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는 일본과 한국을 강타한 후 넷플릭스를 접수했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주문이 감성보다 이성 중심인 나에게는 그렇게 와 닿지 않았지만 감성 중심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건 출판계의 '정리 돌풍'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정리 컨설턴트인 그녀가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면 옷은 설레지 않아도 설레게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설레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입었을 때 뭔가 어색함. 나에게 안 어울리는 것 같음. 입은 내가 못나 보임. 분명 매장에서는 설렜는데 집에 와서는 설렘이 사라짐 등등.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옷은 나에게 맞게 입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나에게 어울리고 입었을 때 내 모습이 마음에 드는 옷이라면 잘 산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옷만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조금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실용적이며 휘뚜루마뚜루 입기 좋고 기능성을 중시하는 사람에겐 기능이 곧 디자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설레지 않는다고 무조건 버릴 게 아니라 설레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피고 살릴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30대 교사 A씨는 옷장 코칭을 하면서 러블리하고 레이스가 많은 원피스 7벌을 보여줬다. 그 원피스를 다 입으면 상관없지만 문제는 예뻐 보이고 잘 입을 거라 생각해서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잘 입게 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문제는 취향이었다. 생각보다 심플하고 세련된 옷을 좋아하는데 치렁치렁한 레이스는 너무 화려한 느낌이 강했다. 솔루션은 레이어드와 중성적인 느낌의 아이템을 통해 원피스의 화려한 느낌을 조금 죽이는 것! 루즈핏 니트를 매치해 전체 면적을 조금 가려주고 옥스포드 슈즈를 매치해 모던한 느낌을 살렸다. 비워야 하나 고민했던 아이템을 갖고 있는 다른 아이템과의 매치를 통해 살리니 옷을 하나 새로 산 기분이라고 했다.
아담한 키의 40대 직장인 B씨와 옷장에서 비워야 할 옷을 고르다 와인색 트렌치 코트를 발견했다. 잘 입을 줄 알고 샀는데 입으면 뭔가 애매해서 잘 안 입게 되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문제는 기장이었다. 스커트나 코트의 경우 나에게 맞는 길이의 옷을 입어야 몸과의 발란스가 맞는데 조금만 길어 버리면 키도 작아 보이고 체형 발란스가 무너진다.
하지만 그게 길이의 문제라고는 잘 생각하지 못하고 옷이 나랑 안 맞나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우는 일이 발생한다. 나는 즉시 길이 수선을 제안했다. 5cm정도만 수선해도 느낌이 다를 테니 옷핀으로 길이를 잡아 느낌을 보라고 하면 그제서야 '완전 다른데요?' 하며 표정이 달라진다.
옷은 살릴 수 있다면 살리는 게 가장 좋다. 물론 본인 눈에는 옷의 어떤 부분 때문에(혹은 자기 몸이 문제라고) 설레지 않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버려라!'라는 곤도 마리에의 솔루션이 속시원했을 것이다. 잘 비우는 것! 중요하다. 하지만 비우기 전에 옷의 잠재력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