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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알 필요도 없는 '사생활'이라는 망령이 언론 지면을 배회했다.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자진사퇴였다. 항공우주, 군사전문가라는 경력과 워킹맘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등장한 조동연 교수 이야기다. 

아이의 사진과 함께 신상이 공개되는 등 자진사퇴 후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조동연 교수는 자신의 과거를 공개했다. 성폭력에 의한 원치 않은 임신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후폭풍은 여전히 거세다. 이 후폭풍은 언론이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쯤에서 궁금한 지점이 생긴다. 선거 국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정치인의 과거 뇌물 수수 사건 구속 전력과 조동연 교수의 논란 중 무엇이 대중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조동연 교수에 거세게 손가락질을 한 '스피커'에 언론은 어떤 잣대를 들이댔는지 말이다.

과거 청와대 경제수석의 뇌물 수수 사건의 경우

'킹메이커'라는 별명이 달린 정치인이 있다. 이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윤석열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됐다. 김종인씨 이야기다. 김 위원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전두환 정권 시절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었고,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민주정의당 간판으로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약하기도 했고, 당을 바꿔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에 힘을 쏟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국민의힘의 핵심부에 들어갔다. 

김종인 위원장의 경력 중에는 그림자도 있다. 뇌물 사건 구속과 수감이 바로 그것이다. 1993년 망해가던 동화은행 은행장에게서 연임을 도와달라는 청탁 등 2억 원이 넘는 뇌물, 정치자금을 받아 구속기소된 후 유죄 선고를 받았다.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지 못한 홍준표 의원이 '자백을 받아냈다'고 자랑하는 그 사건이다. 

비록 김종인 위원장이 사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다하긴 했지만 그가 제1야당의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될 때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을 다시 끄집어낸 언론보도는 찾기 어렵다. 아주 오래된 일이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걸까. 

어떤 것이 공인의 품격이고, 어떤 것이 정치인을 향한 검증 대상이어야 할까. 사회적 공기(公器)임을 자처하는 한국 언론은 스스로에게 질문해봐야 한다.

마이크를 잡고 목소리 높이는 강용석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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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메신저'에 관한 문제도 있다. 조동연 교수를 둘러싼 의혹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집요하게 물고늘어진 건 '가로세로연구소'의 강용석 변호사다. 언론은 강용석 변호사가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받아썼다. 

대한민국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있다. 그러나 이 자유는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영역에서 멋대로 발현돼선 곤란하다. 

게다가 강용석 변호사가 한 사람의 사생활을 파헤치고, 선봉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은 코미디 수준이다. 그가 누구인가. 현역 국회의원 시절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생들과의 자리에서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래?"라는 모욕적 언사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한나라당으로부터 출당 처분을 받았던 사람이다. 그뿐 아니다. 스스로가 여성 블로거와의 불륜 의혹도 제기됐고, 각종 송사에 얽혀있다.

그런 변호사가 한 사람의 과거 생활을 두고 주홍글씨를 새겨넣고, 자녀의 신상을 들춰냈다. 이런 상황이 납득이 되는가. 이쯤에서 끝난 것도 아니다. 강용석 변호사는 조동연 교수의 성폭력 사실이 공개된 이후 이번엔 조 교수가 당한 성폭력범죄 가해자를 수사해달라면서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냈다. 우리는 이런 경우를 두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괴롭히기'라고 부른다. 

공인만능론은 만능인가?

우리 사회에서 조동연 교수뿐 아니라 공직자와 정치인, 운동선수,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공인이라는 이유로 사생활이 무차별적으로 폭로되고, 나아가 사실이 아닌 것, 과거에 이미 끝난 것, 아픈 기억까지 들춰 내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추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공인은 국민의 관심 대상이기 때문에 검증 대상'이라는 소위 '공인 만능론'을 들고 나온다.

여기서 묻고 싶다. 첫 번째, 과연 그들이 공인인가?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됐다가 중도하차한 조동연 전 공동선대위원장이라는 자리는 공인의 자리가 맞는가 하는 질문이다.

이 자리는 공무원도 아니고, 국민의 세금을 받는 자리도 아니며, 선출직도 아니며, 누구가를 대표하는 자리도 아니다. 이런 자리를 과연 공인의 자리라고 할 수 있나? 도대체 공인의 기준이 무엇인가? 어디까지 공인인가?

두 번째 질문은, (백보양보하여 공인이라고 하더라도) 공인이면 공직 수행과 아무런 상관없는, 10년 전 과거의 사생활, 가족까지도 온 국민에게 공개돼야 하는가. 이건 공인에 대한 검증이 아니라 일종의 '관음증'이라는 비판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그 다음 질문, 타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언론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는가. 그리고 이런 부조리를 받아쓰는 언론은 제 본분을 다하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