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피해에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배액배상제) 법안을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으로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라는 용어가 있다. 베트남전쟁에서 일어난 민간인 살상을 두고 미군이 쓰는 완곡한 표현이다. 여기엔 ‘어쩔 수 없었다’, ‘의도하지 않았다’는 핑계가 깔려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매년 발간하는 <언론판결 분석 보고서>에 기록된 소송사례를 통해 ‘언론 자유’ 논쟁에 가려진 무고한 시민들의 ‘부수적 피해’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다뤄왔는지 조명한다.[편집자말] |
2008년 9월 16일부터 10월 14일까지 SBS <긴급출동 SOS24>는 세 번에 걸쳐 한 휴게소 주인이 지적장애 여성을 4년간 감금한 채 일을 시키고 학대했다는 내용을 방영했습니다. 일명 '찐빵 소녀'로 알려진 방송의 파장은 엄청났습니다. 사람들은 휴게소 주인을 '같은 사람이란 게 수치스럽다'는 등 비난했고, 경찰은 휴게소 주인을 구속했습니다.
그러나 방송 내용은 조작된 것이었습니다. 2009년 9월 휴게소 주인은 일부 폭행사실만 인정돼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고 풀려났고, 그때까지 6개월 넘게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휴게소 주인은 이듬해인 2010년 11월 SBS에 10억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이후 2012년 1심 법원은 "방송내용이 허위사실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만의 사실과 결론을 도출하고 줄거리를 구상해 그에 맞춰 취재 및 촬영, 편집해 제작한 악의적인 프로그램"이라고 결론 냈습니다. 2013년 2심까지 간 재판에서 판결은 최종 확정됐습니다. 휴게소 주인이 SBS로부터 받아낸 위자료는 3억 원. 하지만 1심 소송비용 70%와 2심 소송비용은 휴게소 주인이 부담해야 했죠.
이 때 선고된 3억 원이라는 위자료는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위자료가 높게 책정된 언론피해 사례로 꼽힙니다. 하지만 졸지에 전 국민으로부터 파렴치한으로 비난받고 감옥까지 갔다 온 뒤 멀쩡히 운영하던 휴게소 문을 닫아야 했던 사건에서 3억 원 패널티는 충분했을까요. 언론피해 손해 위자료 산정방식의 문제점과 법원의 소극적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찐방소녀 조작방송' 사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카드뉴스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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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석대상 및 참고자료 : 언론중재위원회 발간 <2012 언론판결 분석 보고서>, 서울남부지방법원 2010가합23150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2나28808 판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제작한 카드뉴스 시리즈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페이스북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