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파산으로 해고됐던 노동자 3명이 파산관재인과 공장 임대차계약을 맺은 업체 등을 상대로 여러 투쟁을 벌여온 가운데, 법원이 상당수 사건에 대해 해고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와 금속노조법률원에 따르면, 창원공단 내 옛 한국공작기계 해고자들이 한국머신툴스(주)·에이치피아이(주)와'부동산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앞서 한국머신툴스·에이피피아이가 3명의 해고자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창원지방법원 제4민사부(재판장 장우영·임락균·최지원 판사)는 지난 24일 선고했다. 판결문 30일 나왔다.
재판부는 3명의 노동자에 대해 한국머신툴스에 1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고,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소송 비용에 대해 재판부는 한국머신툴스가 19/20, 에이치피아이가 전부 부담하도록 했으며, 해고자에 대해서는 한국머신툴스 부분 1/20만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한국머신툴스·에이치피아이(아래 업체)는 공작기계를 제작·가공·판매하는 법인으로, 파산관재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해고자들은 옛 한국공작기계 파산관재인으로부터 2019년 12월 해고됐다.
이에 해고자들은 공장 담장에 '고용승계' 등의 내용을 적은 구호를 적은 펼침막을 걸어 놓았고, 주차장에 천막과 컨테이너를 설치해 농성을 벌였다.
이에 업체는 해고자들한테 펼침막, 천막, 컨테이너 철거와 함께 이로 인한 손해를 입었다면 총 4222만 원의 배상을 청구했던 것이다. 업체는 펼침막 내용으로 인한 명예훼손이라며 배상을 요구했다.
법원 판단은 어땠을까. '펼침막 철거 청구'에 대해, 재판부는 "토지 담장을 사실적 지배로서 점유하고 있다거나 업체의 임차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업체)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무단점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재판부는 "주차장에 천막과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차량을 주차하여 임차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업체들이 임차한 건물의 종된 부분에 해당한다거나 임차권의 효력이 주차장에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업체들이 토지 지상의 건물 전부를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설령 업체들의 임차권 효력이 주차장에 미친다고 하더라도, 토지 소유자가 아니라 임대차계약에 기한 채권자에 불과한 업체들이 임대차계약의 채무자도 아닌 노동자들을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볼만한 근거에 대한 주장, 입증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명예훼손 주장은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펼침막들의 표현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므로, 표현은 한국머신툴스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1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해고자들은 담장에 "위장 폐업, 위장 파산, 조합원 고용을 즉각 승계하라" 등 펼침막을 걸어 놓았고, 이제 대해 재판부는 "한국머신툴스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한국머신툴스는 파산관재인을 통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유체동산 등을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파산회사가 위장폐업go 한국머신툴스와 같은 회사라거나 또는 한국머신툴스가 파산회사로부터 영업을 포괄적으로 양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불법집회·업무방해'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가해자의 행위가 불법행위로서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위법행위의 결과로서 피해자에게 실제로 손해가 발생해야 한다"며 "업체들이 주장하는 사정들과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어떠한 불법집회 또는 업무방해 행위로 인해 업체에 어떠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해고자들을 변론했던 금속노조법률원 최경아 변호사는 "이 사안은 임차 목적물도 아니어서 자신들이 수익할 권원이 없는 주차장 부지를 터잡아,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소송을 제기한 사안에 해당하고, 법원도 그와 같이 판단했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옛 한국공작기계가 법적으로는 파산했다고는 하지만 그 공식영문명을 한글로 음차하여 신설한 '한국머신툴스'가 동일한 영업부문에서 동일한 제품을 기존의 인적 구성으로 생산하고, 심지어 홍보도 '한국공작기계'를 병기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음에도, 이를 구제받을 길이 마땅치 않은 것은 여전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