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사이의 '단일화' 논의는 살아날 수 있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후보 사이의 '양강 체제'가 확고해지는 가운데,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는데도 아직까지 양당의 단일화 논의는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우열은 여론조사 기관별로 상이한 가운데,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 역시 대체로 오차범위 안쪽에 붙어 있는 상황이다. 안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 추세가 꺾였지만, 여전히 유의미한 적정선에서 유지 중이다.
이준석 대표는 일관되게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다. 당사자인 안철수 후보 역시 '안일화(안철수로의 단일화)' 외에는 여지가 없다고 여러 차례 확언했다. 하지만 정계 입문부터 지난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까지 반복된 안철수 후보의 '철수 정치'에 일말의 기대를 거는 이들도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사면초가인데 쇄신책은 민주당에서... 섣부른 자신감"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와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후보다."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린 건 윤상현 전 의원이었다. 그는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도 늦었다. 대선 후보등록일이 앞으로 딱 열흘 남았다"라고 지적했다.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15일간의 단일화협상을 거쳐 선거운동 시작 이틀을 앞두고 극적으로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를 이뤘다"라며 "그런데 지금 상황은 국민의힘이 단일화 없이도 이길 수 있다는 자강론까지 나오면서 단일화 얘기조차 꺼내기 어려운 형국"이라고도 이야기했다.
윤 전 의원은 "들쑥날쑥한 여론조사 지지율만 믿고 자강론을 펼칠만큼 여유로운 대선이 아니다"라며 "이는 아직 섣부른 자신감이며,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정권교체 민심이 52%인데 윤석열 후보 지지도가 38%라는 사실은 정권교체의 민심을 오롯이 담을만한 결집이 아직 어렵다는 뜻"이라며 "이처럼 사면초가에 처한 쪽은 오히려 국민의힘인데, 끊임없이 반성하고 계속 쇄신책을 내놓는 쪽은 민주당이고, 국민의힘은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만약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하지 않고, 막판에 극적으로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까?"라고 물음표를 던지며 "지금부터라도 대선 모드를 후보 단일화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김재원 최고위원도 호응했다. 김 최고위원은 같은 날 오후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단일화를 정말 잘 할 수 있다면, 그러면 필승카드라고는 생각하고 있다"라며 "만약에 아주 순탄하게 단일화 협상이 되고 단일화 과정을 거쳐서 윤석열 후보가 단일후보가 된다면 훨씬 승리가능성은 높아진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단일화 촉구는) 우리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길을 말씀하시는 것이고, 또 단일화 필요성을 말씀하시거나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다. 그것이 해당행위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윤 전 의원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다만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단일화를 함부로 거론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라며 "지금 단일화 국면으로 빠져들 때는 갑자기 윤석열 후보가 페이스를 약간 놓칠 수가 있다"라고 우려했다. "오히려 단일화 과정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는 그의 말은 단일화 줄다리기가 순탄치 않으면 오히려 보수 진영 전체에 해가 된다는 걱정으로 읽힌다.
이준석 "단일화는 과거의 방식, 안철수 지지 보수표 상당 부분 흡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단일화를 '과거의 방식'이라고 규정하며 이전보다 더욱 부정적인 태도다. 4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에서 그는 "최근에 저희 당의 윤상현 (전) 의원이라든지, 몇 분이 그런(단일화) 이야기를 제기하신 걸로 알고 있지만, 이 모든 게 저희가 선거에 있어서 과거의 방식에서 탈피하는 과정 중에 있다,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총선을 보면 그 당시에 아주 간단한 논리, '내 주변에 문재인 좋아하는 사람 없어, 그러니까 합치기만 하면 돼' 이런 식으로 미래통합당이라는 걸 만들어서 싹 긁어모아서 반문연대 했는데, 지지 않았느냐"라며 "이번에도 안철수 후보와 우리 후보 간 철학의 차이가 상당한 것 같고. 무엇보다도 서로 그렇게 접점이 많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 우리 후보가 1등 하는 (여론)조사도 있는데, 선거를 앞두고 1등 후보가 2등과 3등의 언어인 단일화를 한다는 건 국민들이 굉장히 정치공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라며 "개연성이 떨어진다"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보수 지지층은 안철수 후보에게서 우리가 상당 부분 흡수했다라고 보고 있다"며 "오히려 안철수 후보에게 남아 있는 것이 단일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산술적으로 저희와 합쳐지기 어려운, 사실 이재명 후보와 더 성향이 가까운 표들이 아닐까라고 의심하는 부분도 있다"라고도 말했다. 단일화로 얻을 표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금전적인 문제'를 함께 언급하며 "보통 (단일화 논의의) 마지노선을 (선거) 40일 전으로 본다. 그런데 벌써 30일에 가까워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과거의 사례를 준용했을 때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어렵다고는 안 하고, 어렵지 않을까라고 말했다'라고 지적하자, 이 대표는 "어렵다"라고 못을 박았다.
"단일화 논의, 오히려 해로워" vs. "어떻게 이기느냐도 중요"
국민의힘 내부 기류도 엇갈리는 중이다. 한 익명의 지역구 초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안철수 후보와의 분위기가 나쁜 건 아니지만, 공식적인 대화를 진행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라며 "단일화 논의가 시작되면, '정권 교체'라는 당초 목표가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 수는 없다. 각자 정권 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비례대표 의원은 "이준석 대표 등이 워낙 단일화에 선을 그어서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할 뿐, 내부적으로는 아직도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원이 꽤 있다"라며 "아직 모른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오히려 "이준석 대표의 최근 언행은 국민에게 다소 '오만'하게 보일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황논리 등에 의해 단일화 논의가 진전이 안 되고 있지만, 단순히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기는 것만이 아니라 어떻게 이기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여소야대 국면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단일화를 통해 정권 교체를 해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일화 안 해도 윤석열 후보가 승리 할 수 있지만, 단일화를 하면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 또한 보다 더 큰 격차로 이길 수 있다"라며 "3%p 차이로 이기는 것과 13%p 차이로 이기는 것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운영의 주도권 측면에서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심의 우위, 진영의 결집으로 이겨내야 한다"라며 "포용력 있고, 통 큰 정치를 통해 보다 더 확실한 대선 승리와 국정운영을 담보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빠지는 양상을 보면, 보수 지지층 내의 일부가 윤석열 후보 쪽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협상이나 경선에 의한 단일화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라고 짚었다. 하지만 "후보 단일화 자체가 무산된 건 아니다"라며 "아직 4번의 마지노선이 남아 있다. 후보등록일인 13~14일, 투표용지 인쇄일인 28일, 그리고 사전투표일과 본투표일도 있다"라고 제시했다.
엄 소장은 "완주를 할 거냐, 아니면 레이스 포기를 통한 사실상의 단일화를 이루느냐를 안철수 후보가 결단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에서도 국무총리직 제안이나 서울 종로구 재보궐선거 공천 카드 등이 살아있다. 국민의당을 포용하는 그림을 그릴 가능성도 아직은 남아있는 셈이다"라고 말했다.