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무주택 실수요자들에 대한 대출 한도가 확대되면서 서울 외곽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출 한도 확대가 적용되는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 매수세가 유입돼 집값을 자극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출 규제를 완화할 경우 집값 상승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대출규제를 풀어 '집을 사라'는 신호를 준 정부·여당이 이제 와서는 집값 거품이 붕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 7월부터 들썩
부동산114 주간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주간 시세는 7월 첫째 주(2일) 기준 0.11%, 둘째 주(9일) 0.12%, 셋째 주(16일) 0.09%, 넷째 주(23일) 0.11%씩 상승했다. 경기·인천 지역은 첫째와 둘째 주 각각 0.09% 올랐고, 셋째·넷째 주 각각 0.08% 올랐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외곽지역과 수원·평촌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도드라진다.
서울 노원구의 경우 7월 둘째 주 0.32%, 셋째 주 0.34%, 넷째 주 0.36%로 상승폭을 키워가고 있다. 금천구도 0.19%(둘째), 0.17%(셋째), 0.24%(넷째)로 상승세가 커지고 있다. 경기 수원과 평촌, 동탄도 7월 넷째 주 기준 각각 0.15%, 0.17%, 0.13%로 오름세다. 7월부터 대출제한 완화로 실수요자들이 움직이면서 상승세가 커지는 양상이다.
주간 시세는 말 그대로 집주인들이 부르는 호가를 중심으로 집계된다. 그런데 이런 상승 흐름이 지속되면 실거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택 가격이 오를 거라고 전망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매달 조사하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주택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37.7로 전월보다 3.9p 상승했다. 특히 수도권 주택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43.2로 전월보다 3.7p 올랐다. 통상 소비심리지수가 100을 넘으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많은 것을 뜻하는데, 그 수치가 계속 올라가는 것이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빚 내서 집 사라'고 할 때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서민·실수요자를 대상으로 대출 제한을 크게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 7월부터 대출 제한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대출한도 우대를 적용하는 주택가격 조건 기준을 완화한 것인데, 투기과열지구는 주택가격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조정대상지역은 5억원 이하에서 8억원 이하로 완화했다. 이에 따라 담보인정비율(LTV)을 10~20%p 우대받는 주택 수가 대폭 늘어났다. 현재 시세 오름세가 확대되는 노원과 도봉 등은 9억원 이하 주택이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집값 상승세가 높은 지역은 투자가 아닌 실수요자들의 수요가 많은 곳들"이라며 "7월부터 대출규제가 풀리면서 이들 지역에서 내 집 마련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승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홍남기 "주택가격 조정시 영향 우려" 경고
이런 와중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집값 거품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홍 부총리는 지난 21일 정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내에서 연구기관·한국은행 등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고평가 가능성과 주택가격 조정 시 영향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집값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상승, 향후 부동산 분야 취약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지적한다"고 경고했다.
대출 규제를 풀어 집을 사라고 유도하면서 거꾸로 집값 거품에 우려를 나타내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이 같은 앞뒤 안맞는 행보로 인해 정책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인길 대진대 교수는 "정부가 한 방향으로 정책을 분명히 가져가야 하는데 부족하다"며 "집값을 잡겠다고 하면서 실질적인 정책은 내놓지 않아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가 무책임하다"며 "집값 거품 붕괴가 우려된다면 대출 제한을 풀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부가 앞뒤 안맞는 소리를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