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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포 배양육 패티를 사용해 만든 햄버거
세포 배양육 패티를 사용해 만든 햄버거 ⓒ 모사미트(MosaMeat)
   
치킨, 햄버거, 소시지, 혹은 한우 꽃등심과 삼겹살... 듣기만 해도 군침 도는 고기 음식들이다. 그런데 이게 식물성 원료로 만든 대체육이거나 실험실에서 배양된 세포 배양육이라면 어떨까? 위 사진에서 보이는 햄버거 패티처럼 말이다.

온실가스와 분뇨 등 공장식 축산에 대한 문제 제기로 시작된 대체육류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11일 영국 <가디언>은 지난 2020년 동물세포 배양육 회사에 대한 투자가 6배 늘었고, 수십 개 회사가 설립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컨설팅 회사 A.T. 커니(Kearney)는 오는 2030년을 기점으로 대체육이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점하고, 2040년에는 60%(동물세포 배양육 35%, 식물성 대체육 2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축산업계는 고기를 주로 불판에 구워 먹는 우리나라 특성상 외국과는 다를 것이라면서도, '가짜 고기'는 검증이 필요한 가공식품이라고 지적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한다.

과연 10년 뒤 우리 밥상에는 어떤 고기가 올라올까? 업계와 축산 농민, 정부에게 새로운 쟁점이 예상된다.

식물에서 고기맛 분자 찾아낸 실리콘밸리

식물성 대체육은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처럼 축산에 대한 문제 제기로 출발했지만, 기술의 진보는 '콩고기'처럼 고기와는 분명 맛이 달랐던 식물성 대체육을 진짜 고기와 구별하기 힘든 상품으로 변화시켰다.

지난 2009년 안식년을 보내던 미국 스탠퍼드 의대의 패트릭 브라운 교수는 바이오칩(DNA 마이크로어레이)을 발명한 생화학자였다. 그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실천의 일환으로 식물성 대체육을 만들기로 하고, 2011년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라는 스타트업을 실리콘 밸리에 설립했다.

연구자들과 함께 분자 수준에서 고기맛 유전자를 찾아나선 결과, 혈액 속 헤모글로빈에 있는 헴(Heme) 분자를 만드는 유전자를 식물에서 찾아냈다. 이것이 고기 특유의 맛과 향을 내는 성분임을 발견한 브라운 교수는 2016년 식물로 만들어진 햄버거 패티인 임파서블 버거를 선보인 뒤 2020년에는 식물성 소시지와 돼지고기를 출시하며 직원 600명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식물성 달걀을 제조하는 '잇 저스트'
식물성 달걀을 제조하는 '잇 저스트' ⓒ 잇 저스트(Eat Just)
 
'식물이 달걀이다.'

지난 2017년 녹두를 원료로 만든 달걀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미국의 스타트업 '잇 저스트(Eat Just)'가 누리집에 표방한 말이다. 2021년 3월까지 1억 개 이상의 달걀을 판매한 이 기업은 식물성 달걀 생산을 통해, 1400만 킬로그램(kg)의 탄소배출을 줄였고, 5904 에이커(203만9615m²)의 토지, 36억 갤런(13억 6080만ℓ)의 물을 아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인 비욘드 미트는 미시간 대학에서 실시한 환경영향평가 결과, 자신들의 식물성 햄버거 패티가 미국산 쇠고기 버거에 비해 물과 토지, 에너지를 훨씬 적게 사용하며 온실가스는 더 적게 배출한다고 밝혔다. 비유전자조작식품(non-GMO) 식물을 쓰며 항생제와 호르몬, 화학첨가물은 전혀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가격경쟁력은 어떨까?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식물성 대체육의 경우, 2023년경 진짜 고기에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닭고기의 경우 맛과 향은 비슷하나 닭고깃값이 워낙 저렴해 가격경쟁력을 갖는 시점은 2023년 이후로 내다봤다.

소의 체세포 샘플에서 버거용 패티를

식물성 대체육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육류가 2013년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졌다. 의학에 활용되던 줄기세포 기술로 소고기를 만든 거다.

