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쓰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의 꾸밈 노동은 줄어들었을까? 아니면 소폭 상승했을까? 궁금해져서 지인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편한 걸 좋아하고 꾸미는 것에 그다지 관심 없는 필자의 지인들이라 그런지 '꾸밈 노동은 줄어들었다'의 비중이 높았다. 프리랜서 작가님은 '가벼운 외출에는 이빨 닦는 것도 고민하게 되더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사실, 본인도 뜨끔했다. 원래도 화장을 잘 안 했지만 마스크를 쓰다 보니 점점 손 놓게 되는 것들이 있더라.
나와 비슷한 성향의 여성들의 쇼핑 코칭을 신청하다 보니 편한 것의 가치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옷은 입었을 때 몸이 아프면 안 되고, 신발은 발을 혹사시켜서는 안 되며, 가방은 들었을 때 무겁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반하는 성질의 아이템들은 아무리 예뻐도 추천하지 않는 편인데 이 편함과 불편함에 대한 생각이 '상대적'인 것이라 때로는 의뢰인을 설득해야 할 때도 의뢰인을 이해하게 될 때도 있다.
지퍼가 아닌 버클 청바지
오래 전 남성분 쇼핑 코칭을 했을 때다. 나에게 어울리는 청바지는 하나만 갖고 있어도 휘뚜루마뚜루 강력한 멋을 자랑할 수 있기에 반드시 추천하는 아이템 중의 하나다.
그때도 쇼핑 리스트에 청바지가 있었고 ZARA를 함께 돌아다니면서 몇 가지 청바지를 권했는데 그 중에 버클로 된 청바지가 핏이 가장 예뻤다. 하지만 화장실에서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의뢰인의 말에 예쁜 핏의 청바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청바지를 권했던 기억이 난다.
난 이것이 남성에 국한된 비선호 디테일이라 생각했는데 얼마 전 친구(여자)랑 쇼핑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내 여사친 역시 버클 청바지를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버클 청바지를 하나 갖고 있는 나로서는 '불편함의 기준'에는 남자, 여자 따로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경험이다. 버클 청바지가 똥배는 더 잘 잡아주는데 말이다.
운동화보다 편한 신발
코디가 다양해지려면 품목의 다양화가 필수다. 옷장에 운동화(물론 극단적으로 다양한 디자인이라면 다르겠지만)만 수두룩하면서 갖춰 입어야 할 상황에 신발이 없다고 고민하는 꼴이랄까. 그러므로 운동화만 신어온 여성들이라면 그 다음 신발장에 갖춰야 할 아이템은 로퍼나 플랫슈즈 등의 구두보다는 편하면서 운동화보다는 단정한 느낌의 아이템이다.
그래도 구두가 꼭 필요하다면 구두를 추천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은 굽이 3cm를 넘지 않는 로퍼나 플랫슈즈를 추천한다. 그래야 운동화에 길들여졌던 발이 놀라지 않으면서 다른 옷과도 매치하기 무난하기 때문이다. 가끔 로퍼나 플랫슈즈를 신어보고는 '불편하다'고 말하는 의뢰인이 있는데 그러면 나는 운동화랑 비교하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운동화는 댄스곡, 로퍼는 발라드. 흥겨움을 느끼고 싶은데 발라드를 듣는 사람은 없다.
40대가 되어도 크롭티
크롭티란, 허리 선을 겨우 가리는 길이의 상의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엉덩이 핏이 완전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요즘은 짧은 상의나 바지에 모두 크롭(잘리다)을 붙이기 때문에 크롭티라고 하지만 그냥 엉덩이를 가리지 않는 짧은 상의라고 생각하면 쉽다.
하체에 자신 없는 여성분들이 체형 보완을 이유로 무조건 긴 상의를 입는데 그러면 핏과 비율의 균형이 망가져 '옷 태'라고는 찾아보기 힘들게 된다. 물론 엉덩이를 반만 가리던가 앞에는 짧고 뒤에는 긴 상의의 솔루션이 있긴하다.
하지만 어쨌든 본질은 앞에서 봤을 때 상체와 하체의 비율을 망가뜨리면 안 된다는 것에 있고 그러려면 상의의 길이가 중요하다. 그래서 체형 보완템을 추천하기도 하지만 체형 쇄신(?)템을 더 많이 추천한다. 멋그레이드에는 보완템보다는 쇄신템이 더 효과 직빵이다.
변화는 불편함에서 시작된다고 이야기했지만 불편한 아이템을 입으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너무 편한 것에만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나 역시 편한 옷 애호가이기에 의뢰인이 편하면서 멋스럽게 입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편함을 위해 고수해왔던 패턴을 약간만 바꾸면 멋그레이드는 그렇게 먼 나라 이야기는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업로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