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도쿄 올림픽 개막식을 생중계하면서 우크라이나 선수단 소개 사진에 '체르노빌 원전 폭발 대참사' 사진을 넣는 등 '참가국 모독' 방송을 내보냈다가 결국 사과했다. 국내외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서다. 하지만 MBC에 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오는 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24일, MBC는 공식 사과문을 내어 "23일 밤 도쿄 올림픽 개회식을 중계방송하면서 국가 소개 영상과 자막에 일부 부적절한 사진과 표현을 사용했다"면서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MBC는 23일 개회식 중계방송 끝 부분에도 "오늘 개회식 중계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아이티 등 국가 소개 시 부적절한 사진이 사용됐고, 이 밖에 일부 국가 소개에서도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이 사용됐다"며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해당 국가의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는 자막을 내보낸 바 있다.
개막식 중계방송에서 MBC는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입장하자 나라 소개 사진에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건'을 넣었고, 아이티 선수들이 입장할 때는 폭동 사진을 보여준 뒤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개 속'이란 올림픽과 상관없는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엘살바도르 선수들이 들어올 때는 이 나라가 법정화폐로 채택한 암호화폐 비트코인 사진을 넣었고, 시리아 선수들이 입장할 때는 "10년째 내전"이란 말을 넣었다. 마셜제도 소개에서는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는 설명을 넣기도 했다.
선 넘은 방송에 진상 조사 촉구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인터넷 등에서 "다른 나라 공영방송이 한국을 소개하면서 삼풍백화점 붕괴사진을 넣는 것과 같은 외교 결례", "역대급 방송사고이고 나라망신"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해당 MBC 방송 영상은 유튜브 등을 통해 다른 나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MBC 중계방송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MBC가 올림픽 개막식을 중계하면서 대회에 참여한 국가들을 모욕하는 수준의 사진과 설명을 지속적으로 송출했다"라며 법 위반 여부 및 관계자 엄벌을 촉구했다.
MBC는 24일 사과문에서 "문제의 영상과 자막은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면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어 MBC는 "올림픽 중계에서 발생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영상 자료 선별과 자막 정리 및 검수 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나아가 스포츠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