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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이룸센터에서 '이낙연의 약속' 출판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이룸센터에서 "이낙연의 약속" 출판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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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내면을 드러낸다는 것은 늘 조심스럽고 두려운 일이다. 그래서 저는 저를 소재로 하는 글을 쓰거나 책을 내는 일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편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종로구)이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 만난 취재진에게 말했다. 이날 그는 2017년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와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함께 낸 문형렬 작가와 작업한 <이낙연의 약속>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인간 이낙연의 속살을 드러내며 정치인 이낙연이 꿈꾸는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의 모습을 대담집이라는 형태로 공개하는 자리였다.

이 의원은 "늦가을에 만나서 초봄까지 계속된 대담이었다"며 "제겐 어려운 수업기간이고, 뼈아픈 성찰의 기간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으로 사는 동안 주로 기자나 정치에 관심 갖는 분들의 질문을 받기 쉬운데, 그런 질문에 답하다 보면 대단히 딱딱하고 자기 내면과 꼭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는 답을 드리기 쉽다"며 "문 작가와 열한 번 그리고 만나면 3시간 전후 대담하며 '정치인 이낙연' 밑바닥에 깔려 있던 '여러 이낙연'을 쉽게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책은 특히 청년 문제에 방점을 찍었다. 이 의원은 책에서 "청년층이 그동안 소외됐다"며 청년출발자산, 지방 국립대 무상교육, 청년정치학교 등 다양한 청년 정책 구상을 밝혔다. 또 영양실조 초기 증상인 비문증에 걸릴 정도로 가난했던, 막내라는 이유로 <동아일보> 집단해직사태를 면했던, 5.18 당시 진상을 왜곡하던 언론 현실을 외무부 출입기자로 운좋게 피해갔던 '청년 이낙연'을 고백한다. 

이 의원은 현장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며 책에서 제안한 누진세 강화 등에 관한 생각을 좀 더 풀어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도 "토지공개념은 흑과 백의 문제가 아닌 정도의 문제"라며 "우리 헌법이나 법제 안에 토지공개념이 들어와있다. 단지 얼마나 현실에 적용할 것이냐는 선택이 남았다"고 말했다. 한편 '노인빈곤 문제가 빠졌다'는 지적에는 "이번 책은 청년에 중점을 뒀다"라며 "빠졌다고 해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낙연 의원과 기자들과 나눈 대화 중 주요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청년을 위한 정책, 청년에 의한 정책으로"

- 책머리에서 지난 한 달 동안 청년들을 집중적으로 만났고, 모두발언에서도 뼈아픈 성찰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분노를 어떻게 진단했고, 어떤 해법을 약속할 생각인가.

"가장 아팠던 말씀 중 하나는 '살기가 막막하다 보니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할 말도 없다'였다. 제가 청년들을 만나면서 가졌던 결론은 '참 몰랐구나, 모르면서도 아는 척했구나' 하는 부끄러운 발견이었다. 한 달 간의 잠행기간 중에 만났던 청년들의 얘기가 앞으로도 청년 문제에 임할 때 저의 큰 자양이 될 것 같다.

특히 '모르면서 아는 척해선 안 된다'는 것. 그래서 우리 캠프 안팎에 청년들로 구성된 싱크탱크를 따로 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흔히 정치인들이 '청년을 위한 정책'이라고 말하지만, 앞으로는 '청년에 의한 정책'으로 격상돼야 한다."

- 책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례를 언급했는데, 한국에서도 좀 더 신사적인 지도자가 필요한 때라 생각하는가. 하지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지지율은 '스트롱맨' 유형 후보가 우세하다.

"요즘 바이든 대통령이 참 좋은 지도자라고 느끼고 있다. 대선 과정에선 특색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 무색무취한 지도자였다. 그런데 취임 후 내놓는 정책이나 그분의 태도를 보면 대단히 단호하고 예상을 뛰어넘는 결단력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양극화 완화를 위해서 최저임금 37%를 단번에 인상했다. 한 지도자의 결단, 단호함. 국가의 가장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임하는가. 그런 태도가 좋았다. 그러면서도 소년 같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 풍모.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보여줬던 것 같이 동맹국 정상에 대한 배려와 존중, 이런 건 참으로 우아하고 존경할 만했다 생각한다.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는 또 다른 깊이와 우아함을 가진 분이다.

지도자를 어떻게 보느냐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그러나 우리가 경제적으로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이고, 외교안보상으로도 남북이 대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G1, G2, G3에 에워싸인 지구상 유일한 나라다. 그런 환경에서 보더라도 대외정책, 국제적인 식견이나 감각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이 좀더 중시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 청년들에게 내놓은 제안 중에 십전일승제(十戰一勝制), 십년일기제(十年一技制)가 있다. 그런데 사실 그때까지 버티는 게 힘들다. 또 '내가 실패하더라도 나라가 해결해줄까' 하는 불안이 있다. 

