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 3주년을 맞아 김명희 전 서울시지하철노조 위원장은 남측과 북측으로 나뉘어 싸우는 겨레의 화해를 주장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존경하고 좋아하고 지지했던 사람인지라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문재인은 남북정상합의 이행에 너무 무책임하다. 불과 3년 전 선언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지도 못하는 것은 겨레를 배신하는 것이다."
추석날이기도 한 21일 아침 가을비가 오락가락 하는 광화문광장에서 단식투쟁(斷食鬪爭, Hunger Strike)중 인터뷰에 응한 김명희(73) '서울시 지하철노조' 전 위원장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김 전 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 3주년이었던 2021년 9월 19일부터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동상 앞 세종대로사거리 횡단보도 사이에서 텐트와 그늘도 없이 거리에서 투쟁 중이다.
필자는 2017년 명진스님이 조계종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무기한 철야 단식 농성을 했던 날 명진스님과 김명희 선생님을 존경하는 친구를 따라 1395년에 지어진 조계사에서 명진 스님의 단식을 만류하는 김명희 선생님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몇 번 친구를 따라 생태평화를 몸으로 실천하는 '참터'라는 대성리 텃밭에 초대돼 가족주말농장과 비교도 해보고 생태텃밭을 흥미롭게 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필자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농성 천막도 없이 길바닥에 않아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주제로 목숨을 건 단식을 중단해달라는 설득조차 안 될 것 같다.
단식을 중단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 평화공감 활동을 권하는 필자의 질문에 김명희 전 위원장은 "분신을 할까, 단식을 할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 어떤 것을 선택해도 남북관계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 단 한사람이라도 설득할 수 있다면 내 역할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단식 이후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싶느냐는 질문에 김 전 위원장은 "이행 가능성이 제로인 남북관계에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는 것은 그냥 나 죽겠다 하고 혹평할 수 있다고 예상하지만 남북관계에서 주변 강대국에게 자주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권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이 발의되면 한반도 평화의 근본을 위해 활동할 생각"이라고도 덧붙였다.
남북정상합의 이행을 위한 시민단체들은 오는 24일 오전 10시 김명희 전 위원장이 단식투쟁 중인 광화문네거리에서 '남북정상합의 이행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을 위한 단식중단과 활동 방향 변화를 모색하는 비상시국 기자회견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음은 '자주 통일 평화를 위해 투쟁'하는 김명희 대표의 성명서 전문이다.
남북정상 합의 이행과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우리는 5천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 19일 저녁 북측 평양 능라도 경기장 15만 시민들 앞데서 한 연설이다. 이 얼마나 가슴 벅찬 말인가! 8천만 겨레가 다 일어나 환호하고 박수를 쳤다.
그해 3월 평창올림픽에서 시작된 남북 간 화해와 협력 흐름은 4.27 판문점 선언을 거쳐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그렇게 활짝 꽃을 피웠다. 7.4공동성명에서 시작돼 6.15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거치며 이어진 조국통일운동이 일궈낸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지금 사정은 어떠한가! 암담하다. 남북관계는 말라 비틀어져 지난 반북정권 시기 때와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왜 그런가!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선언에서 천명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한다"는 원칙, 9월 평양선언에서 확립한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헌신짝처럼 버려서다. 15만 평양시민들 앞에서 밝힌 8천만 겨레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국회의원 180명과 국내외 250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6월 17일 남북공동선언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을 촉구했음에도 아직까지 응답이 없다.
용납할수 없다. 나는 요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국회의원 180명과 국내외 250개 시민사회단체가 촉구한대로 남북공동선언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으로부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번영의 길로 나서라. 8천만 겨레 앞에 약속을 지켜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경수 위원장이 지금, 감옥 안에 갇혀 있다. 지금, 어떤 시대인가! 촛불항쟁이 제시해준 국민주권시대다.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에 앞장섰던 그가 과연, 그 무슨 죄를 지었는가. 노동자, 민중을 대표하여 불평등 타파와 한국사회의 대전환을 요구한 게 죄가 될 수는 없다. 코로나 정국과 양극화, 불평등 심화로 생존의 갈림길에 선 노동자, 민중을 위해 한국사회 발전을 위해 제기한 의로운 활동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노동존중사회 공정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도 불평등의 원천 재벌 대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석방했고 그 자리에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신 들어가 있다.
용납할 수 없다. 나는 요구한다. 천만 노동자 대표를 한 번의 집회를 이유로 구속한 것은 전례가 없고 현실에도 이치에도 맞지 않다. 노동자, 민중에 헌신하는 투쟁가 양경수 위원장을 당장, 석방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약속한 것과 노동존중사회 공정사회를 건설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켜라. 촛불의 요구다.
난 9월 평양공동선언 3주년인 오늘부터 촛불의 광장이자 민주의 광장인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합의 이행과 양경수 위원장을 석방할 것을 요구하면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합의 이행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석방하라!
9월 평양공동선언 3주년 2021년 9월 19일 19시
1988년 2대 서울지하철공사노동조합 위원장
1994년 전국지하철노조협의회 초대 사무처장
1997년 전국민주철도노동조합연맹 공동대표, 민주노총 1기 중앙위원
자주통일 평등을 위해 투쟁하는 김명희 한민족공동행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