눈으로 현실에 마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복잡한 심경의 도쿄도 공무원들 "플랜B 준비할 때"
<아사히신문>은 하루 전인 4월 29일 치 신문에서는 도쿄올림픽 준비를 맡고 있는 도쿄도 직원들의 복잡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신문은 고이케 유리코 지사가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를 부르짖고 있지만, 도 직원들 사이에서는 개최에 대해 회의적인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경제 담당 부서의 한 직원은 "원래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지금쯤이면 올림픽 열기가 한껏 올라갔어야 하지만, 동료들 간에 올림픽 얘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 등 전혀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긴급사태선언으로 휴업이나 영업시간 단축에 응한 사업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부서에 속한 그는 "올림픽에 투자할 돈으로 차라리 보조금을 늘리거나, 그 업무에 투입할 인원을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업무를 하는 한 간부는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종사자가 올림픽에 동원돼 통상의 의료에 주는 영향을 우려한다"며 "고이케 지사는 취소라고 하는 '플랜B'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한 직원은 "선수와 국민이 안심하고 참가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지만 지금은 무엇을 해도, 뭐라고 말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어떻게 해야 좋을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지난 23일 긴급사태선언를 발령하며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올림픽 개최와) 관계없다고 언명하고 있다"면서 "올림픽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29일 5918명이 새로 파악돼, 전날(5792명)에 이어 이틀 연속 6000명에 바싹 다가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