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이 '부사관 성추행·사망 사건' 당시 성폭력 피해지원 매뉴얼 상 '여성 피해자는 여성 국선변호사를 우선 배정토록' 하는 국방부 성폭력 피해지원 매뉴얼을 어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방위 소속 이채익 의원(국민의힘, 울산 남구갑)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군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에는 사건처리 관계자(수사관, 군검사, 국선변호사)를 여성으로 우선 배정한다"고 되어 있다.
만일 여성 국선변호사가 없는 경우, 매뉴얼은 "군내 성범죄 피해자는 군 범죄피해자 국선변호사 예산을 활용하여 민간 변호사를 국선변호사로 지원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A중사는 사건 발생 7일이 지난 3월 9일에 공군본부 소속 남성 B법무관을 국선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당시 공군에는 국선 변호를 맡는 여성 법무관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다 공군 측은 사건발생 당시 A중사 및 가족 측에 이같은 '여성 변호인 우선배정' 및 '민간변호사 지원 제도'에 대해 별도의 설명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공군 측은 이채익 의원의 질의에 "현재 2명의 남성 법무관이 번갈아 가면서 국선 변호를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채익 의원실이 A중사 유족 측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유족 측은 "당초 사건 발생 직후 민간 변호사를 소개받아 선임하기로 약속하고 민간 변호사로부터 '블랙박스 및 CCTV 등의 증거를 우선 확보하라'는 조력도 받았는데, 공군 측에서 우리에게 '증거가 확실하니까 굳이 민간(변호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국선 변호인으로 선임해도 된다'고 안내하는 바람에 군을 믿고 국선 변호인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특히 유족 측은 이 의원실에 "군에서는 당시 여성 변호사를 선임해주겠다고 하거나 민간 변호사 선임 예산지원에 대해서도 별도의 설명이 전혀 없었다"면서 "이런 제도를 알았다면 당연히 당초 선임을 약속했던 민간 변호사를 선임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채익 의원실이 육군 법무담당 관계자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육군의 경우 여성 피해자는 군 예산지원 제도를 활용해 국선 변호사가 아닌 민간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한다.
하지만 공군은 민간 변호사를 선임하려 했던 A중사 측에 남성 국선 변호사를 안내해 선임토록 하면서 민간 변호사 예산지원 부분도 설명하지 않았다.
이채익 의원실이 각 군의 국선 변호를 맡는 여성 법무관 현황을 확인한 결과 ▲육군 50명 ▲해군·해병대 3명이지만 공군만 국선변호 담당 여성 법무관이 없었다.
이채익 의원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 했을 고인이 애초에 여성 민간 변호인에게 법적 조력을 받았다면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면서 "국방부는 고인의 국선 변호사 선임 과정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