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시장 한범덕)가 1950년 청주형무소 재소자와 보도연맹원 등 민간인집단희생지(도장골)가 훼손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청주시의 유감 표명은 유해매장 추정지가 훼손된 지 2년여만의 일이다.
청주시는 지난 8일 민간인집단희생자들의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돼온 상당구 낭성면 도장골(낭성면 호정리 산22번지)이 훼손된 데 대해 "유족들께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앞으로 유해발굴과 위령 사업 등 유족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치유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주시는 "유해발굴에 대비해 유해매장 추정지를 적극 보존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낭성면 도장골은 1950년 7월 8일부터 7월 9일 사이에 청주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던 재소자와 보도연맹원 100~200여 명이 충북지구 방첩부대(CIC)와 16연대 헌병대, 청주 경찰에 의해 끌려가 희생된 곳이다. 정부 산하 진실화해위원회는 이곳에 유해가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보존을 위해 안내표지판을 설치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충북도(도지사 이시종)와 청주시는 현장 조사 없이 사방댐 공사(흙이 하류로 흘러내려 가지 못하도록 골짜기에 인공적으로 설치하는 작은 규모의 댐)를 허가해 공사 도중 유해매장추정지가 모두 훼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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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도중 충북도와 청주시 등 자치단체 명의로 세운 유해 매장지임을 알리는 안내판도 훼손됐다. 당시 청주형무소 유족회는 충북도와 청주시에 공사 책임자와 관련 공무원을 문책하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여 만에 청주시의 유감 표명이 나온 것이다.
유가족인 신경득 청주형무소유족회 자문위원(전 경상대 교수)은 "너무 때늦은 감이 있지만 청주시의 태도 변화를 받아들인다"며 "하지만 절반의 책임이 있는 충북도는 묵묵부답으로 반쪽짜리 사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충북도의 사과는 물론 민간인 집단 희생된 장소가 잘 보존할 수 있도록 후속 조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시는 "행정안전부 및 진실화해위원회와도 적극적으로 협의해 희생지가 잘 를 보존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앞의 신경득 자문위원과의 주요 인터뷰 요지다.
- 청주시가 공식 유감을 표명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수백여 명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했던 유해 매장지가 훼손된 지 만 2년이 지났다. 유감 표명을 받아들이지만, 너무 때늦은 느낌이 든다. 청주시와는 달리 절반의 책임이 있는 이시종 충북도지사를 비롯 관계 공무원들은 비공식적으로도 사과 한마디 없다."
- 충북도에 사과를 요구한 적이 있나?
"지난 2019년에도 충북도에 항의 공문을 여러 차례 보냈다. 그러자 충북도는 '책임 없다', '유해수습 의향 없다', '추모시설 계획도 없다'는 등 처음부터 무시했다. 지금까지도 말 한마디 없다. 충북지사부터 그러하니 소속 공무원들도 안하무인이다. 분통이 터진다."
- 청주시가 '앞으로 유해발굴과 위령 사업 등 유족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치유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후속 조치에 대한 협의가 있었나.
"청주시에 유해매장지 땅을 일부라도 사서 가묘를 조성하고 진혼비를 세우거나 또는 인근에 위령비를 세울 것을 제안한 상태다. 아직 공식 답변은 없는 상태다."
- 이후 바람은?
"유해매장지가 훼손되기 훨씬 이전인 지난 2008년에 이곳을 '우선 발굴 대상지'로 선정하고 충북도와 당시 청원군수와 협의해 '유해 훼손을 하지 말라'는 안내표지판도 설치했다. 이걸 충북도와 청주시가 훼손한 것이다. 이 때문에 충북도의 사과를 꼭 받고 싶다. 또 최소한 현장에 위령비라도 세워 유가족들의 마음을 달래 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