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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상황이 익숙하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20년 전만 하더라도 옆집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들하고도 꽤나 가깝게 지냈다. 나이를 먹으면서 친한 이웃들이 하나, 둘 동네를 떠나기 시작했다. 뉴타운을 비롯한 부동산 투기가 한창일 때에는 너도 나도 이사를 다니느라 정신이 없어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동네에 누가 사는지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1인가구로 독립을 시작하자, 더 이상 이웃이란 기대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되고 말았다.

정말 놀랍게도, 서울에, 그것도 가장 핫하다는 마포구에, 동네와 이웃을 고민하고 지역에 뿌리내리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주택이 있다. 바로 함께주택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함께주택이다. 커뮤니티 활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성미산 마을공동체에서 시작해, 협동조합까지 설립한 박종숙 함께주택협동조합 이사를 만났다.

남녀노소 다양한 구성원이 핵심
 
 함께주택 커뮤니티 공간
함께주택 커뮤니티 공간 ⓒ 함께주택협동조합
 
"주택문제는 모든 사람들에게 어려운 문제잖아요. 저 역시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계속 이사를 하게 됐는데요. 이렇게는 삶의 안정을 찾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다가오면서 좋은 동네에서 이웃들과 관계를 맺으며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함께주택협동조합의 주택 공급 및 운영 기조는 적정비용, 안정적 거주기간을 보장하는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시민, 국가의 연대와 협력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주택을 건축하는 것이다. 조합은 주택을 소유하고 자산증식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조합원은 주택의 기획, 설계, 조성 때부터 합류하며 입주까지 이어갈 수 있고, 준공 이후에도 조합의 기조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가입 및 입주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현재 총 건물 4채에 24세대 35가구가 정주권을 누리며 살고 있으며, 조만간 2채가 추가로 준공될 예정이다.

특히 성미산 마을이 모태가 된 조합답게, 함께주택협동조합은 지역 안에서의 집을 주되게 고민한다. 박씨는 "입주자들의 생활복지와 커뮤니티는 마을과 지역 단위에서 해결해 나갈 문제"라고 말하며, 주택이라는 물리적 건물을 넘어서 커뮤니티가 지역 내에서 환류하고 이웃과 만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을 고민하기 위한 전제가 있다면, 아무래도 남녀노소의 다양한 구성원이 핵심일 것이다. 출생 코호트(특정한 경험을 공유하는 비슷한 연령대의 집단)가 다양하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주택이라고 하면 청년주택을 상상하기 쉬운데, 함께주택협동조합의 방향성은 청년에 국한되지 않는다.

박씨는 "정책의 초기 단계에서 특징을 잡기 위해 '청년·신혼부부'를 강조한 것은 괜찮다"고는 보지만, "국가 차원의 정책이라면 대상을 청년·신혼부부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2~4인 가구를 위한 정책으로도 전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함께주택협동조합 역시 청년 1인가구에 제한되지 않고 다양한 가구 구성을 포괄할 수 있는 운영/관리 방침을 지향하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함께주택 4호 착공식
함께주택 4호 착공식 ⓒ 함께주택협동조합
 
"다양성, 신뢰, 배려, 존중 그리고 시민으로서의 감수성을 배워갑니다."

함께주택협동조합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마을공동체와 집을 연결해낸 성과도 있지만,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상가족 패러다임이 한국의 복지 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에, 비혼을 지향하거나 성소수자인 경우에는 집을 마련하는데 있어서도 훨씬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주거사다리를 타고 싶어도, 1인가구로 살면 좁은 원룸으로만 선택지가 한정되고 2인가구로 살고 싶어도 신혼부부가 아니면 대출 정책조차 지원받을 수 없다. 함께주택협동조합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기존의 패러다임에 갇히지 않고, 주택 도면,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에서부터 비혼가구와 같이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부담을 덜고 입주할 수 있는 유무형적 틀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였다.

또한 조합원이 주택 설계에 참여하고, 워크숍과 교육을 통해 상호간의 신뢰를 쌓아가며, 다양성이 커뮤니티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함께주택 집수리 워크숍
함께주택 집수리 워크숍 ⓒ 함께주택협동조합
 
물론 모든 과정이 원만하게만 풀어진 것은 아니다. 박씨는 "참여를 했으면 참여에 대한 결과가 고스란히 드러나야 하는데, 건축법적 제한, 입주민들 사이의 상이한 욕구, 일상에서 벌어지는 갈등 등으로 인해 모두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제한적인 욕구만 반영될 때가 많다"며 주거 지역에서 집을 짓고 커뮤니티를 구성하며 운영한다는 것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저희의 새로운 시도가 단순히 마포가 아닌 전국 곳곳에서, 또 다양한 사람들을 포괄하여 생길 수 있도록 하는 다리 역할을 맡고 싶어요."

박씨는 함께주택협동조합의 사례가 함께주택 n호를 짓는 데에만 한정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감시하고 관리하는 역할로서의 행정과 민간의 관계가 아니라, 주거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민-관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사회주택의 제도 개선을 시도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례가 나타나길 바라며 사회주택 사업의 전국화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성과와 과제라는 이름으로 국회에서 사회주택 사업의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도 한국사회주택협회와 함께 진행하였다.

사회주택이 지역에 뿌리 내리고 다양한 구성원이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소셜믹스까지 이뤄낸다면, 공공이 오랜 기간 풀어내지 못한 임대주택의 숙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직은 4채의 집으로만 해답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역량과 노하우가 제도와 만나 모델로 구축된다면, 앞으로는 알록달록 무지개 색깔의 다채로운 공공주택을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짓는 집이, 주택을 넘어서 어떤 사람들을 연결하는 다리가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성미산마을#함께주택#협동조합#연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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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1인가구, 비전형노동의 한복판에 있는 청년이자, 사회주택을 짓고 운영하고 살기도 하는 주거 덕후이다. 세상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바라며, 시민의 힘을 키우는데 관심을 가지고 산다. 현재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 등 청년, 주거, 노동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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