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기념해 한반도기를 걸었다는 이유로 일부 시민이 공무원 등에게 막말과 욕설, 폭언 등을 퍼부은 '광복절 한반도기 논란' 불똥이 경기 안양시의회로 튀었다.
김필여·음경택 안양시의회 국민의힘 의원이 6일 오후 이 사건을 놓고 안양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최대호 안양시장과 공방을 벌였다.
김 의원은 "평화 통일을 바라는 순수한 의지라면 모든 사람이 동의했을 텐데, 주최 측의 이념을 내포한 슬로건을 (한반도기와 함께) 내걸었고, 여기에서 시민들이 괴리감을 느낀 것"이라며 "그분들의 의견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라고 폭언 등을 한 시민들을 두둔했다.
김 의원이 지적한 슬로건은 '남북교류 협력 가로막는 대북제제 해제하라' 등이다.
김 의원은 "대북 제재를 하는 게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지키지 않아서인데, 이 구호를 보고 많은 시민이 북한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의도가 포함된 것이라 오해한 것"이라며 "슬로건 중 하나라도 북한이 하루빨리 핵을 포기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서라는 주장을 담았다면 큰 항의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최대호 안양시장은 "(시가 주관한 행사가 아니고) 6.15 공동선언실천경기중부본부라는 시민단체가 주관한 사업이라 이런 것(슬로건)까지 시에서 관여하는 것은 좋지 않다"라고 해명한 뒤 "폭언·폭설에 성희롱 발언까지 있어 안타까웠다.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맞받았다.
김필여·음경택 의원은 또한 "남한 시민만의 행사라 남북협력기금 사용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한목소리로 꼬집었다. '교류 협력기금'이니 남북이 함께 참여하는 사업에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최 시장은 이에 "남북교류 협력을 넓은 의미로 해석했으면 좋겠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이라 교류 협력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이럴 때 남북교류 협력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반박했다.
한반도기를 게양한 것은 시민단체인 6.15공동선언실천경기중부본부(아래 6.15경기중부)다.
6.15경기중부는 지난달 12일부터 약 열흘 간 안양시 평촌 중앙공원 둘레길에 한반도기를 걸고 개성공단과 북한과학기술 야외사진전을 진행했다. 안양시장과 안양시 여야 시의원 등으로 구성된 안양시남북교류협력위원회 심의와 결정을 거쳐 안양시 남북협력기금을 지원받아 진행한 행사였다.
이 행사에 6.15경기중부 등의 진보단체뿐 아니라 광복회, 한국자유총연맹 안양시지부 같은 보수단체도 참여했다.
막말과 폭언 등은 한반도기를 건 다음 날인 13일 오전부터 시작됐다. 이로 인해 몇몇 안양시 공무원은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였다. 폭언 중에는 "딸 있으면 기쁨조나 시켜라"같은 내용도 있었다.
행사를 주관한 시민단체 회원은 "빨갱이"라고 폭언을 퍼붓는 전화를 받거나 "당신이 가야 할 장소는 북한 수용소인 것 같네. 한반도기 걷어서 정은이 앞에 갖다주거라"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기도 했다.(관련기사 :
한반도기 걸었다고 "북한 수용소나 가라" 폭언 전화)
안양시 등에 따르면, 막말과 함께 전달된 요구 사항은 "한반도기를 걷으라"는 것이었다. 이 요구는 국민신문고, 안양시 해당 부서 등을 통해 180여 건이 접수됐다. 민원인 대다수가 행사 취지 등의 설명은 들으려 하지 않고 폭언, 욕설, 성희롱을 했다는 게 안양시 공식 설명이다.
논란이 커지자 <조선일보>에서는 <광복절에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 건 안양시... "존엄 포기" 시민들 비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지난달 14일 게재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이 기사를 언급하며 "당시 관내 주요 도로변에 4500여 개의 태극기가 걸렸다. 공원 둘레길 일부에 한반도기 53개가 걸렸을 뿐인데, 마치 태극기를 내리고 대신 한반도기를 걸은 것처럼 보도해 매우 유감스럽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