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통일부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펴면서, "대만에도 통일부가 없다"는 것을 그 하나의 사례로 들었다. 대만에 없으니 한국에서도 필요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나 대만의 상황을 한국에게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대만의 상황과 한국의 조건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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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만 집권당, '통일'이 아니라 중국 '독립'을 추구하는 중
첫째, 현재 대만의 집권당인 민진당(民進黨)은 중국과의 통일에 결사적으로 반대하면서 '대만 독립'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민진당은 기본적으로 대만 원주민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통일에 처음부터 비판적이었고 갈수록 완강한 반대론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야당인 국민당(國民黨)이 중국과 통일에 적극적인가라 물으면 그렇지도 않다. 5년 전까지 대만의 총통이었던 국민당 마잉주(馬英九)의 대륙정책은 '불통(不統), 불독(不獨), 불무(不武)'로 표현된 바 있었다.
즉 이들은, "대륙과의 통일을 내세우지 않고, 타이완의 독립도 주창하지 않으며 무력 사용을 배제한다"는 방침이었던 것이다. 또 그는 자신의 임기 내에 대륙과 어떠한 통일문제에 관한 담판도 진행하지 않을 것을 천명하기도 했다. 대만이 국력은 물론 국제적 위상에서도 중국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조건에서, 대만은 중국에의 '흡수 통일' 가능성을 경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 국제관계에서 대만은 '국가'가 아니다
한편 한국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대만은 현 국제관계에서 '국가'로서의 지위를 지니고 있지 못하다. 한 마디로 대만은 정식국가가 아닌 것이다. 중국은 타이완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단지 하나의 '미수복(未收復) 성(省)'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선포하고 모든 나라가 이를 인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국 역시 "하나의 중국"이라는 이 원칙과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최근 그런 관행을 미국이 조금씩 어기면서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기는 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근본적으로 파기하고 있지는 않다.
최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조정관은 "대만과 비공식적 관계를 지지하지만,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즉, 대만에 대한 미국의 공식적 입장은 대만의 통일도, 독립도, 전쟁도 없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대만에 통일부가 없다고 해서 한국도 통일부가 필요 없다'는 식의 단순한 주장은, 대만의 현실에 대한 몰이해의 소산일 뿐이다. 정치적 상황으로든, 아니면 국제적 위상으로든, 양자를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