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오지리 이진복 어촌계장이 연락을 받은 건 지난 7월. 어민들이 경운기를 타고 바지락을 캐는 모습을 한국관광공사에서 영상으로 촬영하고 싶어 한다는 부탁이었다. 오지리는 서산에서 유일하게 경운기를 타고 갯벌에 나가는 마을이다.
'경운기를 찍어서 뭘 하나' 반신반의했지만 지역 관광에 도움이 될까 싶어 참여하기로 했다. 주민 80여 명이 경운기 30대를 끌고 바다로 나갔다. "평소 하던 작업이어서" 촬영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예기치 않게 갯벌 돌에 걸려 운전자가 경운기에서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지만 다행히 타박상 정도에 그쳤다. 다들 1박2일 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는 모습"이었다고.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난 주말부터 "영상 잘 봤다"는 연락이 계속 오면서 조용하던 전화가 쉴 틈 없이 울리기 시작한 것.
"홍보영상이 다 비슷비슷하겠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요즘 젊은 세대 말로 정말이지 '대박'이다."
이진복 계장과 오지리 주민들이 출연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제작한 서산 홍보영상인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서산편>은 지난 3일 유튜브에 공개되자마자 엄청난 화제를 불러왔다. 발행 사흘 만에 조회수 100만 회를 훌쩍 넘겼다.(관련기사 :
"울 아부지 경운기가 이렇게 힙하다니" 대박 난 서산 '머드맥스' http://omn.kr/1v33v)
'머드맥스'라는 이름으로 제작된 이 영상은 해미읍성, 간월암, 유기방가옥, 오지리 갯벌 등 서산의 주요 관광지를 현대적으로 담아냈다. 하이라이트는 오지리 주민들의 일하는 일상을 담은 장면이다. 영화 <매드맥스>의 자동차 질주 장면을 패러디해 어민들이 경운기를 끌고 오지리 갯벌로 향하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그려냈다. '드르릉' 거리는 엔진 소리와 민요 '옹헤야'를 재해석한 힙합음악의 조화 또한 압권이다.
촬영에 함께 참여한 유춘경 오지리 이장은 "협조해주신 마을 주민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주민들이 고생해서 만든 서산 관광 홍보영상이니 앞으로 더 대박날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음은 지난 5일 이진복 계장·유춘경 이장과 전화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
"우리가 바다에 나가 작업하는 모습 그대로다"
- 오지리는 어떤 곳인가?
이진복 어촌계장(아래 이 계장) : "오지리는 1, 2리로 나뉜 마을이다. 총 300여 가구가 산다. 어촌계원은 모두 135명이다. 이 중 연로한 어르신들은 40여 명이 있으며, 현재는 80여 명(어촌계원)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 어떻게 서산 관광홍보 영상에 참여하게 됐나?
이 계장 : "지난 7월 서산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한국관광공사에서) 경운기 타고 바지락 작업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고 싶어 한다고 들었다. 서산 홍보에 도움이 될까 해서 참여하게 됐다. 평소 하던 작업이어서 촬영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유춘경 이장(아래 유 이장) : "관광객과 젊은 세대들에게 마을과 바지락을 알리고 싶어서 참여했다."
- 주민들은 얼마나 참여했나?
이 계장 : "경운기 30대와 주민 80여 명이 참여했다. 처음 영상을 찍는다는 소식을 전하니까 주민들이 의아해했다. '경운기를 찍어서 무얼 하나', '그저 그렇겠지' 하는 분위기였다. 다들 반신반의했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1박2일 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는 모습이었다."
유 이장 : "서산을 홍보하고 대표한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동참하신 것 같다."
- 영상이 이렇게 흥행할 것을 예상했나?
이 계장 : "전혀. 홍보영상이 다 비슷비슷하겠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많은 분들에게 '(머드맥스) 영상 잘 봤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게 뭐지' 싶어 얼떨떨하다. 요즘 젊은 세대 말로 정말이지 '대박'이다. 주말(4일)에 한국관광공사에서 영상을 보내줘 마을 사람들에게도 동영상을 공유했다."
유 이장 : "실제 우리가 바다에 나가 바지락 작업하는 모습 그대로 담겼다. 협조해주신 마을 주민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주민들이 고생해서 만든 서산 관광 홍보영상이니, 앞으로 더 대박 날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웃음)."
- 가장 기억나는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
이 계장 : "해미읍성 영상 촬영 당시에는 비 때문에 힘들었다. 바지락 작업을 위해 경운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장면에서는 예기치 않게 갯벌 돌에 걸려 운전자가 경운기에서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타박상 정도로, 크게 다치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유 이장 : "우리 마을은 서산에서 어촌계원이 제일 많다. 특히 서산에서 경운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바지락 작업을 하는 곳은 우리 마을 말고 없다. 영상을 촬영하는 1박2일 동안 주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서산에서 바지락 작업 시 경운기를 이용하는 데는 오지리가 유일하다는 건가?
이 계장 : "그렇다. 예전에는 여러 곳에서 우마(소가 끄는 마차)를 이용해 바지락 작업을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차를 이용한다. 하지만 오지리 갯벌은 경운기가 빠지지 않아 (경운기를) 이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바지락 작업은 매년 9월 시작해서 다음 해 5월까지 하지만, 올해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아 지금까지 바지락 작업을 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 계장 : "오지리는 가로림만의 관문으로 대한민국에서 백령도 다음으로 물범이 나오는 곳이다.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가로림만에는 해양정원이 조성될 예정으로 무한한 값어치가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로림만 보존을 위해 주민들도 함께 노력하고 있다."
유 이장 : "오지리는 욕심내지 않고 바다가 주는 만큼만 받으며 갈등 없이 사는 마을이다. 그것을 가장 자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