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로부터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의 철거 통보를 받았습니다."
8일 4.16약속국민연대(4.16연대)가 입장문을 통해 알린 소식이다. 4.16연대는 "서울시는 지난 5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에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과 관련된 협의를 요청하는 자리에서 일방적으로 7월 21일에서 25일 사이에 세월호 기억공간 내부의 사진, 물품 등에 대한 철수를 진행하고 26일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할 것을 통보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4.16연대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세월호 기억공간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철거를 진행한다는 입장이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식수 혹은 표지석 설치는 협의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7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서울시에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 진행에 따라 세월호 기억공간 이전을 논의하자고 요청하고 4·16연대, 4·16재단과 함께 '세월호 기억공간TF'를 구성했다. 기억공간TF는 서울시에 광화문광장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기억공간을 이전하고 공사가 완료되면 다시 기억공간을 광장에 두자고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세월호 기억공간TF는 서울시와 7차례 면담을 진행하고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 5일 세월호 기억공간 존치가 어렵다는 회신을 최종적으로 보낸 것.
서울시 "기억공간 만들어질 때부터 임시운영된 것"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9일 <오마이뉴스>에 "2019년 4월 기억공간을 개관할 때부터 서울시가 임시운영한다고 이미 밝힌 상황"이라면서 "(고 박원순) 전임 시장이 계실 때부터 지속적인 운영은 안 된다고 결정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족 입장에서 서울시가 대안을 제시하길 원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수목이나 표지석 외에는 어렵다"면서 "새롭게 조성되는 광화문광장 지상에는 어떤 설치물도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철거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제철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기억공간은 처음부터 서울시 재산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강제철거가 아니라 집행"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억공간 안에 있는 전시물에 대해서는 "국가추모시설 설치가 결정된 만큼 서울시기록원에 이관 후 화랑공원에 추모시설 완공되면 재이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화랑공원에 조성될 국가 추모시설은 2024년 5월께 완공 예정이다.
박승렬 4.16연대 공동대표 "광장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4.16연대 박승렬 공동대표는 "이전 설치 등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협의를 이어왔다"면서 "하지만 7차례 만남에서도 서울시의 완강한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기간 동안 오 시장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 공동대표는 "세월호 기억공간TF는 서울시에 외교부 앞쪽 세종로 공원을 비롯해 유연하게 이전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돌아온 것은 처음부터 마지막 만남까지 철거라는 변함없는 답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4.16연대는 "공사 기간 중에는 임시이전할 수 있고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취지에 맞게 위치는 협의할 수 있다"면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가 세월호 기억공간 이전에 대한 대안 마련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서울시장의 면담 또한 추진하지 않은 것에 유감이다. 세월호 가족들은 표지석이나 식수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은 시민들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서울시의 일방적인 철거 통보는 세월호 지우기라 판단된다."
고 박원순 시장 재임 당시인 지난 2019년 3월 서울시는 광화문에서 세월호 천막을 철거했다. 이후 3주 간의 공사를 거쳐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둔 4월 12일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을 열었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광화문 광장 남쪽 좌우에 설치됐던 기존 천막의 절반인 79.98㎡ 규모에 세월호 추모와 재난 안전을 주제로 전시실, 시민참여공간 등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