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 위반이라고 하면 농지를 사들인 뒤, 농사를 안 지었을 경우를 얘기하지 않습니까? 저는 동네 분들도 다 알지만 제가 여기 와서 농사를 수년간 지어왔기 때문에 저는 농지법 위반 소지가 없다고 봅니다.... 묘지에 대해서는 포천시청에서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그것도 역시 법률상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당시 병무청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문의해서 다 확인하고 지원했다. 10년 전 병무청에서도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위 발언들은 민주당에서 탈당 권고를 받은 우상호 의원과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며 국민의힘의 대표가 된 이준석의 말입니다.
세대(世代)도 다르고, 정치적 입장도 다른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무원을 과신(過信)하고, 공무원한테서 들은 말이 법과 같다고 믿는다는 점입니다.
'홍길동'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았던 공무원들
그런데 최근 공무원의 수준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장면이 있었습니다.
지난 18일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 광주 동구청이 제출한 '학동4구역 철거 허가 건물 철거 공사계획서'가 부실하게 작성됐으며 검토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며 해체 대상 건축물의 모든 측정자가 '홍길동'으로 기재 되어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입니다.
'홍길동'의 존재에 의심을 품은 단 한명의 공무원이 있었다면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의 건물 붕괴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분노와 안타까운 마음이 들 뿐입니다. 공무원법과 공무원 복무규정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우상호 의원의 질문에 답변했던 포천시청의 공무원이나, 이준석 대표 문의에 답변했던 병무청의 공무원이나 농사꾼인 제게는 '홍길동'의 존재를 믿는 광주 동구청의 공무원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 국가공무원법 제64조(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
① 공무원은 공무 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기관의 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에요. 풀이 너무 많이 자라서. 풀 뽑는 게 일이고, 전문 농사꾼 다 됐지 뭐."
2013년 재선(再選) 국회의원이던 때 포천에 708평의 밭을 사고, 현재는 352평의 밭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다는 우 의원의 말입니다.
아직도 막걸리를 마시며, 농민가를 부르는 우 의원의 연봉은 1억5천만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우 의원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모금한 후원금은 9억 6천만원이 넘습니다.
20년 넘게 농가의 1년 농업소득이 천만원에 그치고 있고,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년 전보다 절반 넘게 줄어들었습니다. 우 의원이야말로 300평이 넘는 밭을 부치고, 전문 농사꾼이 다 됐으니 누구보다 농사꾼의 현실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농사꾼이 아닌 자가 300평 이상의 농지를 소유하는 것 자체가 농지법 위반이며,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에 전념하는 대신 밭에서 풀과 전쟁을 벌이는 것은 공직자의 영리업무 및 겸직금지 위반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포천시청의 공무원의 말을 근거로 탈당을 거부하는 우상호 의원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 병역법
제39조(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의 복무) ① 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원은 해당 분야에서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기간 동안 의무복무를 하여야 하며, 그 기간을 마치면 사회복무요원의 복무를 마친 것으로 본다.
③ 전문연구요원이나 산업기능요원은 편입 당시 병역지정업체의 해당 분야에 복무하여야 한다. 다만, 병역지정업체의 폐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와 복무하는 병역지정업체의 변경, 관련업무 수행을 위한 파견·교육훈련, 학문 및 기술의 지도,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편입 당시 병역지정업체의 해당 분야에 복무시킬 수 없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할 지방병무청장의 승인 또는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④ 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될 사람은 제1항의 의무복무기간 중 성실히 복무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 병역법 시행령
제91조(신상변동 통보 등) ① 병역지정업체의 장 또는 관할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후계농어업경영인의 경우만 해당한다)는 전문연구요원이나 산업기능요원 또는 그 병역지정업체가 법 제40조에 규정된 사유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14일 이내에 관할 지방병무청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3. 의무복무기간 중 3개월 미만의 해당 분야와 관련되는 국내교육훈련 및 관련 업무수행을 위한 파견근무를 실시하게 된 경우
- 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의 관리규정
제32조(연구요원 및 기능요원에 대한 복무관리) ① 관할지방병무청장은 연구요원 또는 기능요원으로 편입된 사람에 대하여는 개인별 복무기록표 등록전산화면에 입력하여야 한다.
② 병역지정업체의 장은 연구요원 또는 기능요원에 편입된 사람의 복무기록표를 전산으로 출력 받아 관리하되, 법 제40조 및 영 제91조에 따른 신상변동 사항 등을 제74조의 정리요령에 따라 전산화면 및 복무기록표에 정리(입력)하여야 한다.
③ 병역지정업체의 장은 연구요원 및 기능요원을 편입당시의 연구 또는 제조·생산분야에 성실히 복무하게 하여야 하며, 근로시간(연장·야간·휴일근로시간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중 연구 또는 제조·생산활동과 관련이 없는 개인영리추구활동 등을 하지 아니하도록 관리하여야 한다.
⑤ 연구요원 및 기능요원의 1일 근로시간은 8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공무원의 해석, 기준이 되면 곤란
군 복무를 대체해 정상적인 급여를 받는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면서 또 다른 기관으로부터 정기적인 지원금을 받는 것은 산업기능요원 복무관리 규정상 금지된 개인영리추구활동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준석 대표는 2010년 9월까지 이미지 브라우저 개발업체에서 연봉 2300만원을 받으며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면서 2010년 당시 지식경제부의 '소프트웨어(SW) 마에스트로' 1기 선발 과정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SW 마에스트로 과정에 선발된 사람에게는 노트북 등 IT기기 구입비와 매월 100만원의 지원금 등 금전적 이득에 해당하는 지원 및 특전이 주어졌습니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교육 장소가 저희 회사에서 1㎞ 거리였고 사장한테 그 당시 핫(Hot)해지던 안드로이드 관련 기술을 배우고 오겠다고 했고 승낙을 받았다"
"산업기능요원은 현업 종사자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는 정부 측 지침이 있었다"
병역법과 병역법 시행령에 명시된 관할 지방 병무청장의 허가나 승인이 있었는지, 개인별 복무기록표의 신상변동 사항에 SW 마에스트로 과정에 참여하고 활동한 것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해보입니다. 병역지정업체 사장과 SW 마에스트로 과정 선발위원장의 말보다는 그게 더 확실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LH사태 이후에도 문제가 된 직원들은 전원 파면 징계를 받지 않고,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경영평가 성적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받는다고 합니다. 2020년에는 1인당 992만원을 받았지만 올해는 LH사태의 여파로 작년의 8분의 1 수준인 124만원 남짓을 받을 것이라고 합니다. '홍길동'의 존재를 눈감아준 광주 동구청의 공무원들도 별다른 징계 없이 안정적인 월급과 수당을 받아가며 공무원 생활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에 따라 정확하게 적용받는 게 아니라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해석이 기준이 되어서는 원칙이 바로 설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