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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틱톡이었냐고 묻는다면, 그곳 사람들이 궁금했다고 답해야겠다. 소셜미디어 중 가장 비정치적인 공간이라고 여겨지는 틱톡에 뭐라도 하나 남겨보고 싶었다는 말이다. 

나는 민주노총 기관지인 <노동과세계>에서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 동지'다. 스스로는 '기록활동가'라고 부른다. 지난 6월 21일, 짧은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에 '크크투걸'이라는 이름의 개인 계정을 만들었다. 여기서 크크투는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영어 약자를 KCTU를 소리 나는 대로 불러본 것이다.
  
틱톡에 노동 이슈 콘텐츠를 올려봤다.
 틱톡에 노동 이슈 콘텐츠를 올려봤다.
ⓒ 조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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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은 어떤 곳인가? 연령대로는 10대와 20대가 압도적으로 많고, 춤과 노래를 기반으로 한 챌린지와 개그, 메이크업 튜토리얼 등이 주 콘텐츠를 이룬다. 틱톡이 주로 예능적 측면으로 강화된 플랫폼인 것은 맞지만, 해외의 경우 사회비판의 장으로 활용할 때도 많다. 미얀마와 태국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틱톡을 통해 시위 장면을 퍼 나르며 민주화 시위세를 확산시켰고, 인도네시아는 젊은 유저들이 틱톡으로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기도 했다. 

서양의 경우는 더욱 활발하다.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을 비롯한 여러 사회 의제들이 틱톡에서 유통되거나 논의된다. 특히 기후위기와 관련해서는 꽤 유명한 틱톡 활동가들도 있는 모양이다. 이런 움직임들이 한국 틱톡에서는 유독 둔하다. 그러니까 한국의 틱톡은 공간이지만, 공론장은 아니다. 

계정을 만들었으니, 무엇을 말할 것인가. 요즘 가장 이슈인 #쿠팡탈퇴 #쿠팡과로사와 관련한 영상 두 개를 틱톡에 툭, 던지듯 올렸다. 틱톡에서 #쿠팡탈퇴를 검색할 사람들은 없다시피 할 테니 #쿠팡배송 #쿠팡에서샀어요 등의 태그도 미끼로 끼워 넣었다. 별 노력 없이 올렸던 만큼 기대는 없었다. 한두 개씩 시범적으로 영상을 올려가며 천천히 틱톡을 익혀볼 생각이었다. 이쪽 업계 용어(?)로 틱톡 유저들은 '미조직'된 사람들이 대다수였으니.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업로드 두 시간이 지나자 해시태그를 타고 온 사람들이 슬금슬금 모여들었다. 두 영상의 조회수는 21만 뷰가 넘어섰고, 좋아요도 1만 개 가깝게 눌렸으며, 수백 개의 댓글들이 주르륵 달렸다. 이 모든 게 계정을 만든 8시간 동안 일어난 일이다. 

툭 올린 영상 하나,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틱톡 #쿠팡탈퇴 영상에 대한 반응들.
 틱톡 #쿠팡탈퇴 영상에 대한 반응들.
ⓒ 조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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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틱톡의 뷰 카운팅은 유튜브의 그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가령, 아무 동영상이나 올리고 유행하는 해시태그만 걸어도 몇 백에서 천 단위로 나오는 식이다. 다만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이상하리만치 뜨거운 반응 중에서도 제일 흥미로운 것은 역시나 댓글들이다. 600여 개에 걸친 댓글은 각각의 주장으로 꽉 차 있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너 한 명 탈퇴한다고 세상이 바뀌냐', '기업이 망하면 고용도 줄어든다' 등의 충분히 예상했던 반응들은 역시나 넉넉히 있다. '선동질하지 마라'는 댓글도 왕왕 있었다. 이건 기자 활동가인 나에게 칭찬이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부정적인 댓글이 지배적이지는 않았다. 노동자 친화적 댓글도 기대보다 많았다. 배송업을 하는 가족 얘기를 꺼내고, 지인과 친구 얘기를 꺼내며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쿠팡맨(배송기사)에게 최소한 감사함을 가져야 하는 건 아니냐는 의견도 많았다.

쿠팡 노동 착취의 구조적인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내며 탈퇴 반대 세력과 열심히 논쟁하는 사람도 많았다. 비율로 따지면 부정적 반응과 긍정적 반응이 6:4 정도 되는 것 같다. 논쟁은 일주일 넘게 뜨거웠고, 이게 내가 정확히 바라던 그림이었다. 노동 이슈 토론이 틱톡에서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왜 이런 걸 틱톡에 올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이건 나도 예상을 못했다. 대답도 사실 잘 모르겠다. '네가 과로사 유족도 아니고 청와대 청원할 것도 아닌데 틱톡 같은 데 이걸 올려서 뭐하려고 하냐'는 보다 구체적인 문의도 봤다.

'여기 올려서 어쩌라고? 나한테도 탈퇴를 강요하는 거냐?' 같은 불쾌함도 있었지만 '이걸 여기서 왜 말하는 거야' 하며 아리송해하는 댓글에는 어찌 답해야 하나. 질문에 답 대신 질문이 쌓인다. 나는 이걸 올려서 뭐하려고 하는 걸까? 횔동가는 틱톡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기대... 해도 될까?

우선 이 같은 질문을 완강한 거부도 환대도 아닌 애매한 '이걸 여기서 왜..?'라는 어색함 정도로 정리해볼까 한다. 나는 이런 생경함들이 왜이리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다만, 여기에 답하기 위해서라도 표본을 늘려가고 싶다. 

가장 기뻤던 반응은
 
틱톡 #쿠팡탈퇴 영상에 대한 반응들.
 틱톡 #쿠팡탈퇴 영상에 대한 반응들.
ⓒ 조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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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기쁜 건 역시나 '뭔데 뭔데 무슨 일이야' 류의 댓글이다. 서로를 태그하며 무슨 일인지 설명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 이슈에 대해 몰랐는데 쿠팡을 탈퇴 해야겠다'는 결심도, '쿠팡 실망이다. 배신감 든다'는 소감도 모두 감사하다.

이거면 됐다 싶다. 악플보다 슬픈 건 무플이라고. 욕 댓글도 쿠팡 사건을 알고 있으니까 다는 거다. 젊거나 어린 틱토커들이 한순간만이라도 시간 내서 쿠팡에 관심을 가져주면, 그날의 내 몫은 다 한 거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틈틈이 업로드하고 모니터링해 볼 생각이다. 틱톡에는 뜨거운 힘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틱톡에는 틱톡의 언어와 문법이 있다. 거기에 어떻게 맞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다.
 
틱톡 #쿠팡탈퇴 영상에 대한 반응들.
 틱톡 #쿠팡탈퇴 영상에 대한 반응들.
ⓒ 조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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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조연주님의 개인 페이스북에도 올라갔습니다.


태그:#틱톡, #노동, #쿠팡,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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