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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병역제도 개편 이슈 라운드테이블 '징병제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행사가 열렸다.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병역제도 개편 이슈 라운드테이블 '징병제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행사가 열렸다. ⓒ 박정훈
 
지난 4월 보궐선거 이후 '20대 남성'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병역 보상안' 논란이 불거졌다. 이어 대선 출마를 앞둔 후보들도 여성징병이나 모병제 등을 이야기하며 병역 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선 국면을 앞둔 정치적 상황에서의 모병제 논의나 여성 징병은 오히려 우려스럽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안보 상황, 군사적 효용성, 세금 문제 등 고려해야 될 부분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11일 오후 군인권센터 서울 서대문구 신촌 사무실에서 열린 '징병제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라운드테이블에서 국방·군비·평화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기 힘든 '인구절벽'이 병역제도 개편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라고 밝혔다.

병력 30만 명으로 줄이고, 부사관 늘려야

이날 발제를 맡은 패널 중 한 명인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2025년부터는 입영 대상자 수가 필요한 병력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2038년부터는 약 5만 명씩 부족해진다"라며 "한국의 병역제도도 근본적인 변화를 검토해야 할 시기가 왔다"라고 지적했다.

황 팀장은 90년대부터 나온 다수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한국군은 적정 상비 병력의 규모를 3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장교와 의무병 숫자를 줄이고, 부사관과 유급지원병(임기제 부사관) 숫자를 늘리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교와 부사관을 20~25만 명 수준, 의무병 규모를 10만 명 수준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간다면, 징병제 시행 주요국 중에서도 최상위권은 군 복무기간 역시 병력 규모 감축에 맞게 12개월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인 '유사시 북한 안정화 작전'에 대해서도 비현실적인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랜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북한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저항이 있을 경우에는 60~80만 명의 한국군 병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현재 한국군 규모로도 불가능한 수준이고, 인구가 줄어들면 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황 팀장은 국방부의 북한 128만 명 병력설 역시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으며, 한국의 국방비 지출이 46조 원으로 북한의 명목 GDP인 35조 원을 이미 넘어선 만큼, 군사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병력과 군비는 줄여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징병 현실적이지 않아, 군 가산점 정당한 보상 아냐"

한편 황 팀장은 여성 징병에 대해서는 "병력 규모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이지 않다"라며 "젊은 남성의 희생에 대한 답은 '여성도 군대 가라'가 아니라 국가가 징집의 이유를 명확히 하고 복무 여건을 개선하는 등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며 장기적으로 희생의 크기를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군사화된 사회'인 이스라엘의 특수성, 병역거부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현역 복무율이 20~30%에 불과한 노르웨이의 여성 징병을 한국과 비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군 가산점 역시 "공무원 채용에 응시하는 소수만 혜택을 볼 수 있는 제도로서, 군 복무를 한 모두에게 주는 정당한 보상이 될 수 없다"라며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렸던 이유는 국가가 아무런 재정적 뒷받침 없이 여성과 장애인 등 비제대군인에 대한 처벌을 바탕으로 제대군인에 대한 지원을 해결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상은 군 복무 여건을 개선하고 희생의 크기를 줄여나가는 것으로 하는 것이 책임 있는 국가의 정책이다"라고 강조했다.

모병제? 갈 길이 멀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패널들은 대체로 모병제 전환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드러냈다. 모병제 전환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가 결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병력자원 수급은 모병제 등으로의 병역 제도 변화 과정에서 주요한 애로사항이다"라며 "단계적으로 모병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입대를 지원하지 않으면 안보 공백이 생긴다는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군인 처우와 군대 내 인권, 군 경험의 사회 활용성 등의 문제가 고려되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이에 김 사무국장은 "군 인권상황 개선, 문민 통제 강화, 감시 체계 구축이 병역제도 개편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라며 "모병제가 실시되면 군은 외부로부터의 인력 순환이 징병제 때보다 더디게 되어 폐쇄성이 커진다. 인권사각지대가 될 위험성은 배가되며, 국민의 감시를 벗어난 위험한 무력집단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모병제의 도입은 다양한 분야의 예산 증액 요소를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하다"라며 "막대한 국방예산의 증가에 따른 예산 이·전용 등 방만한 운영 가능성도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 부소장은 "모병제는 처음에는 예산이 작게 들어갈지 모르지만, 그 이후에 몇 배가 더 들어갈지 모르고, 통제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수영 팀장 역시 모병제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군사 영역의 많은 부분을 민영화하는 효과와, 국가가 독점한 폭력 수단인 군대를 소수의 관심사로 만들고 전문화하는 것이 옳은가 따져야 한다.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나 군 문제에 대한 개입은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 것인지도 복합적으로 풀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냉전 이후 유럽 많은 국가들이 의무병 비율을 감소시키면서 '기술군'으로 변화시켰으며, 약 10여 년에 걸쳐 병역제도를 징병에서 모병 형태로 전환시킨 사례를 설명했다. 나아가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한국 역시 장기적으로 병 중심에서 간부 중심으로 전환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치면서 완전 모병제 전환의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징병제#여성징병#군가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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