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현재 작은 외식회사에서 근무하며 주말에 대형 외식 브랜드 점포에서 시급제로 일하는 투잡인이며 자영업 단체의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자영업 현장에서 체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한 기사임을 밝힙니다.
[편집자말] |
정부는 지난 20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했다. 조정안의 주요 골자는 현재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를 2주 더 연장한다는 것과 그동안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했던 식당과 카페의 영업시간을 9시로 한 시간 더 단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날, 영업 제한 업종에 올라 피해를 보고 있는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사장과 통화를 시도했다. 휴대폰을 타고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는 피로가 잔뜩 묻어있었다. 간단한 근황과 영업제한업 종사자로서 현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생각,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자영업자 지원 대책인 '희망회복자금'에 대해 의견을 듣고자 했으나 통화를 길게 할 수 없었다. 손님이 들어오면서 금방 끊어야 했기 때문이다. 짧은 통화에서 그는 지난번에 4차 재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서 이번 '희망회복자금'의 대상이긴 하지만, 어쩐 일인지 아직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시들어가는 자영업자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언젠가 그 사장은 자신의 카페 영업시간을 24시간으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치열한 커피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택한 나름의 전략이었고 힘들긴 하지만 그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게 코로나 이후 뜻밖의 악재가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정부는 피해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금을 풀었지만, 그의 가게는 3차 재난 지원금을 나눠줄 때까지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유는 그가 고용한 직원이 5명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24시간 영업 특성상 그의 카페는 다른 가게에 비해 고용인원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는 영업시간 제한과 경영 악화로 직원을 내보내게 되었고 지금은 거의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제는 영업 중 짧은 통화조차 사치가 되었고 그는 현재 고독과 피로 그리고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좌절감과 싸우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자영업계의 상황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각종 통계자료로 공개된 바와 같이 현재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로 31년 만에 최저라고 한다. 또한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자영업자도 7월 기준으로 1990년 7월 이후 최저라고 한다.
실제 필자의 경제 활동 영역만 살펴보아도 이 통계가 사실임을 검증할 수 있다. 현재 필자가 몸담은 회사의 가맹점주들이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비율은 2020년 1월 기준 45%였다. 그러나 2021년 1월에는 25%로 줄었고 8월 현재는 10%로 줄었다. 서글프게도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가맹점은 매출이 어느 정도 유지가 되어서가 아니다. 하락하는 매출을 끌어 올리고자 '숍 인 숍'(한 가게에서 여러 브랜드를 운영)을 선택한 가맹점뿐이다. 그러나 이것도 최근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편견과 몰이해에 두 번 우는 자영업자들
이렇게 자영업자들은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에 놓였음에도 자영업 밖 주변의 시선은 때로는 냉정하게 느껴진다. 가끔 주변 '월급쟁이'들과 대화할 기회가 생겨 자영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전하고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주장하면, 무관심을 넘어 "왜 정부가 세금까지 동원해 세금도 잘 내지 않는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하는가?"라는 뜻밖의 반박을 들을 때도 있다.
한 번은 회사 건물 내 확진자가 두어 명이 나왔음에도 출근 업무가 계속되었다는 어느 회사원의 푸념(?)에 "그게 자영업소였다면 아마 바로 문 닫아야 했을 거다"라고 말하자 "그건 비교가 안 되지, 이런 규모 있는 기업과 일개 자영업소를 어떻게 비교해?"라고 반박했다.
이에 필자는 "어차피 기업 종사자나 자영업 종사자나 모두 자신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거 아닌가? 그 생계에 경중이 있다는 건가?"라는 말로 섭섭함을 전했지만, 자영업자에 대한 그들의 몰이해와 편견은 못내 씁쓸했다.
지금 자영업계에서는 '엑소더스(exodus, 대탈출)'가 펼쳐지고 있다고 본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1000여 명이 되기 바로 직전인 7월 초 이루어졌던 상담은 그 상황을 잘 설명해줄 예다.
상담자는 코로나 재난의 직격탄을 맞은 호프집 사장이었다. 집합제한과 영업제한으로 매출은 바닥을 쳤고 궁여지책으로 오후 10시 이후부터 늦은 새벽까지 밤잠을 줄여가며 배달로 영업을 확대했지만, 이미 배달 업계도 오래전부터 '레드오션'이 된 상황었다.
배달업 경험이 전혀 없었던 그가 배달과 접객 장사를 다 하며 기존의 전문 배달업소와 경쟁하는 게 쉬울 리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차라리 배달 전문업종으로 전업을 하여 가족관계까지 희생되는 새벽 장사는 그만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침몰 중인 접객업종에서 요즘 활황이라는 배달 전문업으로 탈출을 꿈꾼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수혜 업종이라는 배달 업계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배달 대행업 종사자들에게 물으면, 현재 배달대행 시장에는 전직 자영업자였던 이들이 꽤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이에 더해 현재 가게를 운영 중인 사람들까지 휴무일과 영업시간 외에 배달대행 기사로 투잡을 뛰며 하루 십수 시간 일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현재 비대면 시대에 수혜를 보고 있다는 편의점 사장, 치킨점 사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환하게 켜진 '활황'이란 아이러니한 전광판이 동네에 새로운 편의점, 새로운 치킨점을 끌어들였고 그들이 일으킨 매출 중 상당액은 그 동네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어느 편의점, 치킨점의 '파이'였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
오늘도 정부와 정치인들은 앞다투어 보완된 정책을 발표하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며 '자영업자 구하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데 옛 속담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 한다'라는 말이 있다. 특히 그 가난이 이런 천재지변에 기인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리라 본다.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모두를 구제할 수는 없으며 당연히 무한정 돈을 쏟아부을 수도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선택해야 할 것이다. 멈출 수 없는 기차가 달려오는 상황에서 오른쪽 철로에 있는 두 명을 살릴 것인지 왼쪽 철로에 있는 스무 명을 살릴 것인지 말이다.
그러니 이제 정부는 자영업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을 위한 현실적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그들 모두가 배달대행 기사가 될 수는 없다. 수 년 전, 필자가 운영하는 가게에 주말 배달 기사를 해보겠다고 왔다가 스쿠터를 처음 타보곤 하얗게 얼굴이 질려 집으로 돌아갔던 어느 중년의 남자처럼 말이다.
정부는 퇴직자를 위한 재교육, 재취업과 관련된 기존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본다. 하다못해 국가가 '인력 파견업' 역할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들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은 더 큰 빚을 지고 자영업계에 돌아오거나 빈곤층으로 추락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한 개인의 몰락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를 - 사실 세계적인 문제라고 한다 - 흔드는 분노와 혐오의 정서가 '부의 양극화'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처럼 그들의 빈곤(상대적)은 부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고, 그들의 자괴감은 분노와 혐오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에 더 큰 불안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