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러분의 삶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앞으로 5년간 우리 삶을 좌우할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민이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지금 각 분야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환영합니다. '2022 대선 정책오픈마켓', 지금부터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 [편집자말] |
기후변화로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현장 의견이 10여 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새로 선출될 20대 대통령은 식목일을 과감하게 3월로 앞당겨야 한다. 그리고 국가 공휴일로 재지정하여 온 국민이 아이들 손잡고 자신의 마을과 학교와 숲에 '내 나무'를 심고 가꾸는 범국민적 운동으로 키워갔으면 좋겠다.
식목일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최고의 실천이자 '생태전환교육'의 장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백년 숲'을 물려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의 절대다수는 기후변화 대응에 나무심기가 중요하며 나무심기 기간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왜 식목일은 앞당겨지지 않을까?
지난해 3월 산림청 의뢰로 한국갤럽이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96.6%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나무심기가 중요하다'고 답했고, 79.2%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나무심기 기간을 앞당겨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3월로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렸다. 찬성 56.0%, 반대 37.2%. 수십 년간 4월 5일로 고정된 식목일에 대한 인식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게 반대의 주된 이유다.
그런데 이러한 반대 의견도 인간과 나무가 공존하는 '생태전환' 관점에서 약간의 설명만 되면 충분히 바뀔 여지가 있다는 것이 산림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제 때 심지 않으면 나무뿌리가 마릅니다"
홍순용 양평군 산림조합장은 식목일을 앞당겨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겨우내 언 땅이 녹을 때부터 싹트기 전까지가 나무를 심는 적기입니다. 이때 땅 속 수분이 충분해서 나무뿌리의 활착이 빠르니까요. 그래서 현장에서는 언 땅이 풀리는 2월 말부터 준비에 들어가서 묘목(어린 나무)을 3월 초부터 캐고 심을 준비를 합니다. 이때부터 늦어도 3월 20일까지는 심어야 뿌리 활착이 잘 되는데, 거기서 보름이나 더 지난 4월 5일 식목일까지 기다리게 되면 그때는 뿌리도 마르고 잎과 가지도 마르죠. 벌써 10여 년 전부터 겪는 일입니다."
실제로 국립산림과학원이 밝힌 나무 심기에 적합한 온도는 평균 6.5도. 76년 전인 1946년 식목일을 처음 제정할 때는 이 온도(6.5도)에 맞춰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했다. 그러나 그 사이 지구가 더워졌다. 서울을 기준으로 3월 18일이 76년 전 4월 5일의 기온과 비슷하다. 제주도는 무려 한 달이나 앞당겨져 3월 5일이 과거 식목일 기온이다.
이러다 보니 이미 지역별로 나무심기 행사를 앞당겨 개최하고 있다. 아예 대놓고 '식목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나무를 심으라'고 조언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능하면 온도가 낮을 때 심어라. 늦으면 늦을수록 손해다. 식목일을 기다릴 필요 없이 온도가 낮을 때 심어라." - 한울농원 블로그
하지만 유독 정부만은 식목일 변경에 보수적이다. 4월 5일이 지닌 역사성과 상징성을 강조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야말로 인간만 생각하는 사고방식 아닐까. 나무를 살아있는 생명체, 지속 가능한 삶의 파트너로 본다면 자연스럽게 식목일을 앞당기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논의와 토론이 바로 '생태전환교육'이다. 올해 들어 모든 학교 개정 교육 과정에 반영하기로 결정된 '생태전환교육'의 기본 취지를 보면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쳐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생태전환교육이란 기후변화 위기를 맞아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개인의 생각과 행동 양식뿐만 아니라 조직문화 및 시스템까지 총체적인 전환을 추구하는 교육을 말한다." - 서울시 교육청, 생태전환교육 기본계획
주5일제로 공휴일에서 제외... 다시 공휴일로 하자
왜 식목일을 앞당겨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 자체도 훌륭한 교육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공휴일이 된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식목일은 1946년 제정될 당시 공휴일로 출발했고 1960~70년대 우리 강산을 푸르게 바꾸는 녹화사업의 효과를 확인한 국민들은 이견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 2006년 주5일제 시행에 따른 공휴일 축소 방침에 따라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휴일 재지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가장 효과적인 탄소 흡수원인 '나무 심기'를 범국민 운동으로 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다.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나무 심기만큼 중요하고, 시급하면서도, 간단한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최재관 전 청와대 농어업 비서관은 식목일을 공휴일로 재지정해 범국민 나무심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여가야 한다고 주창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는 2022년 현재 식목일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공기 중에 떠있는 탄소를 원래 있어야 할 곳인 흙 속으로 되돌려 주는 날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나무를 심는 것 만으로 수십 년 전 기후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하죠.
실제로 미국은 2천만ha의 신규 산림을 조성하고 1조 그루의 나무 심기 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영국은 현재 13%인 산림 비율을 2050년까지 17~20%까지 확대할 계획이고 캐나다는 향후 10년간 20억 그루의 조림을 통해 2050년 온실가스 1200만 톤을 흡수하겠다고 합니다. 세계가 산림의 탄소흡수원 역할에 주목하고 있는 이때 우리는 식목일을 통해 온 국민이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것이죠."
"제2의 산림혁명이 필요합니다"
식목일의 또 다른 의미는 그동안 심어만 놓고 가꾸지 않은 우리네 산림정책에 대한 반성과 혁신의 출발점이다.
독일과 같은 산림 선진국은 큰 나무 - 중간 나무 - 어린 나무 - 풀의 생태계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가지치기, 골라베기 등의 관리를 꾸준히 해오며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는 지속 가능한 목재 소득까지 올릴 수 있는 '백년 숲'으로 가꿔왔다. 젊은 세대에게 일자리와 쉼 터를 동시에 물려주는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임도 개설 등 기본적인 투자를 게을리한 결과, 지난해 <오마이뉴스> 보도에서 지적된 것처럼 모두베기로 어린 나무까지 베어버리는 폐단을 겪어왔다. 임도 등 기본 인프라가 없어 골라베기를 하지 못한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본격 시작된 산림녹화가 벌써 50년을 맞고 있어, 우리 나무들이 이제는 고령화와 과밀화로 제대로 탄소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푸른 숲에서 100년 숲으로 발전하는 100년 산림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어린 나무를 심어 탄소흡수를 높이고 빽빽해서 못 자라는 숲은 솎아주기를 해야 합니다. 제2의 산림혁명이 필요합니다." - 최재관 전 청와대 비서관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3월로 당겨진 식목일에 공휴일을 맞아 삼삼오오 손을 잡고 나온 시민들이 아이 이름으로 된 '내 나무 심기'에 동참하는 모습을.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나무를 심은 뒤 '백년 숲 가꾸기' 법안 제개정에 동참해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의 미래 일자리와 휴식공간 창출에 진력하는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