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상 초유의 '의회 폭동 사태' 1년을 맞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폭동 세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1년 전 폭동 사태가 벌어졌던 미 의회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 관한 거짓말을 퍼뜨리고, 폭도들을 선동해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방해하려 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하자 자신의 지지자들을 부추겨 의회에 난입하고 폭력을 휘두르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탄핵 소추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사태로 시위대를 막던 의회 경관을 포함해 5명이 숨졌고, 지금까지 700여 명이 체포 및 기소됐다.
바이든 "트럼프, 국익보다 자신의 이익 추구"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진 선거에서 700만 표로 패한 대통령"이라며 "원칙보다 권력에, 국익보다 자신의 이익에 더 가치를 뒀기에 그런 일을 벌일 수 있었다"라고 규탄했다.
아울러 "자신이 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단지 선거에서 졌을 뿐만 아니라 폭도들을 의회에 보내 권력 이양을 막으려고 했다"라며 "의회가 포위되고, 경관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것을 TV로 지켜보면서 어떠한 일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의회에 난입한 시위대에 대해서도 "국가와 의회를 포위하고,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라며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표를 숨기고 선거를 뒤집는 것이 자신들이 이기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했으나, 그들은 틀렸다"라고 규정했다.
이어 "그들은 민주주의 목에 칼날을 들이밀고 있으며, 그들의 반란은 성공하지 못했으나 미국의 국가 시스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라며 "나는 이 싸움을 원하지 않지만,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의 영혼을 지키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라며 "그들은 국민의 의지를 지키려 한 것이 아니라 거부하려고 했으며,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지키려 한 것이 아니라 뒤집으려 했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전직 대통령 혹은 패배한 대통령으로 불렀다. 그런 이유에 대해 "당시 사태는 국가와 헌법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나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싸움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종일관 격앙된 표정과 목소리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의회 폭동 세력을 향해 날 선 비판을 퍼부었다.
트럼프 "바이든, 미국 분열시키려 내 이름 이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반박에 나섰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후 곧바로 성명을 내고 "이 모든 것은 바이든이 완전히, 전적으로 실패했다는 사실에서 눈을 돌리게 하려는 정치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을 분열시키려 내 이름을 이용했다"라며 "거대한 거짓말은 선거 그 자체"라며 대선 조작설을 거듭 주장했다.
또한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하고 에너지도 자립적이지 않으며, 인플레이션은 걷잡을 수 없고 군대도 혼란에 빠졌다"라며 "아프가니스탄 철수, 혹은 항복은 미국 역사상 가장 창피한 날이 될 것"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 의회 폭동 진상 조사를 맡은 하원 특별위원회에 대해서도 "대선 조작은 전혀 논의하지 않는 완전히 당파적 무리들"이라며 "언론도 공모하고 있다"라고 싸잡아 공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초 이날 자신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과 부정적 여론을 고려해 이틀 전 전격 취소했다. 다만 오는 15일 애리조나에서 집회를 열어 자신의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 NBC방송은 지난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60%가 의회 폭동 사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크거나, 상당한 책임(great deal or a good amount)이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