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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지식인 혹은 스타들의 목소리만 넘쳐나는 속에서 진짜 이 사회의 주인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살려내고자 합니다. 노동자 개인의 삶을 인터뷰하면서, 어릴 적 꿈과 직장을 구하는 과정, 일터에서의 보람, 힘든 점,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의식의 변화 등을 중심으로 진솔한 삶을 기록합니다. [기자말]
2019년 8월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발표하는 김동욱씨(당시 정책국장) 2019년 노조 가입 전까지 개인적인 문제의식과 고민만 안고 있던 김동욱씨는 동료들의 부탁으로 노조에 가입하면서 그의 고민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2019년 8월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발표하는 김동욱씨(당시 정책국장)2019년 노조 가입 전까지 개인적인 문제의식과 고민만 안고 있던 김동욱씨는 동료들의 부탁으로 노조에 가입하면서 그의 고민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 김동욱
 
"2009년 1월부터 국가보훈처에서 보훈복지사로 일했으니 13년이나 되어가네요. 저희가 관리하는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들은 일반적인 복지대상자들과는 다르게 특별한 자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입니다. 저희 역시 의미 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국가보훈처 보훈복지사 김동욱(45)씨, 그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보훈복지사지회 지회장'이기도 하다. 지난 15일 인터뷰에서 그는 "과거에는 노조에 대해 관심도 없었다"고 했다.

"예전에는 '사회복지사란 착한 사람, 좋은 사람, 힘든 이를 도와주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지 '노동자'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게다가 보훈처는 보수적인 곳이고 유공자나 보훈가족들도 그런 편이어서, 노조라면 소위 '빨갱이'라는 식의 비난을 듣기 십상이고요.

2018년 8월에 보훈복지사 노조가 만들어졌는데 그때는 가입을 하지 않았어요. 개인적인 고민만 많았지 특별히 '노동'이라는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지는 않았거든요. 그러다가 동료들의 부탁으로 2019년에 노조 정책국장을 맡았어요. 사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외침을 도저히 못 들은 척할 수 없었거든요. 그리고 이제 지회장이 되었네요."


보훈처는 보훈복지사를 채용할 때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요구한다. 그러나 채용 후에는 그들을 사회복지사로 인정하지 않는다. '사회복지사'는 전문직인데 보훈처는 이들을 보훈섬김이, 보비스(이동보훈복지사업) 운전기사와 함께 '일반 공무직'으로 분류한다. 따라서 같은 사회복지사이지만 '사회복지사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보훈처는 '보훈복지사'라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명칭을 만들어 부르며 이들에게 부당 대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유사명칭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업법 제11조 위반으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보훈복지사의 중요 업무 중 하나는 노후 보훈재가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훈섬김이'들을 관리하는 것인데, 같은 공무직이면서 이들을 관리하기에 많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사회복지사'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차별

"전국 73명의 보훈처 복지사들이 약 1400여 명에 달하는 '보훈섬김이'를 관리하는데 이게 노노갈등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거든요. 재가서비스는 특성상 개인단위로 움직이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출퇴근 등 최소한의 기본적인 복무관리가 필요한데요. 한 명의 복지사가 많은 인원의 섬김이를 관리해야 하니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피기가 쉽지 않죠.

그런 와중에 섬김이들은 복지사들이 전문직이 아닌 자신들과 같은 일반공무직이기에 자신들을 관리할 자격이 없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어서 문제는 더 어려워져요. 보훈복지사가 보훈섬김이를 관리하는 관리자이면서 같은 공무직으로 되어 있는 이상한 보훈처 업무지침 때문에 갈등이 빚어지는 거죠.

보훈처에서 일하게 된 복지사들이 다들 하는 얘기가 있어요. '일반 복지관에 있을 때는 지역 대상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는데, 보훈처에 와서는 어떻게 하면 갈등을 막을 수 있을지만 생각하게 된다'는 거예요."


보훈처가 그들을 '사회복지사'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차별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사회복지사로서의 경력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왔다. 그러다가 노조와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의 노력으로 작년부터 경력의 80%를 인정받게 되었으나, 이는 타 기관으로 이직할 경우에 한하는 것으로 보훈처에 오기 전 사회복지사로 근무했던 경력은 여전히 인정받지 못한다.

"10년을 근무해도 초임 때랑 같은 기본급을 받는데, 13년차 사회복지사인 저의 기본급이 186만 원 그대로거든요. 2021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에는 13년 차 8호봉 복지사의 기본급이 257만 4800원으로 되어 있으니 75만 원 정도 차이가 나는 거죠. 복지사들 사이에 '사회복지사 두 명이 결혼하면 기초수급자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보훈처 보훈복지사는 더 열악해요."

그 밖에도 보훈처는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보훈복지사의 출장비(많은 경우 한 해 100만 원)를 미지급해서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았으나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 담당 공무원들이 복지사에게 업무 외에 개인적인 일을 시키고 왕따 시키는 갑질도 종종 일어난다.

대학원 다니며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자신을 발견

"보훈처에 처음 와서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1~2년이 흘렀는데, 어느 순간 자신을 돌아보니 '행정'이라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더라고요. 공무원들이 시키는 대로 숫자 가지고 그것도 내 자신의 것이 아닌 윗사람 실적을 만드는 일만 하고 있었어요.

