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님, 생각을 하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 자리에 있는 겁니까. 단지 대통령이란 지위가 필요하신 겁니까."
피부관리점에서 마케팅 일은 했던 김유아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가 있는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임금체불, 괴롭힘, 부당해고가 '합법적'으로 가능한 곳이 바로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며 "이곳에서 일한다면 윤 후보는 카카오톡으로 해고를 당해도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괜찮냐"라고 따져 물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1일 오전, 편의점 노동자, 피아노 강사, 연구직 노동자, 관리사무소 노동자 등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사슬에 묶인 근로기준법 법전을 들고 윤 후보의 노동인식에 쓴소리 던졌다. 이들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우리는 근론기준법을 빼앗긴 사람들"이라며 윤 후보가 11월 30일 충북 청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최저시급제(최저임금제)와 주52시간제가 비현실적이라며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비현실적인 제도는 철폐해 나가겠다'라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윤 후보 캠프측은 입장문을 통해 "발언한 취지와 사실관계가 다르다"라고 해명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 일하는 이들은 "평소 윤 후보의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취약한 노동자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 적용해야"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윤 후보에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도록 현행법을 개정하라"며 촉구했다.
편의점 판매직으로 일하는 김경호씨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350만 명에 달한다. 우리에게 노동환경 자체는 불이익이 펼쳐지는 현장"이라면서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차휴가가 적용되지 않고 공휴일법, 중대재해처벌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서도 적용이 제외되는 곳"이라고 토로했다.
근로기준법 제11조 1항에 따르면 해당법은 5명 이상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적용된다. 이로인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부당해고 구제신청, 주간 근로시간 한도, 연장·휴일·야간 가산수당 적용에서 제외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같은 근로기준법법상 주요 조항은 물론, 공휴일이나 대체공휴일 적용도 받지 못한다.
다만, 시행령으로 정한 강제노동 금지, 근로계약, 임금 등 규정만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배제하되, 예외적으로 일부 규정만 적용하는 구조인 셈이다.
피아노강사인 한주연씨는 "피아노업체에서 세금을 신고하지 않아 불이익을 겪었다"면서 "일하는 사람은 사업장의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 노동자다.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통해 노동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생명공학 연구직에서 일하는 이현우씨는 윤석열 후보를 향해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이 노동자를 사람 취급하지 않는데,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는 대체 무엇을 보고 투표해야 하나"라면서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지금 사퇴해 이 사회에 더러운 흔적을 남기지 말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입법촉구서를 윤 후보 캠프측에 전달하려 했지만, 윤 후보 측이 '캠프 사무실에 책임자가 없다'며 사실상 수령을 거절했다.
이후 이들은 광화문역, 충정로역을 거쳐 마포대교를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있는 여의도 민주당사로 향할 예정이다. 권리찾기유니온 정진우 사무총장 "이재명 후보에게도 근로기준법 차별폐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후보 당사자의 지역일정으로 선대위 책임자를 만나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