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올해(2021년) 8월부터 2023년까지 모두 272억 원을 들여 '학원 연계 강의 콘텐츠(내용) 제공' 등을 위한 원격지원 플랫폼 사업을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 인터넷강의(아래 인강)를 벤치마킹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거 공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는 서울시가 지난 3일 만든 '서울형 교육플랫폼 구축 사업 개요'란 문서를 입수해 살펴봤다. 이 문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교육플랫폼 가칭 '서울 런'을 올해 8월부터 개발하고 12월까지 시범운영을 벌일 계획이다. 소요 예산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개년에 걸쳐 모두 272억 3천만 원이다. 서울 런 구축과 온라인콘텐츠 지원에 각각 38억 3천만 원과 234억 원을 쓸 예정이다.
올해는 우선 저소득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2022년엔 전체 청소년으로, 2023년엔 모든 시민으로 그 대상을 확대한다.
논란이 예상되는 것은 서울시가 서울 런의 주요 기능으로 '학원연계 강의 콘텐츠 제공'을 첫 번째 항목에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가 진행해온 인터넷 강의처럼 '유명 사교육 강사'들에게 강의를 맡기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국민 세금으로 사교육 업체와 사교육 강사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는 것. 강남 인강의 경우 일부 사교육 강사들이 인강 참여를 통해 자신을 알린 뒤, 이를 경력으로 삼아 다시 사교육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세금 낭비" 지적에 서울시 "학력 격차 줄이기 위한 것"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오마이뉴스>에 "이미 우리나라에서 인강은 EBS 무료콘텐츠를 비롯하여 대형 업체들의 인강도 무척 저렴한 가격으로 나오고 있는 등 포화상태"라면서 "이런 상태에서 서울시가 실효성도 없는 정책에 수백억을 들여 학원연계 인강을 만들려는 세금낭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 국장은 "해당 돈을 학교교육 강화를 위해 공교육에 지원하거나 소외된 학생들을 위해 우리동네 키움센터와 지역아동센터에 지원해 열악한 공적 지원체계를 더 강화하는 데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유미 서울시의회 의원(행정자치위 부위원장, 더불어민주당)도 "엄마가 도끼 눈 뜨고 곁에서 관리해주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아이에게 인강은 그림의 떡이거나 또 하나의 부담"이라면서 "강남 인강 같은 시스템을 가져와 학력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서울시의 발상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를 무시한 행정편의주의적이고 시혜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강혜승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사무처장 또한 "사교육업체의 온라인 콘텐츠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사교육 부추김 효과를 낼 수 있고 개인정보 유출 등도 우려된다"면서 "서울시는 이런 정책을 추진하려면 먼저 학부모와 교사, 학생의 의견부터 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서울 런 구축과 270억 원 투여 방안은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니고 추경을 위해 계획한 것"이라면서 "코로나 상황에서 학력격차가 심해졌기 때문에 교육환경이 열악한 우리 청소년들을 위해 빠르게 진행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키움센터와 같은 돌봄 사업비를 빼서 서울 런 운영비용에 쓰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앞으로 학원 연계 콘텐츠는 물론 공교육 콘텐츠도 당연히 늘려나가면서 서비스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학부모연합 등 관계된 분들의 의견도 듣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