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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사업본부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우체국 공공성 강화와 민간영역 우체국 택배사업 중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우체국 공공성 강화와 민간영역 우체국 택배사업 중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마지막까지 쟁점이 된 우정사업본부까지 사회적 합의에 참여하기로 했다. 다행히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 사회적 합의가 22일 협약식까지 하게 됐다. 이행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합의를 통해 택배 노동자의 과도한 업무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큰 방향을 잡게 되었다.

응원하는 시민이 없었다면
 
합의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짜노동,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되어온 분류작업에서 택배 노동자를 제외하는 시기가 정해졌다. 택배사가 1차로 추석 전까지, 최종 연말까지 분류작업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2022년부터 택배 노동자들의 오전 9시 출근이 가능해진다.
 
둘째, 분류작업이 해결된 이후에도 주 6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면(명절 특수기 제외) 물량을 조절하기로 했다. 다만, 물량조정은 택배 노동자들의 임금 문제이기 때문에 상호협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이 문제는 이후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어 조정위원회를 두어 중재 하도록 했다.
 
셋째, 연구를 통해 분류작업 비용,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의 적용을 위해 택배비 원가 상승분이 170원 정도임을 확인했고, 택배비 현실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단, 인상된 비용이 택배 노동자의 처우개선에만 쓰일 수 있도록 합의했다.
 
사회적 합의의 내용은 7월 말 생물법 시행 전에 표준계약서로 정리된다. 주 5일제 시범사업 등은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제 21조에 '정책협의회'를 통해 지속해서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사실상 정책협의회를 통해 사회적 대화 틀이 지속되는 것이다.
 
이번 합의는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의미가 크다.
 
택배 노동자는 개인사업자로 대리점과 계약관계에 있지만, 사실상 택배사에 종속되어 일하고 있다. 최근 중노위에서 택배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택배노조도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을 제정을 통해 특수고용 노동자 신분에서도 최소한의 종사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기위해 노력했다. 연속적으로 발생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를 사회적 의제화 했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사실상 원청을 대상으로 한 산별교섭의 자리를 만들어 냈다.
 
사회적 합의는 택배 노동자를 응원하는 시민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들, 직장인 할 것 없이 우리는 누구나 택배를 기다리며 산다. 밤늦은 택배에는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 생긴다. 택배비가 조금 올라도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고려하겠다는 여론도 힘이 되었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더욱 소중해진 택배 노동자를 응원하는 시민이 이번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낸 셈이다.
  
누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 소속 우원식, 양이원영, 장경태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와 택배노조 우체국 본부가 택배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 이행에 최종 합의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 소속 우원식, 양이원영, 장경태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와 택배노조 우체국 본부가 택배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 이행에 최종 합의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성과가 크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것도 많다.
 
택배 노동자와 택배사의 고용구조 개선은 계속 쟁점이 될 것이다. CJ 원청이 노동조합에 교섭 의무가 있다는 중노위 확정판결도 판결이지만, 이번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합의를 거부한 대리점 연합회의 행태는 원청이 더는 대리점을 통해 현장을 관리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회적 합의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모든 택배사의 참여와 이행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사회적 합의 주체로 참여하지 않았지만, 쿠팡은 올해부터 택배 사업을 시작했다. 쿠팡은 현재 대리점을 모집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아직 전체 택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으나, 연 3~4억 개의 택배를 거래하는 쿠팡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어 단시간에 규모 있는 택배회사가 될 것이다.

그동안 쿠팡이 해온 사업 방식을 볼 때 공격적으로 시장 확대를 시도할 것이 예상된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쿠팡도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에 책임이 있다. 누구든 사회적 합의 바깥에 있어서는 안된다.
 
택배, 소화물배송노동자 영역도 문제다. 최근 마트가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택배 노동자와 고용 형태가 똑같은 배송노동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마트 3사에만 5천여 명의 배송노동자들이 생겨났다. 고용구조는 조금씩 달라도 쿠팡 친구, 쓱닷컴 등의 배송노동자 처우도 열악하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는 기술발달로 급속히 성장한 온라인산업의 이면에 있는 노동자 현실이다. 이번 합의는 우리 사회가 산업의 성장 이면에 있는 노동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방향을 찾은 계기가 되었다. 누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합의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택배#사회적 합의#택배노동자 과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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