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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관 신규식 선생.
예관 신규식 선생. ⓒ .
 
그는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신교육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서울에서 영천학계(靈川學契)를 설립하고 관리하는데 실무적인 역할을 맡았다. 1908년 5월이다. 개화된 산동신씨 문중의 어른들이 뜻을 모아 문중학계(學契)와 2개의 사립학교를 세웠다.

산동신씨 문중은 자제들은 물론 이웃 청소년들에게 신교육을 실시하고자 서울에 영천학계를 설립하고 다음과 같은 임원을 선임하였다. 

 총감   신태휴
 계장   신면휴
 부계장 신룡우
 총무   신규식
 부장   신창휴 신석구 신정식 신형모
 부원   신택우 신채호 신범휴 신정식
        신긍우 신광휴 신백우 신만우
        신석우 신형식 신재우 신흥우 (주석 3)

 
 상하이 망명 당시의 신채호, 신석우, 예관 신규식 선생
상하이 망명 당시의 신채호, 신석우, 예관 신규식 선생 ⓒ 독립기념관
 
신규식과 신채호ㆍ신석우 등 문중의 젊은 엘리트들이 집필하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천학계 설립 취지문」에서 이들의 교육에 대한 시대정신이 오롯이 모아진다. 긴 내용 중에 세 부문을 골랐다.

대저 교육은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지식을 개발하고 도덕을 닦아서 하늘이 부여한 우리들의 권리와 의무를 알아서 여러 방면에 활용하는 유일무이한 업무입니다. 이 때가 어느 때며 이 세상이 어느 세상입니까? 해상에 문호가 한 번 열림에 풍파와 조수가 들끓습니다. 만국이 별처럼 벌려 있고 바둑알처럼 나열됨에 수레와 문자가 서로 교통되고 육대주가 호시탐탐하고 있어 고래가 약한 물고기를 삼키듯 하며 기계는 날로 새로워져서 문명한 인종은 잘 보존하고 몽매하고 미개한 민족은 멸망하는 세계입니다.

지금 이 세계는 교육의 수준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이 시대에 우리나라는 과연 어떤 처지에 있습니까? 긴 밤 비바람 속에 촛불이 꺼질 지경이요 하늘을 덮은 구름과 안개 속에 햇빛을 볼 수 없습니다.

일찍이 우리 고령신씨는 월평(月評:매월 초하루에 인물에 대한 품평을 하던 일)이 있었으니 문학을 숭상하는 가문이요 준수한 인재가 많은 종족이라 하였습니다. 어찌하여 오늘에는 배운 자도 없어 무식한 사람과 몽매하여 깨우치지 못함이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까? 이는 오로지 교육에 어둡고 고집과 융통성이 없는 것이 관습이 되어 날로 부패해지고 스스로 자포자기를 달게 여긴 까닭입니다.

구시대의 학문으로 논하면 입으로만 예의를 논하고 실행하는 데는 부합되지 않고 말로만 유학(儒學)을 칭하면서 쓸데없는 문사(文詞)만 숭상하는 것이 근 백 년 동안 내려온 실상입니다.

아무튼 다 같이 합심하고 힘을 함께 하여 계파 간에는 원근을 따지지 마시고 나이는 노소를 가리지 마셔서 교육에 참여하고 친족간의 화목을 도모하여 큰 건물로 사립학교와 가족구락부(家族俱樂部)를 빨리 조성하여 크게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함께 가정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진실로 원하는 바입니다. 이는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하물며 우리 가문은 청렴검소하게 대대로 살아온 세족(世族)이니 한 방울의 물이 합쳐 큰 강을 이루고 작은 토양을 쌓아 태산이 되는 원리를 함께 알아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 공동의 노력은 각기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하여 할 뿐 아니라 실로 일반 사회의 번영을 위하는 길입니다. (주석 4)


무너져가는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신교육ㆍ신학문의 중요성을 절감한 그는 문중의 교육사업 외에 개인적으로도 후진 양성에 힘을 쏟았다.

1909년 3월 윤치소의 뒤를 이어 현 중동학교의 전신인 중동야학교(中東夜學校)의 제3대 교장으로 취임하였다. 중동학교는 당시 계몽단체나 민간인들이 근대적 제도교육의 필요성을 각성하여 설립한 많은 사립학교 들 중 하나로 1906년 한어야학(漢語夜學)에서 출발한 학교였다. 

한어학교 출신으로 교육활동에 뜻을 두었던 그가 교장으로 재임하기 이전부터 이 학교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많다. 예관은 교장에 취임하여 다른 사립학교와 마찬가지로 인재양성, 실력양성, 계몽 등에 역점을 둔 교육을 실시하여 위난에 처한 조국과 민족을 구하고 외세를 구축한 뒤 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하려는 목적을 앞세웠다. (주석 5)


주석
3> 『전집②』, 97쪽.
4> 앞의 책, 91~93쪽.(발췌)
5> 강영심, 앞의 책, 49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독립운동의 선구 예관 신규식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신규식#신규식평전#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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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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