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JTBC 버스킹 프로그램 <비긴어게인>에선 새로운 방식의 콘서트를 열었다. 이름하여 '드라이브인 버스킹'. 운동장 안에 수 대의 차들을 주차하고, 그 가운데서 공연을 하는 방식이다.
자동차로 극장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동차로 콘서트까지 즐기는 시대다.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공연 형식이다. 이날 공연에선 헨리, 수현, 크러쉬, 정승환, 이소라, 하림까지 국내 실력파 가수들이 모여 시민들의 가슴을 울렸다. 노래가 끝나면 시민들은 박수 대신 경적과 라이트를 깜빡이며 가수의 노래에 답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콘서트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한국음악 레이블 산업연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2월부터 지난 2021년 5월까지 약 1089건의 공연 취소가 있었으며 피해액은 1840억 원으로 집계됐다. 심각해지는 코로나 확진자 수에 따라 공연 취소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마을의 예술가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경상남도 김해시 장유에서 '행복유랑단 협동조합'의 대표를 맡은 박요엘(35) 대표를 만나 코로나19 속 마을 예술가들의 생존에 대해 들어봤다.
접촉하지 않고도 즐기는 '베란다 콘서트'
이 단체를 처음 접한 건 '베란다 콘서트'를 통해서였다. 베란다 콘서트? 색다른데? 코로나19에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예술 활동이었다. 어떻게 이런 콘서트를 열 생각을 하게 됐을까?
"사실 이 콘서트는 이미 몇몇 지역에서 열고 있는 방식이에요. 저희는 여기에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해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콘서트를 진행했죠."
최근 정책에서 마을공동체 사업비를 확장하고 있는데, 아파트도 공동체로 보면서 지원이 많이 늘었다. 아파트에선 원래 아이들을 위한 지원사업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야외 물놀이장을 만들까지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오면서 취소되고, 대안으로 아이뿐만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베란다 콘서트가 만들어진 것이다.
베란다 콘서트는 아파트 공간에서 펼쳐지는 콘서트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콘서트를 열면 가능한 사람은 밑에서 그 공연을 즐기고, 나오는 게 부담이 되는 사람은 베란다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유튜브 라이브로도 볼 수 있는데 실시간 댓글로 신청곡을 신청할 수 있다. 밴드는 이 중에 가능한 곡을 부르고 시민들도 함께 따라 부른다.
작년부터 시작해 2021년까지 4번 정도의 공연을 했는데, 올해도 2번 더 공연이 잡혀있다. 박 대표는 "위기 속에 기회가 있었다"며 하면서 "앞으로 영업을 더 해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단점도 있었다. 사람이 모일 수 있는데 2단계엔 시민들이 그나마 무대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는데, 3~4단계가 되고 인원 제한이 생기면서 그마저도 어려워졌다.
"아무래도 현장성이 담보가 안 되니까, 영상으로 보는 분들도 재미가 없죠."
하고 싶은 것 다 하기
행복유랑단 협동조합은 마을에서 함께 살고 싶은 청년 예술가들이 모여 건강한 로컬예술생태계를 만들고자 설립한 청년예술협동조합이다. 첫 시작은 2015년 서울에서 시작했다.
학교에서 윤리 교사를 하던 박요엘 대표는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가졌고,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버스킹을 시작했다. 버스킹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했다. 이후 청년들을 많이 지원해줘야 창의적이고 좋은 일들이 생긴다는 신념 아래 3~4년 동안 택배 등 각종 알바를 통해 아지트를 만드는 비용을 마련했다.
처음부터 거창한 것을 시작하진 않았다. 함께 만난 친구들이 원하는 것에 따라 하고 싶은 게 달라졌다. 함께 노는 것에 집중해서 바다에 가고 계곡에 가는 것에 집중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니 친구들이 직장을 원했다. 해서 만들어진 것이 무계청년학교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이를 통해 창업하려는 친구를 위해 각종 행정적 지원이나 지원금을 탈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도움을 줬다.
"모이고자 하는 사람이 핵심인 것 같아요. 사람이 떠나면 DNA가 바뀌는 것이고, 새로 들어오면 또 바뀌고, 아무튼 현재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따라 방향성이 계속 잡혀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변하지 않는 4가지 규칙이 있다. 첫 번째, 서로 사랑하기. 두 번째, 행복하기. 세 번째, 아픈 사람이 주인공. 네 번째, 하고 싶은 거 다 하기(in law). 이 법칙은 지금까지 모든 하는 일을 하는 데 있어 중심을 잡아주는 규칙이다.
코로나19 속 생존 방법, '연대'
행복유랑단은 공연기획이나 축제 기획으로 먹고사는 협동조합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그 일거리가 뚝 떨어졌다. 위에 말한 '베란다 콘서트'도 한두 번일 뿐이다. 최근엔 비대면 예술 교육으로 근근이 버티는 중이다.
"아무리 작은 예산이라도 건건이 백만 원, 천만 원짜리 행사가 있었는데, 이런 행사가 없어지니까 타격이 크네요."
해서 박 대표가 요새 집중하고 있는 건 무계청년학교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청소 방역회사, 문화기획사, 로컬관광 등 다양한 청년 기업들의 창업을 도와줬다. 박 대표는 이런 청년 기업들의 연합을 꿈꾼다.
"약한 기업들이 얽혀 있으면 다 구제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좀 센 기업이 연약한 기업을 후원하는 시스템으로 잡는 게 우선적인 목표에요."
"이것이 되기 위해선 하나의 재단이 중간에 있어야 해요. 연구소의 기능도 하고요. 사회적 협동조합이 비영리단체에요.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단체죠. 성장한 기업에 기부금을 받아서 다른 기업을 도와주고 되도록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게 하는 거죠. 사회적 기업은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후 성장하면 의무적으로 무계 사회적 협동조합에 후원하게 하는 거죠. 비영리 법인은 운영비 또는 다른 창업팀들 도와주는 기획자들을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보려고 구상 중입니다."
자연농 농사 방식이 떠올랐다. 농사를 지을 때, 관행농은 한 작물을 많이 심어 병충해에 취약해 약을 많이 치거나 화학비료를 많이 투여해야 산다. 하지만 자연농은 다양한 작물들을 함께 심어주면 생태계 속에서 작물들 스스로가 면역력을 얻으면서 건강히 잘 자란다. 자연의 연대 방식이 이곳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잘될지 안될지는 모른다. 실패하면 다시 씨앗을 심으면 된다. 그게 중요한가. 그들이 진정 하고 싶고, 행복한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코로나19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마을 예술가들을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남마을공동체 지원센터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gcsc0511에 중복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