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부사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해군 중사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는 가해자의 '2차 가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계속 괴롭혀 온 정황을 군 당국이 공식 확인한 것이다.
국방부는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를 통해 해군의 한 부대 소속 A상사가 피해자 B중사를 성추행한 후 "피해자를 무시(투명인간 취급)하는 행위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보고자료에 따르면 A상사는 지난 5월 27일 민간식당에서 피해자와 식사를 하던 중 "손금을 봐준다"면서 손을 주물렀다. 부대로 복귀하는 과정에서는 재차 팔로 목 부위를 감싸는 일명 '헤드록'을 했다.
B중사는 부대 복귀 뒤 메신저를 통해 주임상사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했다. 하지만 주임상사는 '피해자가 성추행 사실의 외부 노출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건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가해자, 피해자를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무시행위 지속
다만 주임상사는 A상사를 따로 불러 '행동을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B중사의 보고 사실을 알게 된 가해자는 B중사를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무시하는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투명인간 취급' 등 2차 가해는 성추행 발생 이후 피해자가 감시대장(대위)과 기지장(중령) 등 면담을 통해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알린 이달 6일까지 3개월이나 지속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A상사와 B중사에 대한 분리조치는 피해자 요청에 따라 정식으로 성추행 신고가 접수된 지난 9일 이뤄졌다.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지 74일 만이다.
해군 군사경찰은 현재 A 상사를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하고, 주임상사와 기지장 등 2명을 신고자 비밀보장을 위반한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군참모총장 "결코 있어선 안 될 일... 유족·국민께 죄송"
한편, 20일 오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부석종 해군참모총장(대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한 데 대해 해군참모총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부 총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병영문화를 위해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겠다"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 치 의혹이 없도록 모든 분야를 낱낱이, 철저히 수사해 유족과 국민들께 소상히 밝히고 엄정히 처리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