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 우이신설경전철 파산? 이유가 뭘까 http://omn.kr/1v147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이신설경전철을 소개하는 서울시 자료(민간투자사업 현황보고, 2021)에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바로 우이신설경전철은 민자사업이지만 교통복지 차원에서 기존 서울시 도시철도와 동일한 1250원(대중교통통합 요금제)을 적용하고 있으며, (최소) 운영수입보장도 없다는 내용이다.
예측 수요보다 실제 수요가 턱없이 모자라도 운영수입을 정부가 보장해주고, 높은 요금도 징수하는 민자사업의 여러 병폐들을 미연에 방지했다는 점을 서울시가 강조한 것이다. 민간사업자는 요금수입과 부대사업수입 등으로만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고 설령 손해를 보더라도 별도의 서울시 지원은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러한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현재 서울시는 민간사업자에게 문화예술철도에 따른 광고사업 수익 손실분, 무임승차손실, 운임차액 손실분 등 다양한 재정지원을 하는데, 2021년 서울시 예산서에 따르면 우이신설경전철에 대한 재정지원 금액이 년간 2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이 중 앞에 서울시 설명과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 바로 운임차액 손실분 지원이다.
운임차액 손실분은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 정책에 따라 1250원을 적용하면서 야기되는 사업자의 요금손실분을 보전하는 명목인데, 사실상 운영수입보장과 다름이 없다. 서울시는 이러한 지원의 근거로 서울시와 민간사업자가 2009년에 맺은 협약서 제64조 제1항 제5호를 제시하고 있다.
제64조 제1항 제5호는 아래와 같은데 주목해야 할 것이 제1항과 제5호의 단서 조항인 "다만 정부의 요구나 방침 등으로 인하여 본 협약에 따라 결정된 운임보다 낮은 수준의 운임을 징수하게 되므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실은 주무관청의 책임으로 함"이다. 제62조 제1항과 5항을 연결해서 보면 정부의 요금정책을 "비정치적인 불가항력" 사유로 지칭하면서 서울시 요금정책에 따른 민간사업자의 손실을 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제64조(불가항력 사유 및 그 처리)
① 사업기간 중 본 협약의 해석에 있어 불가항력 사유로서 비정치적 사유 및 이와 동일시 취급되는 사유("비정치적 불가항력 사유")는 다음 각호와 같다
5. 민간투자법, 민간투자법 시행령,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 기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정책의 변경 및 관계법령 등의 재개정 등으로 사업시행자에게 직접적이고 현저하게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다만, 정부의 요구나 방침 등으로 인하여 본 협약에 따라 결정된 운임보다 낮은 수준의 운임을 징수하게 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실은 주무관청의 책임으로 함.
실제로 지난 9월 2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권수정 정의당 시의원이 관련 질의를 했고, 서울시 교통실장이 민간사업자가 설정한 1500원에 대한 요금차액을 서울시가 보존해주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민자사업이지만 요금을 타 대중교통과 동일하게 적용해서 시민들의 추가 부담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그에 따른 손실분은 민간사업자에게 세금으로 보장해주기로 이미 약속한 것이다. 이럴 때 사용하는 고사성어가 바로 조삼모사이다.
더군다나 2009년 협약 이전부터 이미 서울시는 대중교통통합 요금제를 실시하고 있어서 서울시와 민간사업자 모두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요금 정책이었다. 갑작스러운 불가항력인 사유가 아님에도 억지로 민간사업자를 지원해주기 위해서 서울시가 꼼수를 부렸다고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
다단계 위탁으로 인한 운영비 삭감과 안전운행 위협
민자사업의 또 다른 대표적인 병폐가 다단계 위탁에 따른 안전문제이다. 보통 민자사업은 최저가 낙찰제가 적용되는 다단계 위탁에 따라 위탁회사의 운영비가 부족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러한 운영비 부족은 위탁운영회사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안전위협을 야기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아래 그림처럼 우이신설경전철도 마찬가지로 다단계 위탁구조로 운영되면서 이러한 문제점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서울시와 민간사업자 간의 협약서상 운영비용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의 총 982억 원으로 계산된다. 1년 평균으로 보면 98.2억 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민간사업자와 우이신설경전철운영(주)이라는 위탁운영회사 간에 맺은 위탁계약서를 보면 계약기간 10년 동안 부가세를 포함한 총금액이 889억 원으로 되어 있다. 1년 평균으로 보면 88.9억 원인데 서울시와 민간사업자가 맺은 운영비보다 10억 정도가 부족한 금액 수준이다.
원래 상정했던 운영비보다 매년 10억 원 정도의 금액이 운영회사로 덜 간다고 추정할 수 있는데, 전체 운영비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은 도시철도운송사업 특성상, 인력 부족과 저임금 구조가 강제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열악한 노동조건도 살펴보면 우선 인력이 부족해서 전체 역사가 무인으로 운영되며 기술 분야의 1인 근무가 만연하고 있다. 총인원의 절반이 60세 이상의 비정규직으로 채워져 있기도 하다. 2021년 임금이 월 210만 9820원에 불과해서 서울시 생활임금인 월 233만 6720원보다도 낮다. 이러한 저임금으로 이직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장 증언에 따르면 운영비가 부족해서 차량, 신호 분야의 핵심 예비부품들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차량과 시설의 노후화가 진행됨에도 인력 부족으로 검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이직으로 숙련 인력이 부족하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철도안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결국 이용 시민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다.
민간사업자 연명하는 사업재구조화 아닌 완전공영화가 필요
우이신설경전철은 애초부터 사업타당성이 결여되어 있었고 지금의 문제가 충분히 예상이 되었다. 사업의 원청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와 민자회사 대주주인 포스코 건설 등의 책임이 크다. 그러므로 서울시가 민간사업자를 연명하는 사업 재구조화가 아닌 완전 공영화를 통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면서 책임져야 한다.
물론 서울시는 재정적인 부담 때문에 사업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민자사업을 유지하면 민간사업자에 대한 다양한 재정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단계 위탁 구조가 유지되면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한 안전 문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유무형의 비용을 생각하면 완전 공영화가 더 큰 사회경제적 편익을 야기할 수 있다.
더욱이 우이신설경전철이 서울시의 첫번째 민자 경전철이고, 앞으로 서울시의 제2차 도시철도망 계획에 따른 다른 민자 노선의 미래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우이신설경전철과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제2, 제3의 우이신설경전철이 우후죽순 늘어나기 전에 완전공영화를 통해서 근본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