마르크 포스트 교수(마스트리흐트대학)는 의대 졸업 후 조직공학을 연구하며 사람의 혈관을 만드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생명공학자였다. 그런 그에게 익명의 기부자가 연구비를 제공했다. 그는 훗날 구글의 공동창업주인 세르게이 브린으로 밝혀졌는데, 그의 요청은 '소고기 체외배양'이었다. 즉, 소를 도축하지 않고도 소고기 버거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포스트 교수는 줄기세포 기술을 썼다. 소의 근육에서 줄기세포를 뽑아낸 뒤 영양분을 주며 배양시키면 근육세포가 만들어지고, 세포들은 다시 근섬유처럼 엉키는데, 이렇게 배양한 2만 개의 근섬유를 동그랗게 말아 햄버거 패티로 만든 것이다. 세계 최초의 세포 배양 햄버거 패티였다.

최초의 세포 배양육을 프라이팬에 구워 먹어보는 시식회는 런던에서 생중계됐다. 미디어들은 이 햄버거 패티 한 장의 가격이 25만 유로(약 3억6000여만 원)라고 소개했다. 세르게이 브린이 제공한 연구비를 햄버거값에 빗댄 거다. 포스트 교수는 이후 '모사미트'라는 스타트업 기업을 창업했는데, 4년 뒤 햄버거 패티값은 10유로(약 1만 3000원)까지 내려갔다. 대량생산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한 거다. 모사미트는 소의 체세포 한 개로 8만 개의 버거를 만들 수 있다고 밝힌다.

"우리는 자연 상태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소의 몸에서 참깨 크기의 체세포 샘플을 떼어내 배양합니다. 우리는 그 샘플 하나로 8만 개의 버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소는 그 후에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미국의 배양육 업체 '멤피스미트'가 개발한 오리고기
미국의 배양육 업체 '멤피스미트'가 개발한 오리고기 ⓒ 멤피스미트(Memphis Meats)
   
관건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동물 세포 배양육의 상업적 가능성(단가 하락)이 높아지며 투자도 늘고 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가 대체육류 시장이 2029년까지 세계 육류 시장의 10%까지 성장하리라 전망한 가운데, 펩시콜라나 맥도널드 등 글로벌 식품업체와 카길 같은 축산업체는 물론이고 빌 게이츠 같은 영향력 있는 임팩트 투자가들의 투자 소식도 전해진다.

예로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멤피스 미트'는 심장외과 전문의인 우마 발렌티 박사가 2015년에 창업한 스타트업 기업인데, 2020년 1월에 1억1100만 달러, 우리 돈 약 1250억 원 규모의 신규투자를 받았다.

투자를 주도한 곳은 소프트 뱅크와 노스웨스트, 테마섹(싱가포르 투자회사)이었고, 축산기업인 타이슨 푸드와 카길은 물론 빌 게이츠와 리처드 브랜슨(영국 버진그룹 회장) 같은 영향력 있는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이 회사는 소의 태아혈청 배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동물 세포를 배양해내는 기술을 가진 기업으로 동물세포에 동물세포를 먹인다는 윤리적 부담을 덜었다.

세포 배양육의 관건은 대량생산 여부이다. 아직 실험실 단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다. <네이처>지의 엘리 돌긴 기자는 '세포 배양육이 저녁식사 메인 메뉴가 될 수 있을까?'라는 기사를 통해, 세포 배양육은 아직 실험실 단계에 갇혀 있으며 세포조직의 효율적 성장을 규모화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32년이 돼야 동물세포 배양육이 기존 고기와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새로운 소식들은 계속 전해진다. 2020년 11월 싱가포르 정부는 세계 최초로 실험실에서 배양한 치킨 너겟에 대한 판매승인을 했다. 비록 한정 판매였지만 약 2년에 걸친 정부의 식품안전성 검증 끝에 이뤄진 결과였다. 5월 초 이스라엘의 퓨처미트는 동물세포로 배양된 '닭가슴살' 생산 비용을 7.5달러에서 4달러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앞으로 18개월 이내에 생산비를 2달러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구를 위한 깨끗한 고기" vs "가짜고기 가공식품"

