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러 왔어요?"
"봉사하러요."
"사회복지사야?"
"네?"
"1급이야?"
"아, 네"
복지관 무료급식도시락을 받아든 어르신이 뒤돌아서 익숙하지 않는 나를 보며 물었다.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고 있기에 아니라고 부정하지도 않았다. 어르신에게 맛있게 드시라는 인사를 하고 일행이 있는 곳으로 왔다.
5월부터 시작한 시화 엽서 나눔 봉사활동으로 무료급식도시락에 시화엽서를 동봉해서 나누어드리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자원봉사를 나가 일손을 도와주고 있다. 어르신을 만나는 현장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진행을 위한 초기방문상담 시에 방문서비스 내용과 일정에 대한 안내를 다 듣고 나서 강철수(가명, 남, 76세) 어르신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필요한 시간에 연락하면 와야 하는 거 아녀?, 내가 필요할 때 와야지 정해진 시간 말고, 나는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연락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도움도 받고 싶은 거여. 그게 낮이 될 수도 있고, 저녁이 될 수도 있는 거지."
물론 급하게 필요할 일이 생길 수도 있고 긴급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 연락을 받게 된다면 상황에 맞는 대처를 하고 대응 체계대로 조치를 취하면 된다. 긴급 상황은 예견할 수 없기에 낮이 될 수도 밤이 될 수도 있다.
사회복지의 출발점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1600년대 초 영국의 빈민구제에서 출발했다. 가난의 고통에서 힘들게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잘 사는 사람들의 자원봉사에 기원을 둔다. 유럽에서 시작된 사회복지가 우리나라에 정착한 지는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1950년도 전쟁 이후 미국의 영향으로 사회사업이 시작되었다. 실질적으로는 1970년대에 정착되어 지금까지 약 5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사회복지가 우리나라에서 성행한 시기는 1990년대 후반부터이다. 짧은 역사에도 제도적, 정책적으로 빠르게 정착되어 실천 현장에서 사회복지가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10년 넘게 유망 직종에 올라 있는 각광받는 직업군이다. 2021년에는 '전망 좋은 직업 TOP5'에 떡 하니 올라오기도 했단다. 직업 현장에서 부딪히는 현실은 그렇게 긍정적이지도 유망하지도 못하다는 것이 현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합니다, 그렇지만
무료급식봉사에서 만난 어르신처럼 직업인이 아니라 단순 봉사자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시도 때도 없이 필요하면 언제나 달려와야 한다는 과도한 봉사를 요구하기도 한다. 사회복지사는 급여 인상을 요구하면 시선이 매우 따갑다. 우리 사회는 사회복지사에게는 유독 '열정페이'를 요구한다. 돈이 아닌 '사회복지사'는 마음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다.
사회복지사 한 명이 1.5명에서 2명이 해야 하는 업무를 혼자서 감당하는 경우도 많다. 현장에 발로 뛰어야 하는 업무와 행정과 서류를 해야 하는 업무가 공존하고 있어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맡은 일을 정해진 일정 안에 처리해야 하기에 시간 외 근무도 주말 근무도 자주 하게 된다. 그럼에도 본인의 업무이니 감당해야 한다는 게 기관의 입장이다. 정당한 보수나 수당을 받을 수도 청구할 수도 없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나 사명감은 누구에게나 어느 직업에서나 갖고 있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유독 '사회복지사'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당함이란 어디까지이며, 얼마만큼의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천 현장에서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열정페이'를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은 사실이다.
평가나 점검을 앞두고 있을 때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관에서 요구하든 요구하지 않든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한 평가와 점검은 나를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자격증은 2급과 1급이 있으며 2급은 과목을 이수하고 실습을 마치면 보건복지부에 자격증을 부여한다. 1급은 2급을 취득하고 전공과목을 포함한 8개 과목의 시험을 봐야 취득할 수 있는 국가자격증이다. 어렵게 공부해서 시험을 치르고 따낸 자격증임에도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1급과 2급의 차이를 인정해주는 기관이 많지 않으면서도 자격증은 1급을 요구하는 곳도 적지 않다.
내가 선택한 직업군이니 누구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할 것은 아니지만 얼마 전에 만난 어르신의 단순하기 그지없는 말 한마디에 나는 또 서운함이 몰려왔다. 아직도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개선이 안 되어 있고 국가에서조차 정당한 대우를 하지 않는 답답함이 같이 올라온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사회복지사다. 버젓한 판검사나 공무원도 아니고. '사'자가 들어가는 보수 높은 직업군도 아니지만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말한다. 우리도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이라고.
현장에서 만나는 취약계층을 만나면 아마 나는 다시 누가 요구하지 않아도 열정을 쏟아낼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열악한 현실에 처한 사람들이 너무 많고, 몰라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또한 많기 때문에 이 일을 하면서 만난 대상자들에게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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