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은 미얀마 군사정권이 아웅 산 수치(76) 국가고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각) 미얀마 군정의 조 민 툰 대변인은 수치 고문이 재판에서 선동죄로 징역 2년형, 코로나19 방역조치 위반죄로 징역 2년형을 각각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수치 고문이 이끄는 집권당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둔 지난해 11월 총선에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켜 전권을 장악하고, 수치 고문을 비롯해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했다.
군부는 수치 고문을 선동과 뇌물수수, 총선 기간에 코로나19 방역 규정 위반, 불법 수입한 워키토키 소지 및 사용 등 10여 개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번 선고는 쿠데타 이후 수치 고문에게 내려진 첫 판결이다. 윈 민 전 미얀마 대통령도 이날 같은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기소 혐의만 10여 개... 징역 100년형도 가능
법원은 향후 수치 고문의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선고 판결을 내릴 예정이며, 만약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대 징역 104년형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재판은 언론과 대중에게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앞서 수치 고문의 변호인단은 재판 절차에 대한 정보도 공개를 금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군부의 수치 고문 기소는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막기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얀마 헌법은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인물이 고위 공직자나 국회의윈이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군부는 총선 부정을 저지른 사람들을 처벌한 뒤 다시 총선을 치러 승리한 세력에게 민주적으로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부정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다.
영국 BBC는 "수치 고문에 대한 이번 판결은 쿠데타 발발 후 10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강력한 반군부 시위를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반군부 시위 긴장 고조... 군용 트럭이 시위대 덮쳐
전날에도 미얀마에서는 수치 고문을 비롯해 문민 정부 고위 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고,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군용 트럭이 시위 행렬에 돌진해 최소 5명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나단 발라크리쉬난 미얀마 주재 유엔 조정관은 성명을 내고 "비무장 민간인을 무력으로 과잉 진압한 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엄벌을 촉구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도 "가짜 혐의들(bogus charges)로 수치 고문에게 내려진 가혹한 형량은 모든 반군부 세력을 제거하고 자유를 질식시키려는 미얀마 군부의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지난 2월 군부 쿠데타 발발 이후 지금까지 최소 1만600명이 체포되거나 투옥됐으며, 반군부 시위를 벌이다가 최소 130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