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고용은 안정됐으나 처우나 임금은 비정규직 신분처럼 제자리다. 정부나 지자체, 체육회 모두 내몰라라 하면서 온갖 예산 핑계만 대고 있다.
체육회 직원인데도 사무국 일반직에도 포함되지 않고 별도로 임금체계를 적용한다면 우린 체육회 '유령직원'이냐. 무기계약직 전환만 하고 가만히 있으면 나머지는 알아서 잘 해주겠다던 약속은 묵묵부답이다."
한 생활체육지도자가 호소한 말이다. 15일 열린 '생활체육지도자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된 것.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는 김경영 경남도의원(더불어민주당)이 관련 조례 제정을 위해 마련했다. 전국에서 생활체육지도자 처우 개선과 관련한 조례 제정이 추진되기는 경남이 처음이다.
생활체육지도자는 어르신·유소년 담당으로 전국에 28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대전,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248명)은 각 100~300명씩이다.
생활체육지도자 임금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해당 시·군·구가 절반씩 담당하고 있으며, 급여는 월 200만 원 안팎이다. 전국 생활체육지도자의 평균연령은 35(남)-36(여)세이고, 근속연수는 66-80개월이며, 선수출신은 277-496명, 수상경력은 170-355명 등이다.
경남도체육회는 지난 4월, 2022년부터 정규직 전환을 발표한 상태다. 정규직 전환이 결정되었지만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생활체육지도자는 입사 1년차나 20년차나 동일 임금을 받고 있다. 이는 '근속수당'이 없기 때문이다.
생활체육지도자들이 가입해 있는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경남지부는 '처우 개선 조례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에 1만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생활체육지도자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바란다"
토론회에서 강신욱 단국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생활체육지도자의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 임금이 월 200만원 안팎인데, 각종 세금 등을 제외하고 나면 이는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3인 가구 평균임금(239만 원)에도 훨씬 모자란다"고 했다.
그는 생활체육지도자에 대해 "지역특성과 종목 연계 없이 시설위주의 단편적 운영을 하고, 학교 스포츠클럽의 한계가 있으며, 저변확대와 선수 지원 확보 방안이 미흡해 전문체육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국가대표선수와 후보선수, 청소년대표, 꿈나무선수가 피라미드 구조가 되어야 정상인데, 현재 우리나라는 거꾸로 되어 있다"며 "이는 생활체육 환경이 조성되지 않기 때문이고, 생활체육지도자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는 결국 엘리트 선수 자원 급감에 따른 스포츠 국제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경남에서 전국 처음으로 관련 조례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경남이 조례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생활체육지도자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세종 노무사는 "실질 사용자인 문체부 또는 각 광역시·도 소속 공무직 생활체육지도자로 고용관계 전환을 해야 한다"며 "문체부와 시·도에서 임금, 복리후생 등 처우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 노무사는 "정규직 전환 이후 임금 등 처우개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며 "전환 이전 근속기간을 고려한 호봉반영 임금체계, 정부 가이드라인에서도 예시하는 복지포인트, 명절 상여금, 근속수당, 가족수당, 식비, 출장비 등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금품 기준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노정 교섭'으로 정규직 전환 이후 통일적인 생활체육지도자의 처우개선을 협의해야 하고,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를 추가로 열어 실질적인 처우개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에서 류승택 공공연대노조 조직국장은 "생활체육지도자로 20년차나 1년차의 임금 차이가 없다는 것은 비정규직의 차별이자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지 못한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임금은 시군 지자체와 체육회가 알아서 주면 주는 대로 받아왔고, 시키면 시키는대로 일하면서도 잘못하면 잘릴 수 있다는 불안감에 참고 이겨내 왔다"며 "그래도 체육지도자라는 일이 좋았고, 자부심 하나로 버텨왔던 것"이라고 했다.
류 조직국장은 "생활체육지도자의 요구와 바람은 소박하다. 첫째가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이고, 둘째가 전문체육인에 맞는 대우를 받기 위함이며, 직장 내에서 인간적인 대우를 받기 위해서 노조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승택 조직국장은 "노동존중은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넘어 노동자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라며 "노조와 각 체육회, 경남도와 시·군이 함께 손잡고 적극 노력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김경영 의원은 "생활체육회의 보조금 지급 근거 규정 마련과 생활체육지도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자문위원회 설치, 실태조사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처우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생활체육 활성화로 도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조례가 만들어지면 "정규직 전환을 기점으로 복지증진을 위한 처우개선 기준 마련으로 고용 안정화, 실질적인 고용 안정에 따른 체육 서비스 질 향상, 도민 건강을 위한 체육복지 서비스 향상, 건전하고 행복한 체육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경영 의원은 오는 18일 조례안을 발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