"우선 실업급여를 포함한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지금 진행되고 있다. 그게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그 위에 얹어서, 이미 정부가 하고 있지만 재도전을 돕는 제도와 사회 인식이 필요하다. 그게 십전일승, 도전과 좌절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는 얘기다.

또 십년일기는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지만 직업의 수명은 짧아지는 시대이기 때문에 10년에 한 가지씩 새로운 걸 배우자는 거다. 재교육 또는 평생교육이라 할지, 끊임없는 자기 변신이라 할지... 청년뿐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하다 생각한다. 그걸 포괄하는 비전으로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놨다." 

"정책 취지와 빗나간 임대사업자 혜택, 재고해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이룸센터에서 '이낙연의 약속' 출판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이룸센터에서 "이낙연의 약속" 출판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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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문제가 부동산이다. 총리로서, 또 당 대표로서 부동산 정책을 이끌었는데 잘한 부분과 잘못한 부분을 하나씩 꼽는다면.

"여러 번 부동산 정책을 썼는데, 당시에는 필요하다는 판단들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가 이렇게 돼서 '어떤 정책이 잘된 정책'이라고 말하는 건 국민들 보시기에 용납되지 않는 태도다. 잘못한 부분은 하나는 수요 예측을 충실히 못했다. 특히 가구 수, 그중에서도 1인 가구의 폭발적 증가를 충분히 예측하고 대비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뼈아프다. 

그리고 정책 취지와 빗나가는 결과가 빚어지는 경우도 더러 있지 않나. 주택임대사업자를 등록하고 특별한 혜택을 드린 것이 원래 기대했던 취지를 살렸는가에 의문이 있다. 임차인 보호를 위해서 임대사업자를 보호하고 혜택을 드렸지만 결과적으론 부동산 매물 잠김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또 세제 혜택이 조세 회피 수단으로 쓰이는 점이 있다는 것은 재고가 필요하다."

- 책에서 토마 피케티를 인용하며 누진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 인간들이 고안한 수많은 제도 가운데 그나마 효과가 있던 게 누진세 정도인데, 이마저도 불평등 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진 못하다. 그럼에도 평화적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불평등이 확대되는 한 누진세 강화는 영원한 과제다. 하지만 조세에는 늘 저항이 있기 마련이라 좀더 많은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 

지금 국면에선 토지를 중심으로 한 누진세 강화를 함께 논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노동소득도 격차가 심해지고 있지만, 자산소득 격차 확대는 대한민국 자본주의에 경고등이다. 세습자본주의 심화는 공동체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토지를 중심으로 한 누진세 강화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집이 거주의 목적뿐 아니라 소유 대상이라는, 국민들의 욕망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토지공개념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현실과 어떻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집은 사는(Live) 곳이지 사는(Buy) 것이 아니다'란 말처럼 집을 소유가 아닌 거주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 가야 할 방향이지만, 지금 대다수 국민께 집은 가장 중요한 재산항목이자 재산 증식의 방법이기도 하다. 그 현실을 너무 무시해선 안 된다. 그래서 정책의 배합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청년·저소득층에게 공공임대주택을 확대공급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반값 아파트도 필요하고, 금융규제 완화로 적어도 생애최초 주택구입만은 편하게 해드리자는 거다. 

또 토지공개념은 흑과 백의 문제가 아니라 정도의 문제다. 우리 헌법이나 법제 안에 이미 들어와 있다. 단지 이것을 얼마나 현실에 적용할 거냐는 선택이 남았다. 아까 말씀드린 토지를 중심으로 한 누진세 강화도 토지공개념에서 출발한다."

"차별금지법 찬성하지만... 우려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이룸센터에서 '이낙연의 약속'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 앞서 책을 살펴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이룸센터에서 "이낙연의 약속"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 앞서 책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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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의 다양화를 받아들여서 법적 지원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고, '성소수자·인종· 성별에 대한 차별 없이 인정하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법적으로 인정해야 할 가족의 범주에 성소수자가 포함되는가. 또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이 준비 중인 차별금지법에 공동발의할 의향이 있는가.

"우선 그러한 문제(성적 지향)로 차별이 생기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한다. 법적으로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단지 우리 사회 일각에 그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런 우려까지 수용하면서 우려가 최소화되는 방향에서 그런 안건들이 합의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 청년을 비롯해 다양한 의제에 관한 생각을 드러냈는데, 노인빈곤 문제가 빠졌다.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인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책에 모든 걸 담지는 않았다. 그리고 노인 빈곤 문제는 우리 복지정책에서 꽤 오래 전부터 중요하게 여겨져왔던 분야라 기존의 정책을 발전시켜나가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번 책은 주로 청년에, 그리고 소수자들의 문제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빠진 것도 꽤 있다. 빠졌다고 해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태그:#이낙연, #이재명, #청년, #대선,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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