안 되겠다 싶어서 스스로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기 위해 야간대학원에 들어가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을 공부했어요. 그러면서 다시 제 삶에 활력이란 게 생겼죠. 하루 종일 복지 대상자들, 공무원들, 그리고 섬김이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힘들었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배우고 나누는 게 즐거웠어요."


특히 다른 사회복지사들과의 만남은 그 자신을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새로운 복지 이슈와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그들을 보면서 자신은 보훈처라는 울타리에 둘러싸여 '그냥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조직의 부품처럼 지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답답했던 것은 같이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복지'와는 관계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사회복지 사업은 보건복지부의 관리 감독을 받는다. 따라서 관련 공무원들도 사회복지사 자격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업무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보훈처는 그렇지 못하다. 사회복지에 이해가 없는 일반 행정공무원들이 보훈처 복지 사업을 계획하고 진행하고 지휘하다 보니, 일의 중심에 '복지'가 아닌 '행정 편의'가 놓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공무원들은 순환 근무를 하기 때문에 2년 동안 복지과(보상과)에 근무하며 재가복지를 담당했던 공무원은 2년이 지나면 복지과가 아닌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아 가게 돼요. 그렇게 떠나면 더 이상 돌아볼 일이 없기에, 본인이 근무하는 동안 큰 사고 없이 조용히 지나가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일을 하게 됩니다. 한편으론 숫자로 실적만을 챙기고 '전시 행정'식의 후원과 행사만 하려고 들죠. 그런 그들에게 따를 수밖에 없는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졌어요."

2019년 노조 가입 전까지 개인적인 문제의식과 고민만 안고 있던 김동욱씨는 동료들의 부탁으로 노조에 가입하면서 그의 고민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동료들이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나는 침묵으로 동조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조에서 동료들과 함께 하면서 복지라는 껍데기 속의 행정편의와 관행이라는 공무원들의 부당한 행위들에 눈을 뜨며 혼자가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국가보훈처 앞에서 1인 시위 이어가는 보훈복지사들
 
 세종정부청사 내 국가보훈처 정문 앞에서 10월 5일 시위중인 김동욱씨와 동료들 김동욱씨와 조합원들은 지난 10월 5일을 시작으로 세종정부청사 내 국가보훈처 정문과 후문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보훈처가 노조와의 단협에 성실히 임할 것과 ‘보훈복지사’라는 이상한 이름이 아닌 ‘사회복지사’로 명칭을 변경해 줄 것, 경력과 전문성을 인정할 것, 정당한 급여 보장 및 처우 개선, 미지급 출장비를 해결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세종정부청사 내 국가보훈처 정문 앞에서 10월 5일 시위중인 김동욱씨와 동료들김동욱씨와 조합원들은 지난 10월 5일을 시작으로 세종정부청사 내 국가보훈처 정문과 후문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보훈처가 노조와의 단협에 성실히 임할 것과 ‘보훈복지사’라는 이상한 이름이 아닌 ‘사회복지사’로 명칭을 변경해 줄 것, 경력과 전문성을 인정할 것, 정당한 급여 보장 및 처우 개선, 미지급 출장비를 해결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 김동욱

김동욱씨와 조합원들은 지난 5일부터 세종정부청사 내 국가보훈처 정문과 후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오늘이 열흘째인데요. 매일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2시까지 하고 있어요. 모두 개인 연차를 쓰고 교통비도 자비 부담해서 세종시까지 가고 있는 건데요. 보훈처 쪽에서 단협에 성실하게 응할 때까지 계속하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보훈복지사'라는 이상한 이름이 아닌 '사회복지사'로 명칭을 변경해 줄 것, 경력과 전문성을 인정할 것, 정당한 급여 보장 및 처우 개선, 미지급 출장비를 해결할 것 등입니다.

저희 보훈처 보훈복지사들이 총 73명인데 그중에 62명이 조합원이고요. 출산휴가 등의 특수한 상황인 경우를 제외한 50여 명 이상이 자발적으로 1인시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저희 상황의 절박함에 대한 공감이 크다고도 볼 수 있죠."


사회복지사인 김동욱씨와 조합원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사회복지사'로서 일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간존엄성과 사회정의의 신념을 바탕으로 개인·가족·집단·조직·지역사회·전체사회와 함께 한다. 나는 언제나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저들의 인권과 권익을 지키며, 사회의 불의와 부정을 거부하고, 개인이익보다 공공이익을 앞세운다.'

사회복지사 선서의 일부이다. 그리고 때 이른 추위에도 칼바람 맞으며 피켓을 들고 하루 5시간씩 1인 시위를 이어가는 보훈처 보훈복지사들의 외침이기도 하다.

#보훈복지사#사회복지사#국가보훈처#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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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여 년의 교직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 절망과 섬세한 고민, 대안을 담은<경쟁의 늪에서 학교를 인양하라(지식과감성)>를 썼으며, 노동 인권, 공교육, 미혼부모, 입양 등의 관심사에 대한 기사를 주로 쓰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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