대체육류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대체육류를 기후위기 먹거리 대안으로 보고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유럽에서 지속가능 단백질 운동을 벌이고 있는 굿푸드연구소의 정책 관리자 아카시아 스미스는 <가디언> 인터뷰를 통해 '배양육류가 더 저렴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각국 정부가 배양육류에 대한 개방형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축산신문>이 지난 4월 개최한 '가짜고기 위협,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간담회에 참석한 축산업계 관계자는 '가짜고기도 여러 첨가제가 들어간 가공식품인데 이러한 가짜고기에 '고기'라는 표현 사용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0년 8월 1000명의 소비자 패널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해본 결과, 대체육을 먹어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 가운데 식물성 대체육의 만족도는 맛 22.1%, 가격 23.3%, 안전성 44.5%로 나타났고, 동물성 대체육은 맛 33.8%, 가격 21.7%, 안전성 32.4%로 나타났다. 맛 만족도는 동물성이 식물성보다 높았지만, 안전성은 식물성이 더 후한 점수를 받은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향후 구매 의사로, 식물성 섭취 경험자 263명 중 52.5%가, 동물성 섭취 경험자 74명 중 71.6%가 구매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미국과 영국의 소비자들은 대체로 개방적인 입장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의 케리 세즈다 교수가 미국과 영국인 4000명을 대상으로 세포 배양육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가 배양육 섭취에 대해 높은 수준의 개방성을 보였고, 40%는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겠다고 답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더 개방적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39세 이하 응답자의 85%가 배양육을 먹어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 연구는 <푸드> 저널에 게재됐다.

한국인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2000년 31.9㎏에서 2019년 54.6㎏으로 71% 급증했다. 갈수록 줄어들던 1인당 쌀소비량이 지난해 57.7kg이니 조만간 쌀보다 고기를 많이 먹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적인 대체육류 시장의 성장세는 고기를 먹는 소비자들과 고기를 생산해온 축산농민 모두의 고민이 될 전망이다.

공장식 축산이 아닌 경축순환농업, 소의 분뇨를 퇴비로 만들어 작물을 기르고 볏짚과 쌀겨를 다시 소에게 먹이는 어렵지만, 꼭 가야 할 자원순환형 축산으로의 탈바꿈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자료]
- 곽노필, '빠르게 성장하는 대체육 시장... "쇠고기 사묵겠지" 옛 말 될까' (한겨레 온라인, 2021.4.5)
- '대체 단백질 식품 트렌드와 시사점 : 푸드테크가 여는 새로운 미래' (한국무역협회 tradeKorea 연구보고서, 2021.5.6)
- 정민국, 김현중, 이형우, '육류 소비행태 변화와 대응과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보고 R913, 2020.10)
- 민병진, '가짜고기 위협,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 간담회 지상중계' (축산신문 온라인, 2021.4.14)
Clara Rodriguez Fernandez, ''Meat' the Founder behind the Lab-Grown Burger Investors are Queuing for' (labiotech.eu 온라인, 2017.4.24)
- Damian Carrington, 'Lab-grown meat firms attract sixfold increase in investment' (가디언 온라인, 2021.5.11)
- Elie Dolgin, 'Will cell-based meat ever be a dinner staple?' (네이처 온라인, 2020.12.9)
- Mariko Oi, 'Singapore approves lab-grown 'chicken' meat' (BBC 온라인, 2020.12.2)
- Michael Pellman Rowland, 'Memphis Meats Raises $161 Million In Funding, Aims To Bring Cell-Based Products To Consumers' (Fobes 온라인, 2020.1.22)
- Henry Fountain, 'Building a $325,000 Burger' (뉴욕타임스 온라인, 2013. 5.12)

#기후위기#탄소중립#가짜고기#배양육#대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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